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아름다움의 진정성이란
디자이너가 불완전하지만 실존하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법. 〈보그〉가 ‘미완’을 통해 현실을 옹호하는 그들의 논리를 전한다.
지난여름 나는 감정적 혼돈에 빠져 있었고, 그 매듭을 풀어보려 애썼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글에서는 여행 자체보다 ‘두 번의 긴 비행’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목적지로 향하는 첫 번째 비행 내내 나를 짓누르는 곤경에 대해 고심하느라 벌게진 뜬눈으로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것이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기만 하는 걸까? 이번 여행만은, 아니 삶은 끝없는 어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 대신 탄탄대로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만 되풀이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를 보며 신경을 애써 다른 데로 돌렸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패러렐 마더스>가 인상적이었다. 그 영화는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부주의한 실수에서부터 역사적으로 중요한 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실패와 결함을 다룬 영화였다. 그렇지만 알모도바르 감독은 고통과 혼돈, 복잡한 사건을 거쳐 끈끈하게 완성된 사랑의 유대감을 통해 희망적인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그동안 내가 동경해온,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삶을 다룬 영화에서는 절대 느끼지 못한 낯선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비행기 창밖으로 저무는 해를 응시하며, 꼬인 매듭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삶을 살아가는 훌륭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선보인 마르니 2023 S/S 컬렉션을 지켜보며 기내에서 한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일출과 일몰에 관한 모티브를 컬렉션 곳곳에 접목했다. 슬림 저지 드레스에 패치워크와 프린트를 가미하고, 데콜테 부위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그 주위에 붉은 자수를 놓아 심장 주변에 테두리를 그려 넣은 것처럼 연출했다. 나중에 리소의 설명을 들어보니, ‘멈춤’의 순간에 컬렉션에 대한 영감이 불현듯 떠올랐다고 한다. 그 역시 나처럼 복잡한 생각의 소용돌이에 묻혀 있던 어느 날 창밖을 응시한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항상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계속 삶을 이어간다’는 아름다운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리소가 창조한 태양과 독특한 이음새, 대롱대롱 달린 소매, 마구잡이로 흩어진 실 가닥을 통해 그가 의도한 불완전주의에 점점 빠져들었다. 분명 색다른 울림을 주는 불완전함이었다. 이 컬렉션은 변화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경이로운 ‘미완’에 대해 강력하게 전하고 있었다. 즉 변화 그 자체를 찬양했다.
패션 위크가 계속 이어지자, 변화와 불완전함에 대한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등장했다. 런던에서 열린 어덤 패션쇼는 예술품과 오래된 의복을 복원하는 전문가들의 노고에 헌정하는 것이었고, 밀라노에서 마티유 블라지가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에서는 정밀한 비대칭 디자인과 바람에 해진 듯한 표현을 통해 현실의 순간들이 눈앞에 생생히 움직이는 것 같았다. 파리 패션 위크의 끝을 향하며, 드리스 반 노튼은 팬데믹 이후 첫 복귀 컬렉션을 변화의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로 연출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Kazimir Malevich)의 추상화로부터 영감을 받은 올 블랙 룩으로 시작해 생동감 넘치면서도 모호한 플라워 패턴 룩을 점진적으로 선보였다(드리스 반 노튼에 따르면 누군가가 아침에 일어나 비몽사몽의 눈으로 창밖에 있는 꽃을 쳐다볼 때 눈에 맺힌 흐릿한 시야를 그 프린트를 통해 표현했다고 한다).
‘미완’이 왜 이슈일까? 왜 지금일까? 불완전의 미학을 추구한 몇몇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름날 기내에서 경험한 감정적 혼돈을 그들 역시 겪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혼란을 겪은 이후 패션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고심하면서, 우아하고 완전무결한 이상을 거부하는 대신 끊임없는 변화의 분위기를 포착하기로 결정한 것을 파악했다. “완벽한 이미지가 넘쳐나죠. 그렇지만 그것은 가짜 완벽이고 가짜 아름다움, 가짜 행복이죠.” 드리스가 말했다. “이번 시즌은 ‘실재’가 중요한 키워드였어요. 그래서 그저 ‘행복한’ 컬렉션이 아니라 낙관적인 컬렉션이었죠. 제게는 그 점이 유의미했어요. 저희는 희망을 유지하고 계속 나아가기 위해 매일 작업을 진행하죠. 진정한 행복은 잠깐이고, 덧없이 지나가요. 하지만 낙관주의는 긴 여정이나 다름없습니다.”
패션계는 여전히 드리스가 묘사한 이 불완전한 완벽의 미학에 반박함으로써, 평소처럼 시대정신을 고찰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10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요란스러운 자기과시 문화와 소셜 미디어의 공격에 압박당해왔다. 과시 문화는 우리 자신을 자기 최적화의 도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요했고,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본인의 피드를 통해 낙관적으로 보이는 스스로를 상품화하도록 촉구했다. “우리는 완벽한 삶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립니다.” 비즈니스 스쿨의 칼 세데르스트룀(Carl Cederström)과 안드레 스파이서(André Spicer) 교수가 2017년 출간한 저서 <자기 계발을 위한 몸부림(Desperately Seeking Self-Improvement: A Year Inside the Optimization Movement)>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 책이 출판된 후에도 생활에 필요한 꿀팁, 활력 증진 영양제, 주름 개선 필러, 건강 체크 기기, ‘나’라는 제품의 실적을 수량화하기 위해 팔로워를 모으는 소셜 미디어 마니아들의 기세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인간성을 더 솔직하고 더 불완전하게 묘사하는 문화로 새바람이 불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 흐름은 리소가 마르니에서 보여준 달랑거리는 실 가닥, 드리스 반 노튼 컬렉션의 대용품처럼 장식된 드레이프와 주름에서 포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들의 사진을 하루에 한 번 포스팅하도록 유도하는 앱 비리얼(BeReal)의 높아지는 인기에도 그 흐름을 찾아볼 수 있다. “완벽주의가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높은 기준을 고수하는 것과 불가능한 기준을 고집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의학박사 스콧 브라운스타인(Scott Braunstein)이 지적했다. 그는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관련해 정신 건강 문제 및 불안 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를 치료하는 멤버십 메디컬 체인인 솔리스 헬스(Sollis Health)에서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한마디로 ‘당신은 실망, 좌절, 실패에 어떻게 대처하십니까?’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경험은 일상의 한 부분입니다. 겉보기에 성공적인 삶이라도 마찬가지죠.”
브라운스타인은 환자들에게 “삶을 끝없는 성적표로 여기기를 멈추고, 자신을 내버려두려고 노력해야 해요”라고 충고한다. 충고를 듣는 것은 쉽지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물론 우리는 그렇게 여길 만한 환경에 살고 있다. 그것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웰니스와 자기 계발 산업의 공이 적지 않다. 두 산업은 ‘완벽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완벽은 활력 증진 제품과 서비스의 정확한 사용에 달려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과 긍정적인 태도가 부정적인 생각으로 흐르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라는 유해한 장담을 전제로 깔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미우치아 프라다는 디자이너로서 그녀가 진행해온 프로젝트 전체가 옷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좋지 않은 것’을 접목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쟁쟁한 목소리로 내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2023 S/S 프라다 컬렉션은 특히 이 점을 강력하게 내세웠다. 프라다가 쇼 노트에서 언급했듯 주름과 얼룩, 옹브레, 노출된 슬립은 ‘생활의 흔적’, 패션계가 종종 씻어내고 감추고 싶어 하는 불가피한 흠집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프라다는 “이 완벽에 대한 허구의 생각을 늘 싫어했습니다”라고 콕 집어 말했다. “지금까지 활동하며 만들어온 것은 ‘실재’, 다시 말해 더 많은 불완전성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었죠.” 미우치아 프라다와 프라다 공동 디자이너인 라프 시몬스의 디자인에서 내 마음에 쏙 들었던 점은 바로 그들의 디자인 방식이 스스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포용하는 동시에 그런 시도에서 발생하는 실수를 고상한 것으로 연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카라 라이프(Sakara Life)의 공동 CEO 다니엘 두보이스(Danielle Duboise)와 휘트니 팅글(Whitney Tingle)이 잠정적으로 그려가는 새로운 웰니스의 방향과 같다.
“완벽을 위해 애쓰는 것은 실패에 대한 유혹일 뿐입니다.” 팅글이 말하면서, 고객에게 실수해도 된다고 대놓고 허락하는 사카라 라이프의 영양 프로그램 ‘Eat Clean, Play Dirty’의 시초에 대해 설명했다. 팅글은 “저희는 균형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을 선호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과는 반대다. 균형이라는 것은 종종 영구적인 ‘은혜로운 상태’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때때로 균형은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하고, 어떨 때는 친구들과 외출해 튀김과 와인을 먹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즐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핵심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죠. 그러면 내일 우리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듭니다.”
두잉 웰(Doing Well)의 다프네 자비치(Daphne Javitch)도 이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천한다. 그녀는 개인 고객과 온라인 플랫폼 가입자에게 지침을 제공하는 헬스 코치일 뿐 아니라 내 절친이기도 하다. 나는 오랫동안 자비치에게 ‘영양 불균형 유발자’라며 농담을 해왔다. 우리가 제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튀김을 안주로 와인을 마시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치팅데이’를 즐겼던 것이다. 그렇지만 팅글과 두보이스처럼 자비치는 ‘치팅을 허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늘 사람들에게 ‘웰니스 100% 실천 프로그램에 가입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말하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항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도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성공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어제보다 두 발짝 뒤로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은 일어나게 되어 있죠. 그러니 자신을 친절히 대하고 전진하면 됩니다.”
웰니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프란체스코 리소와 함께 마르니 컬렉션의 ‘미완’에 대해 논의한 것이 떠올랐다. 여담처럼 그는 몇 년 전 첼로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말을 꺼냈다. 리소는 “왕초보라서 굉장히 더디게 배웠죠. 첼로는 버튼 하나 누르면 순식간에 탁월하게 연주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금씩 천천히 첼로의 멋진 선율이 흐르기 시작했죠.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그것도 음악이긴 하지요.” 리소는 팬데믹 초기 봉쇄 기간에 첼로 연주에 진지하게 임했다. 그 당시 많은 사람이 요리, 외국어, 바느질 등 새로운 취미 활동을 시작했다. 거르고 빼먹는 일 없이 기초를 연습할 때, 그것을 하는 행위와 몰입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분명히 있었다. 리소는 첼로 공부를 통해 느낀 본인의 경험을 컬렉션에서 수공예를 강조하는 것으로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옷을 탄생시킨 애정 어린 노동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길 바랐다. 마찬가지로 드리스 반 노튼도 그와 유사하게 컬렉션을 구성했다. 먼저 올 블랙 룩을 선보이고, 컬러와 플라워 패턴을 통해 컬렉션의 단락을 구분했다. 그리고 옷의 안감으로 주로 사용하는 스포츠 메시 소재를 적극 활용하면서 옷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자체에 경의를 표했다.
2023 S/S 시즌에 누구보다 이 주제를 가장 직설적으로 다룬 디자이너는 바로 어덤 모랄리오글루일 것이다. 어덤 쇼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전날, 즉 현대 영국 역사에서 전례 없는 정치적, 경제적 혼란 속에서 열려 더 시의적절하게 느껴졌다. 영국 상황이 악화되기 한참 전부터 그가 자신의 컬렉션을 구상했다는 것이 잠시 잊힐 정도였다. 개선에 대해 이야기하기 아주 좋은 시기였다! “시작은 정말 추상적이었죠. 쇠퇴와 복원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시작이었어요.” 모랄리오글루가 그의 컬렉션을 촉발시킨 자극제를 떠올렸다. 포스트 팬데믹이 컬렉션의 출발점이라고 짐작했지만, 모랄리오글루는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는 “디자이너는 항상 숨겨진 의도를 활용하죠. 반드시 그래야 하고요”라고 말하며 런던 V&A와 내셔널 갤러리에 마련된 작품 보존실에서 겪은 일을 열정적으로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복원가들이 옛 거장의 그림을 되살리는 것을 보며 2023 S/S 컬렉션 뼈대에 살을 붙였다고 한다. 복원가들은 붓으로 펼친 정교한 장인 정신에 첨단 기술, 기록물에 대한 심오한 연구, 풍부한 상상력을 융합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모랄리오글루는 “회화 작품의 한쪽 모서리가 완전히 망가져 있었죠. 복원가가 진행하는 보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깨진 조각을 다시 붙여 복원해놓은 고대 로마의 유리 그릇을 가까이서 보니, 이 빠진 흔적과 금이 보이더군요. 그것이 이 컬렉션의 감정적 촉매가 되었어요. 깨진 것을 완전체로 만들어낼 방법을 탐구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전까지 어렵게 느껴지던 주제인 ‘쇠퇴’가 어덤 2023 S/S 컬렉션을 굉장히 짜릿하게 살아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었다. 이것은 ‘미완’을 주제로 한 컬렉션의 공통점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느끼는 것은 사람과 물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게 만든다. 그리고 현실에서 우리 모두는 통제할 수 없는 힘 때문에 고군분투한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알려준 한 가지는 우리가 어느 정도 꿈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드리스 반 노튼이 말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이 멈추었죠.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다르게 살아가고, 가치관을 다시 고민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 불안정한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가 덧붙여 말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간주하는 것은 터무니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이 정상이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으니까요.” 반 노튼이 말을 이었다. “이것은 런웨이 복귀를 고려할 때, 보여주고 싶었던 컬렉션의 형태를 고심할 때 많이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제가 세상을 보는 방식과 세상에서의 제 위치가 바뀌었다는 것을 전하지 않는 것은 비극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결코 완벽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완벽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거부하는 자세는 이상하게도 내가 드리스 반 노튼의 옷을 통해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였다. 그리고 리소와 모랄리오글루의 컬렉션을 비롯해 들쭉날쭉하고 너덜너덜한 스타일의 수많은 2023 S/S 컬렉션을 통해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원인이었다. 그들은 ‘삶은 지나가는 순간들의 연속일 뿐이고, 고난과 회복을 오락가락하는 것이며, 어덤이 말한 그 복원가들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숭고한 뭔가를 창조하기 위해 현실의 늘어진 가닥을 다시 엮고 있음’을 인정했다.
피트니스 스튜디오 더 클래스(The Class)의 설립자 타린 투미(Taryn Toomey)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가 보통 우리에게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즉 우리가 추구해야 했던 것에서 벗어나 ‘완벽’이라는 개념의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게 완벽한 것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두잉 웰의 자비치, 사카라 라이프의 두보이스와 팅글처럼, 투미 역시 자기 계발에 더 애정 어린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녀의 수업은 매우 강도 높을 수 있지만, 강사들은 항상 온화하게 수정 사항을 알려주고 고객이 그것들을 받아들이도록 격려한다. 더 클래스에서의 ‘승리’는 스스로 요구 사항을 이해하는 것이다. “어느 날은 팔 벌려 뛰기를 100만 번 해서 막힌 기를 순환시키고 싶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그냥 콕 박혀 있고 싶죠. 우리는 사람이니까요. 늘 똑같지는 않죠. 이야기는 계속 바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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