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Wind of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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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 of Change

2023.04.06

버버리의 제국에 부는 다니엘 리라는 새로운 바람

오리들이 놀기 딱 좋은 날씨네요!(Lovely weather for ducks!). 오래전부터 영국인들은 폭우가 세차게 몰아칠 때 정중하게 아이러니한 이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북쪽 지방에서 더 많이 통용됐다고 다니엘 리(Daniel Lee)가 설명했다. 그가 굳이 이 관용적인 표현을 언급한 것은 컬렉션에 꽤 많은 오리 프린트를 슬그머니 접목했기 때문일까? 그 프린트 중 하나인 DIY-펑크 스타일의 새 그림 그래픽 프린트는 티셔츠에 적힌 슬로건 ‘THE WINDS OF CHANGE’ 아래를 장식하고 있었다.

“아주 재미있었어요. 유머가 좀 있어야죠.” 기자들이 백스테이지로 몰려갔을 때 그가 말했다. “있잖아요. 그것은 저를, 이 브랜드를, 긍정적인 것을 위한 변화입니다.” 바람, 비, 영국성 모두가 버버리의 본질인 이 트렌치 코트 문화에 섞여 있다. 그리고 다니엘 리는 영국스러움의 의미와 젊은 세대를 매료시킬 브랜드 특유의 매력 포인트를 여러 차례 만들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길을 소상히 알고 있다. 버버리에 합류하기 전 보테가 베네타에서도 그랬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첫 버버리 쇼로 시동을 걸었다. 추운 날씨와 야외라는 점이 특징적이던 그 쇼는 버버리 체크를 잘 활용하고, 인조 털 장식이 달린 액세서리를 접목한 자리였다. 관객이 담요 위에 편안히 앉아 뜨거운 토디(위스키나 럼 따위에 따뜻한 물을 타고 설탕·레몬을 넣은 음료)를 제공받았을 때, 런웨이에 안개가 살며시 깔리며 쇼가 시작되었다. 여성 모델과 그 뒤를 이은 남자 모델 모두 긴 아미 그린 컬러 레인 코트를 입고 버버리 격자무늬로 덮인 온수 보온 주머니를 들고 등장했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기능성이 아닐까요.” 리가 말했다. 그는 리카르도 티시가 과거 몇 년간 해온 것보다 젊고, 바이어스·체크무늬와 함께 걸치기 쉬운 실용적인 겉옷에 더 집중했다. 지퍼가 달린 가로 주머니의 격자무늬 남성용 바지는 전문 등산용품을 그대로 흉내 냈으며, 여성용 킬트는 몸에 두르는 피크닉 담요 같은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겼다. 심지어 그가 선보인 튼튼한 등산용 부츠나 짧은 웰링턴 부츠는 요크셔 황야 지대를 거닐어도 무난해 보였다.

리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과도한 액세서리의 매력에 대해서도 꿰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트래퍼 햇, ‘B’ 클립과 달랑거리는 인조 털 ‘가닥’이 달린 사첼백과 새들백 등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한 모델은 재미있게 생긴 오리 모양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오리 부리와 달랑거리는 빨간 다리까지 달려 있었다. 간혹 사람들을 웃기려고 그런 모자를 쓰고 술집과 럭비 경기장으로 나서는 영국인들이 있다. 완전히 정신 나간 영국 특유의 괴짜 같은 행동이 세계적인 틱토커들을 사로잡는 버버리의 스타일리시한 유혹거리로 변신한 것이다. 믿어도 좋다!

리가 살짝 재미를 가미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브랜딩이 모든 제품에 그저 로고를 찍는 것을 넘어, 패션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에 굉장히 진지했다. 그 증거는 그가 이번 컬렉션을 위해 군마에 올라탄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rsum)의 중세 기사를 다시 디자인하면서 전달한 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그것은 하얀 드레스에서 깃발처럼 나부끼듯 고조되어 있었다. 그래픽으로 만든 그 기사 모양은 ‘모던한 전통’을 역동적으로 시사했고, 정말 매력 만점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것의 핵심은 컬러였다. 강렬한 블루. 버버리가 현재 밀고 있는 타입이 이 색상이다. 리가 차례로 선보인 다양한 윈도페인 체크 코트, 스웨터, 크고 편안한 랩(Wrap)이 그 색상이었다. 곧 일부 패션쇼 관객은 자신들이 똑같은 블루 격자무늬 담요 위에 앉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 정도의 관객은 많이 부러워했다. 그들은 그 푸른색 담요 위에 앉지 못했으며, 문득 그 위에 앉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다니엘 리의 경이로운 컬러 현상이 바로 그 패션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는 전에도 전 세계가 그대로 흉내 낼 정도로 그런 현상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이제 분명하다. 블루가 새로운 대세다!

    에디터
    손기호
    사라 무어(Sarah Mower)
    사진
    Courtesy of Bur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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