원피스 한 벌로 섹시해지기
하의 실종, 팬츠리스 트렌드에 교통정리를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크루넥 스웨터에 타이츠만 입자는 보테가 베네타의 파격적인 제안을 시작으로 브리프 패션, 시스루 아이템, 란제리 트렌드 등 각종 스타일링이 쪼개진 퍼즐 조각처럼 흩어져 있거든요.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하게 해결하는 게 답입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는 대신 오직 한 피스로 승부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기 보디수트라는 아주 명쾌한 대안이 있습니다.
보디수트 한 벌로 연출할 수 있는 무드도, 시도해볼 스타일링도 다양하지만 이번 시즌만큼은 관능미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군요. 미니멀 패션이니, 클래식이니 늘 머릿속을 맴돌던 수식어는 깨끗이 지우고 본능에 충실해보는 겁니다.
그 기초는 1998년 뮈글러의 S/S 꾸뛰르 컬렉션 룩에서 다져봅시다. 보디수트라는 이 간단한 조각 하나가 여성이 지닌 본연의 라인을 얼마나 관능적으로 담아내는지 절감할 수 있는 룩이거든요. 코르셋을 연상시키는 구조적인 디테일과 블레이저, 가운과의 매치를 통해 본능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실루엣을 완성했죠.
다시 현재로 돌아와볼까요? 1990년대의 섹시함을 가장 명시적으로 언급한 룩은 구찌의 런웨이에서 등장했습니다. 정교한 테일러링의 블랙 코트 안에 회색 니트 보디수트와 컬러 스타킹, 레드 힐을 매치한 것이죠.
20년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컬렉션답게 고전적인 관능미를 뿜어낸 돌체앤가바나. 코르셋 톱이나 벨벳, 새틴 등의 요소를 활용해 그윽한 매력을 당당하게 담아냈습니다. F/W 컬렉션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수트 스타일의 보디수트를 내보였지요.
팬츠리스 패션을 가장 간단명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 보디수트! 리얼웨이에서의 활용도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그래서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지난 몇 년간 벙벙한 원 마일 웨어와 오버사이즈 핏에만 숨어 있었던 탓일까요? 이제는 ‘이걸 어떻게 입어’라며 패션의 난해한 면모 중 하나로 치부하는 대신 트렌드가 주는 자유로움에 마음이 기우는군요. 그저 컬렉션 룩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두 다리와 속이 다 시원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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