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바로 그 순간
시간의 틈 사이로 우리는 영원 같은 한 순간을 스치고.
조각가 신미경은 ‘비누’라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재료를 통해 서양 고전의 조각상이나 동양의 도자기 등을 자신만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쉽게 마모되고, 녹아서 사라지는 연약한 물성의 비누를 재료로 본인이 탐구하는 시간성을 보여준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에서 선보이는 ‘화장실 프로젝트’(2023)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흉상을 비누로 조각한 것이다. 실제로 화장실에서 여러 사람에게 비누로 쓰이며, 시간의 흔적을 남기고 변형되는 가운데 비로소 ‘완성’된다.
‘비누’라는 재료는 전통적으로 견고함을 상징하는 대리석과 완벽한 대조를 이룬다. 장식성을 강조한 조각으로 구성된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2023)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소장한 조각품에 영향을 받았다. 표면은 대리석과 유사하지만 쉽게 사라지는 재료인 비누로 만들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풍화 프로젝트: 레진’(2023)은 시간의 흐름과 물리적 요인에 의해 변형된 비누 조각상을 다시 레진으로 캐스팅해 번역한 작품이다. 비누가 지닌 가변성은 사라지고 정지된 물성의 레진을 통해 여러 층위의 시간성을 부여했다.
‘고스트 시리즈’(2007~2013)는 페르시아 유리 공예품 같은 모습을 띠지만, 투명한 비누로 도자기를 캐스팅해 속을 파낸 뒤, 최소한의 형태만 남겨 투명함을 강조했다. 작품의 역사적 맥락과 정보는 소멸되고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비누의 물성이 잘 드러난다.
‘페인팅 시리즈’(2014~2023)는 골동품 액자 프레임을 수집해 복원하고, 누군가의 그림이 존재하던 자리를 비누로 채워 만든 작품이다. 비누의 종류나 제작 환경, 보관 방법에 따라 다른 표면의 질감과 물성으로 완성된다.
- 에디터
- 신은지
- 포토그래퍼
- 이호현
- 장소
- 스페이스 씨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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