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백, 다르게 들기
‘어떤 백을 들까?’ 대신 ‘어떻게 백을 들까?’를 고민해봅시다!
2023 F/W 컬렉션에서 제법 많은 지분을 차지한 클래식한 스타일의 백. 익숙한 셰이프가 연달아 등장했음에도 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 비결은 가방을 드는 방식에 있었죠. 큼지막한 빅 백을 돌돌 만 신문지처럼 옆구리에 끼우거나 핸들을 잡는 대신 보디 부분을 받쳐 드는 식이었습니다.
이 좋은 팁을 그냥 흘려보낼 수 있나요. 컬렉션에 등장한 수많은 방법 중 ‘한번 시도해볼 만한데?’ 싶은 룩만 골라봤습니다. 같은 가방을 달리 드는 것만으로 룩의 신선도도, 내 기분도 180도 달라진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어쩌면 신상 백을 쇼핑하는 것보다 더 짜릿한 재미를 느낄지도 모르죠.
컨셉 확실한 스타일링은 미우미우와 디올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각각 다른 종류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했는데요. 몸에 꼭 맞는 카디건과 미디 스커트, 구부린 팔에 톱 핸들 백을 새침하게 끼운 미우미우의 모델은 엄마 흉내를 내는 소녀처럼 사랑스러웠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와 화장기 없는 얼굴도 한몫했죠.
핸드백의 핸들을 정직하게 잡고 있는 실루엣이 이토록 성숙해 보일 줄이야! 장갑 한 켤레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고전미와 고혹미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스타일링이군요. 포멀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날 포인트로 삼기 좋겠습니다.
가장 큰 영감을 준 건 페라가모의 핸드백이었습니다. 보디 윗부분을 꼬집듯 들어 올리는 방식을 택해 클래식 백의 고루함을 상쇄했거든요. 클러치를 든 것처럼 말이죠. 이는 꾸레쥬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랑방 등에서도 선보인 방식인데요. 무난한 핸드백에 클러치 특유의 럭셔리한 이미지가 오버랩되며 독특한 실루엣을 이루었습니다. 장갑은 물론, 반지 같은 주얼리를 자랑하고 싶은 날 시도하기 좋은 방법이기도 하죠.
어깨와 옆구리 사이에 갇혀 있던 숄더백에 해방을! 긴 스트랩을 대충 모아 손에 엮거나 움켜쥐면 그만입니다. 걸을 때마다 달랑달랑 리듬감 있게 흔들리는 백은 걷는 맛 제대로 나게 해주는 동시에 가방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무드를 풍길 수 있죠.
실용성을 앞세워 ‘핸즈 프리’를 외친 많은 브랜드 사이에서 고집스러울 정도로 한쪽 팔을 가방에 양보한 모습을 보여준 더 로우. 심지어 남은 한 손은 주머니에 넣는 여유도 보여주었지요. 특히 한겨울에 붕어빵 대하듯 백을 품에 소중히 감싸 안는 이 방식은 요란스럽지 않게 차분하고 고상한 매력을 연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애티튜드 아닐까 합니다. 아우터나 드레스를 입었을 때 시도한다면 우아함을 극대화할 수 있겠군요.
본전 제대로 뽑을 수 있는 건 더블 백 스타일링입니다. 꼭 빅 백과 미니 백을 조합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재든, 컬러든 완전히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백을 겹쳐 드는 것만으로도 룩의 신선도가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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