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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 사람들은 팀 스포츠를 좋아한다

2023.04.10

‘에어’ 사람들은 팀 스포츠를 좋아한다

<에어>는 멋진 재능에 날개를 달아준 이들에 관한 팀 스포츠 영화다.

‘중심축’을 의미하는 명사이자 ‘회전하다’는 의미의 동사인 ‘피봇(Pivot)’은 농구에서 중요한 스텝 기술이다. 한 발을 회전축 삼아 다른 한 발을 전후로 움직이며 몸을 회전시켜 드리블이나 슛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 기초적인 기술이지만 이 기술을 숙련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드리블과 슛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 수준을 좌우하는 기본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피봇’은 스타트업 분야의 비즈니스업계에서도 중요하게 쓰이는 단어다. 피봇을 비즈니스 언어로 처음 활용한 건 <린 스타트업>이라는 저서를 집필한 에릭 리스다. 그는 ‘지금 나아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방향 전환을 한다는 의미’로 피봇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사업성의 빠른 판단을 통해 전략적 전환을 꾀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유연성에 걸맞은 비즈니스 방향임을 주장했고, 이는 지금도 스타트업계에서 유효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에어>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일생일대의 피봇에 관한 이야기다.

@dotswoosh

지금은 농구화 브랜드 하면 ‘스우시(Swoosh)’ 로고가 선명한 나이키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1984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컨버스 올스타 54%, 아디다스 29%, 나이키 17%. 이는 당시 농구화 시장점유율에 관련된 수치다. 그러니까 1984년에 나이키는 농구화 브랜드 가운데 3위 기업이었다. 물론 러닝화 시장에서는 과반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최고의 자리를 수성하는 상황이라 나이키라는 브랜드 자체의 위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농구화 사업부에는 분명 전환점이 필요했다. 그리고 거기 소니 바카로가 있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그는 일찍이 고교 농구계 올스타전이라 불리는 ‘대퍼 댄 라운드볼 클래식(The Dapper Dan Roundball Classic)’을 개최하며 유망주들을 발 빠르게 탐색하길 원하는 대학 농구 코치들과 관계를 맺었고, 이러한 인맥을 발판으로 농구계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것이 일종의 농구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믿은 소니 바카로는 나이키를 찾아가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고, 마케팅 부서 임원이던 롭 스트라서는 그를 고용했다. 유망한 미래의 농구 스타들이 일찍이 나이키 농구화를 착용할 수 있도록 소니 바카로를 앞세워 대학 코치들을 상대로 로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사업을 확장해갔다. 그리고 1984년이 왔다. 나이키는 농구화업계 3위였다.

@airmovie

1984년 슈퍼볼 인터미션에서는 리들리 스콧이 조지 오웰의 <1984>를 모티브로 연출한 애플 광고가 공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84년은 로널드 레이건이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해였으며, 에디 머피 주연의 <비버리 힐스 캅>을 비롯해 <고스트 버스터즈>, <귀향(Rhinestone)> 같은 영화가 개봉한 해였고, 스트리트 문화를 대표하는 비보잉과 랩 문화가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는 가운데 NBA 코트를 지배하던 매직 존슨 같은 슈퍼스타는 컨버스 올스타 농구화를 홍보했다.

1984년을 콜라주하듯 이 모든 정보가 담긴 몽타주 컷을 수집해 나열하는 <에어>의 오프닝 시퀀스는 한 시대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역사적인 출발선을 긋는 작업처럼 보인다. 이 모든 역사적인, 문화적인 사건이 존재했던 1984년에 나이키는 NBA 코트를 밟아본 적 없는 루키 마이클 조던과 이례적인 계약을 맺는다. 이전까진 농구화 브랜드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NBA 선수가 일정한 광고 계약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던 것과 달리 마이클 조던은 자신의 이름을 반영한 고유 브랜드 라인을 내세워 독자적인 농구화 라인을 출시하고 광고 계약금은 물론 판매 금액의 일정 비율을 보상받는 계약을 한 것. 그렇게 ‘에어 조던’의 역사가 시작됐고, <에어>는 바로 그 역사의 시작점인 1984년에 주목한다.

<에어>는 자신의 직감을 믿고 밀어붙인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가 마이클 조던을 나이키의 얼굴로 결정짓게 만든 1984년의 일화를 그린다. 소니 바카로는 대학 농구 팀 경기를 찾아다니며 선수들의 기량을 직접 확인하는 현장주의자다. 그런 그에게 나이키 농구화 사업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선수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지목하듯 어리석은 의견을 남발하는 탁상공론의 회의는 심기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예산은 부족하고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전략도, 성의도, 심지어 좋은 직감도 없다. 이대로는 3등 브랜드의 운명이 도돌이표처럼 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고만고만한 선수 여럿을 복권처럼 지목하는 게 아니라 확실한 재목 하나를 선택해 모든 금액을 걸어야 한다. 물론 그건 도박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의 안목에 마이클 조던은 평범한 선수가 아니다. 그래서 회사를 설득해 예산 승인을 요청하고, 에이전트를 통해 미팅 기회를 잡으려 하나 마이클 조던은 애초에 나이키에 관심이 없다. 그의 1순위는 아디다스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와 접촉해야 한다는 관례를 깨고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마이클 조던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의 경솔함을 지적하는 마이클 조던의 어머니 델로리스 조던(데이비스 비올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 인생 최악의 실수일지 모르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요. 아드님은 그런 사람과 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역사가 시작된다.

그러니까 <에어>는 분명 마이클 조던에 관한 이야기지만 1984년의 마이클 조던에게 초점을 맞추는 영화가 아니다. 은유적인 의미가 아니다. 영화에는 분명 당시의 젊은 마이클 조던을 연기하는 배우가 등장하고, 엔드 크레딧에서도 데미안 델라노 영이라는 해당 배우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1984년의 마이클 조던을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을 단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 보지 않는다. 그의 얼굴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뒷모습으로만 등장하거나 누군가에게 얼굴이 가려진 채 교묘하게 자리할 뿐이다. 심지어 대사도 두 마디 이하의 짧은 분량 2개가 전부다.

그러니까 <에어>의 주연 캐릭터는 마이클 조던이 아니다. 바로 마이클 조던을 나이키의 상징적 존재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전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소니 바카로가 실질적인 주인공이며, 그의 조력자였던 마케팅 부서 임원 롭 스트라서(제이슨 베이트먼)와 농구화 부서 임원 하워드 화이트(크리스 터커), 그리고 당시 CEO였던 필 나이트(벤 애플렉) 등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에 조력했던 나이키의 중요 인사들이 그 주변부에 자리하며 패스를 주고받듯 극적인 활력을 제공한다.

한편 <에어>에서 소니 바카로만큼 주목하는 캐릭터는 바로 델로리스 조던이다. 실질적으로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와 계약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를 마련한 주인공이자 사실상 소니 바카로의 보이지 않는 지지자이면서 오늘날 마이클 조던이 얻은 막대한 영예에 기여한 존재나 다름없다. 그런 면에서 <에어>는 마이클 조던이 나이키와 전례 없는 계약을 맺기까지 모든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이들의 면면을 조명하는 이야기다. 고전적인 영웅담이 아니라 팀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냥 해라(Just Do It)’라는 슬로건의 신화를 드높이는 과정에서 ‘그렇게 하자(We Should Do It)’는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추하는 영화다. 그렇기 때문에 <에어>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 평가받는 나이키와 에어 조던이라는 고유명사가 동시대에 차지하는 지위를 잘 아는 관객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더없이 아이러니한 흥미를 안기는 영화일 것이다.

@airmovie

오늘날 농구화는 물론 전방위적인 스포츠웨어 브랜드로서 가히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이키가 한때 도전자 위치에서 전전긍긍하던 브랜드이자 경영난을 고민하는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나이키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역사가 생각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가 상영관을 벗어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으로 작동하며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싶게 만들 것이다.

사실 <에어>가 그리는 모든 내용이 실제로 일어난 일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재현한 건 아닌 듯하다. 소니 바카로가 나이키가 스폰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선수로 마이클 조던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나이키가 쓸 수 있는 모든 판돈을 마이클 조던에게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 건 사실이지만, 영화가 묘사하는 것처럼 필 나이트를 자주 만날 수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은둔형 CEO에 가까웠던 필 나이트는 대부분의 사람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이 성사되기 전에 소니 바카로가 필 나이트를 만날 기회는 단 한 번이었고, 그 자리에서 마이클 조던의 가치를 열심히 설명했다고 한다. 한편 소니 바카로는 영화와 달리 델로리스 조던이 아니라 마이클 조던에게 먼저 접촉했으며, 노스캐롤라이나의 집을 방문한 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다만 델로리스 조던은 소니 바카로의 의견을 지지했으며, 애초에 나이키가 마이클 조던의 독자적 브랜드 라인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견을 수용한 덕분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마이클 조던의 에이전트 데이비드 포크(크리스 메시나)가 자기 몰래 마이클 조던을 찾아간 소니 바카로에게 화를 내지만, 현실에서 데이비드 포크는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계약에 둘도 없는 조력자였으며, 그는 소니 바카로보다 롭 스트라서와 주로 소통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와 달리 ‘에어 조던’이라는 명칭의 출처는 명백하게 데이비드 포크라고 한다. 그가 자기 사무실에 적어둔 몇 가지 안 중 하나였고 롭 스트라서와 에어 조던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피터 무어가 함께 그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발견하고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에어>는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허구적으로 각색한 측면이 있는데,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영화적 재미를 추구했다는 혐의보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로서 보다 유용한 것 같다. <에어>는 일어났던 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영화가 아니라 과거에 있었던 일에 바탕을 둔 영화다. 그리고 영화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반영하는 거울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세계를 상상하고 그것을 사실처럼 출력하듯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예술에 어울리는 방식의 이야기로 재생산한 뒤 그것을 영화에 어울리는 세계로 구축한다.

그러니까 <에어>는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의 계약이 성사된 1984년 그곳에 자리했던 소니 바카로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낀 작가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이야기이며, 그를 중심으로 재편집된 세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이는 결국 진짜 같은 가짜이며, 다만 매력적이기에 진짜 이야기를 되돌아보거나 짚어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에어> 같은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당위란 어쩌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매력적인 이야기는 그 뿌리가 된 현실을 살펴보게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마이클 조던의 승인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에어>는 시나리오 작가 알렉스 콘버리의 첫 번째 영화다.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벤 애플렉이 자신의 시나리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지한 미팅 일정이 잡히고 영화화에 대한 논의가 진전됐다. 난관은 있었다. “마이클이 원하지 않는다면 영화를 찍을 수 없다”는 벤 애플렉의 말처럼 매력적인 시나리오라 해도 그 시나리오가 조명하는 인사에게 허락받지 못하면 빛을 볼 수 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마이클 조던은 흥미를 보였고,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어머니 역할에 비올라 데이비스를 섭외할 것, 그리고 하워드 화이트의 역할을 만들 것. 1984년 나이키와의 계약을 위한 미팅에 참석한 중역 가운데 유일한 흑인이었던 하워드 화이트는 현재 에어 조던의 부사장을 역임하며 마이클 조던과 가깝게 지낸다. 문제는 하워드 화이트가 각본에 없는 캐릭터라는 점이었고, 크리스 터커를 캐스팅한 뒤 그가 하워드 화이트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벤 애플렉은 그와 상의하며 각본에 존재하지 않았던 하워드 화이트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도 알렉스 콘버리의 시나리오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마이클 조던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로 한 결정이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결정적인 순간 1984년의 마이클 조던을 드러내고자 했지만 벤 애플렉은 그를 결코 보여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건 마이클 조던의 영향력이었다. 즉 마이클 조던을 만나본 적 없지만 그를 알고, 그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다수 사람에게 미치는 그의 영향력을 이야기에 담고 싶었다. 사람들은 조던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없어도 느끼고 이야기한다.” ‘에어 조던’이라는 시나리오의 제목이 <에어>로 간결해진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키도, 마이클 조던도 1984년 계약 당시에는 ‘에어’라는 타이틀이 이렇게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어가 될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에어>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을 이룬 사람들의 일화를 압축해낸 한 단어의 영화인 셈이다.

NBA 코트를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루키가 1984년 이후 신화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몰랐다. 다만 믿는 사람이 존재했을 뿐이다. 소니 바카로는 재능을 믿었고, 그 재능에 정당한 가치를 투자하길 원했다. 마이클 조던에게 가능한 예산을 ‘올인’해야 한다는 그의 지론은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소니 바카로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을 찾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고, 영화는 그런 면모를 언뜻 묘사한다. 하지만 소니 바카로가 마이클 조던을 걸고 나이키에서 벌인 도박은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3명의 유망주에게 비용을 분배하는 분산 투자 전략은 합리적이지만 결국 그런 선택을 했다면 오늘의 나이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이 나이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피봇이었던 것이다. 나이키와 마이클 조던의 오늘을 만들어준 주인공이 소니 바카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1984년의 계약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원점의 역사였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는 그 역사를 일군 첫 번째 이름을 발굴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당신을 제외하면 모두 잊힐 거예요”라고 마이클 조던에게 말하는 소니 바카로의 연설은 진짜가 아닐지라도 <에어>는 분명 소니 바카로 덕분에 탄생할 수 있는 영화이자 아이콘의 그림자에 가려진 이름을 호명하는 영화인 것이다.

델로리스 조던 역시 자신의 아들을 믿었고, 아들이 자신의 능력에 걸맞은 대가를 받는 만큼 그 이상으로 노력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에어>는 그런 믿음을 가진 이들을 믿기로 결정하고 성실하게 협력한 동료와 가족에 관한 영화처럼 보인다. 혁신의 기반이 단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번쩍이는 재능만으로 마련될 수 없다는 것을 설득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인 셈이다. 천재의 머리가 반짝일 수는 있어도 세계를 밝히는 건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사연이다. 그리고 이 모든 흥미로운 사연의 중심에 자리하지만 결코 보이지 않았던 마이클 조던은 영화의 끝에 다다라 비로소 진짜 얼굴로 등장하고 말을 한다.

2009년 NBA 명예의 전당 헌액 당시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어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마이클 조던과 이에 감격하는 델로리스 조던의 모습이 연이어 등장한다. 그럼으로써 <에어>는 인류 역사상 한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고 일컬어지는 한 사람이 그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 재능만큼이나 대단한 사랑이 존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영화가 된다. 이렇게 제자리를 얻고 그것을 증명해낸 멋진 재능은 멋진 이야기로서 영생을 얻는 법이다. 그리고 그 대단한 영광이 홀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단 하나의 이름과 짧은 슬로건은 그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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