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럭셔리한 청바지
지금 우리가 샤넬에 원하는 건 재킷도, 수트도, 백도 아닌 청바지입니다!
코코 샤넬은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싫어했습니다. 하지만 칼 라거펠트의 생각은 달랐죠. 2011년 S/S 꾸뛰르 쇼에서 “코코 샤넬은 청바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위해 일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했듯 그는 데님 소재를 거리낌 없이 사용했습니다. 1991 F/W 컬렉션에서 체인 벨트를 곁들인 청바지에 기장이 짧은 재킷을 매치한 룩과 데님으로 뒤덮였던 2008 S/S 컬렉션은 지금 봐도 놀랍죠.
그리고 약 30년간 그는 데님도 얼마든지 우아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증명했습니다. 트위드 재킷, 투톤 펌프스, 자수 셔츠 등 샤넬의 아이코닉한 아이템과 함께 믹스 매치하며 ‘캐주얼 엘레강스’를 몸소 구현해냈죠.
그의 오른팔(이자 왼팔)이었던 버지니 비아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첫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이었던 2020 S/S 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청바지와 데님 소재에 대한 탐구를 놓지 않았거든요. 판타지 요소와 함께 하이 로우 패션을 능숙하게 넘나드는 라거펠트의 결을 잊지 않으면서도 비아르만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많았죠.
이제 때가 된 걸까요? 지금 샤넬 청바지가 스트리트 패션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23 S/S 프리 컬렉션에 등장한 와이드 데님이 그 주인공이죠.
물 빠진 듯 희미한 화이트 컬러의 로고 프린트, 적당한 와이드 핏과 허리선, 과하지 않은 워싱감까지. 이번 시즌 너무 많은 맥시멀 데님이 등장해서일까요? 이렇게 느슨한 기운을 뿜어내는 청바지는 실로 오랜만이었습니다. 그게 샤넬이라 더욱 반가웠고요.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괄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여유로운 단에 은은한 프린트의 더블 C 로고가 이뤄내는 실루엣은 어떤 아이템과 함께하든 하우스에 걸맞은 럭셔리 무드를 자아내지요.
이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 청바지를 소화해낸 셀럽들의 패션만 봐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코코 샤넬이 본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칼 라거펠트가 남긴 “패션에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청바지, 흰 셔츠, 샤넬 재킷입니다”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카미유 샤리에르는 클래식한 샤넬 재킷과 함께 발레 플랫까지 곁들여 완벽한 파리지엔 패션을 완성했습니다.
한없이 캐주얼할 수도 있습니다. 블랙 후디 위로 박시한 청청 패션을 완성한 페르닐 테이스백이 가장 좋은 예! 청바지에 새겨진 더블 C 로고와 리바이스 재킷 포켓에 붙은 빨간 태그의 조화가 재미있습니다. 텍스처로 대조를 준 에밀리 신들레브의 스타일링도 영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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