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YKYK: 리아나 사텐스타인
수년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옷 정리 전문가 곤도 마리에를 기억하시나요?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슬로건으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죠. 직접 ‘진단’이 필요한 사람들을 방문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따끔한 조언을 하는 모습을 담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은 특히 인기를 끌었고요. 맥시멀리스트를 추구하는 패션 피플에게도 곤도 마리에 열풍은 마음 한편이 뜨끔해지며 자신을 돌아보는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0년 <미국 보그>도 비슷한 시기 스타들의 옷장 정리를 컨셉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제목은 ‘Vogue’s Closet Shrink’. 화려하고 값비싼 아이템을 자랑하지 않고, 좀 더 솔직하고 요즘 정서에 맞는 리얼리티 쇼 느낌이었죠. 진행자는 <미국 보그> 에디터 출신이자 현재는 프리랜스 패션 뉴스 작가로 활동 중인 리아나 사텐스타인(Liana Satenstein)이 맡았습니다. 모델처럼 매력적인 이목구비에 능청스럽고 재치 넘치는 진행 스타일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이 지배적인 디지털 콘텐츠 트렌드에 꼭 들어맞았습니다. 같은 디자인을 ‘깔별’로 소장하고 “둘 다 다른 개성이 있어서 못 버리겠다”는 모델 팔로마 엘세서의 말에 리아나는 단호하게 얼마나 자주 입느냐며, 수선해서 착용할 만큼 가치 있는 게 아니라면 팔거나 기부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팔로마 엘세서의 옷장 정리 편
이후 리아나는 편집에 많은 품이 드는 유튜브보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네버 원스(Never Worns)’라는 비슷한 컨셉의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 라이브라는 아주 트렌디한 포맷에 1990년대 미국 전화 상담원, 핫라인 ‘폰팅’을 연상시키는 유선 헤드폰, 끈적한 배경음악과 목소리로 위트를 더했죠. 초반의 초대 손님은 동료 에디터 혹은 알렉산더 퓨리 같은 타 잡지 에디터들이었습니다. 소위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의 깊은 대화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기획으로 점점 많은 업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Another> 매거진의 패션 피처 디렉터이자 유명한 컬렉션 아카이브 수집광으로 알려진 알렉산더 퓨리가 존 갈리아노, 크리스찬 라크루아, 비비안 웨스트우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피스를 홈쇼핑의 한 장면처럼 직접 들어 올리며 설명하는 장면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이 밖에도 전설적인 에디터 린 예거, 멜 오텐버그(지난 IYKYK 주인공이죠!), 슈프림 부사장이자 메이드미(Mademe) 창립자 에린 매기(Erin Magee)가 출연했습니다. 이후 네버 원스는 몇 차례 방송을 거듭하며 인지도를 점차 높였습니다. 1,500만 명의 팔로워를 자랑하는 아이콘 데본 칼슨(Devon Carlson)이 등장했고(깜짝 게스트로 마일리 사일러스의 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TV 스타 도리나 메들리(Dorinda Medley), 디자이너 수잔 알렉산드라(Susan Alexandra)도 출연했죠.
리아나의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패션 열풍을 타고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새롭게 쇼핑하지 않고 있는 옷을 재발견해서 입는 것이야말로 지구에 이로운 일이니까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은 그녀에게 새로운 ‘유가’ 콘텐츠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죠. <보그>를 그만둔 이후 그녀는 본격적으로 네버 원스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이후 가니, 토리 버치, 나이키 등의 클라이언트와 일하며 좀 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컨트리뷰팅 에디터로 <미국 보그>에도 꾸준히 쇼핑, 패션과 관련된 아주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오고 있죠(<보그 코리아>에도 종종 그녀의 글이 번역되어 올라오기도 합니다).
네버원스는 이제 인스타그램뿐 아니라 뉴스레터, 유튜브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변모했습니다. 다시금 불고 있는 이메일 뉴스레터 형식을 도입해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더욱 친근한 어조로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죠. 그리고 공식 웹사이트(neverworns.net)를 만들어 게스트의 소장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펜디 드레스가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리아나 사텐스타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같은 콘텐츠를 전달해도 그 방식을 어떻게 세련되게 기존 매체의 문법과 다르게 표현할 것인지를 네버 원스를 통해 익힐 수 있습니다. 속도 경쟁이 의미 없어진 패션 뉴스 시대에 관건은 어떻게 독자를 사로잡고 무한한 신뢰를 얻느냐 하는 것입니다. 리아나는 단순히 입지 않는 옷에 대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게스트의 직업적 배경과 패션 신에서의 중요도를 알려주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진짜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웁니다. 이것이 가능한 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보그>와 <마리끌레르> 등 패션 현장에서 발로 뛰며 얻은 취재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죠. 리아나의 평소 패션 스타일도 <보그> 에디터답게 참고할 점이 많으니 인스타그램과 네버 원스에서 남다른 영감을 얻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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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know you know’는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패션계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 ‘알 사람은 아는’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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