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 모스에 관한 모든 것
〈보그〉 메이 퀸, 준비된 슈퍼모델, 패션 로열패밀리…
릴라 모스에 관한 모든 것.
릴라 모스(Lila Moss)가 런던 노스웨스트의 한 커피숍에서 오트밀크 말차라테를 껴안듯 들고 자신의 완벽한 일요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의 일요일은 딥티크 ‘베이’ 캔들을 켜고 욕조에 물을 채우면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목욕을 좋아해요. 하이게이트(Highgate)에 있는 집 욕조에서 바로 보이는 전경이 끝내주죠.” 릴라가 말끝을 흐렸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주근깨투성이 얼굴 위로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 그녀가 꺅 소리를 내며 냅킨을 받아 든 손으로 계속 부채질을 했다. “눈물이 왜 나는지 모르겠네…”
그 한 주는 2002년생인 릴라에게 몹시 감성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와 엄마 케이스 모스의 삶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는 징조를 보여주며 말이다. 릴라는 17세기에 지은 보존 가치 2등급 주택에서 10년 넘게 살았다. 케이트 모스는 그곳을 로큰롤 스타일로 해석해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그림, 푹신한 소파, 앤티크 샹들리에 등으로 꾸몄다(모스 가족은 그 집의 매각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릴라는 <데이즈드> 미디어의 공동 창립자인 아버지 제퍼슨 핵의 집으로 이사했다. 어린 시절에는 이즐링턴에 있는 그 집을 주말마다 찾았다. “아빠와 아주 친해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즐기는 카드놀이죠. 보통 제가 이겨요.” 그녀가 평정을 되찾으며 웃었다. “아빠 집에서 지내는 게 좋아요. 그런 변화는 진짜 신나는 일이죠. 하지만 제가 살던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게 정말 슬펐어요.”
반짝이 아이섀도와 마스카라가 번진 자국을 닦아내던 릴라는 길고 곧은 금발 머리를 귀 뒤에 꽂았다. 그녀는 선명한 녹색 빈티지 코듀로이 플레어 스커트와 엄마 옷장에서 몰래 꺼내 입은 빈티지 블랙 가죽 코트에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서 구입한 라일락과 레드 컬러 케이블 니트를 스타일링했다. 여기에 Z세대 필수품인 블랙 닥터마틴 부츠까지. 활력 넘치는 이야기꾼이자 자조 섞인 말을 잘하는 그녀가 엄마의 런던 남부 크로이던식 말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놀라웠다. ‘세련된 목소리’로 이삿짐을 꾸리다가 발견한 황당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때는 수다쟁이 10대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시 몇 편을 찾았어요. 참 재밌더라고요. ‘어둠은 무지개다.’” 그녀가 과장되게 읊조리더니 피식 웃었다. “‘세상에, 릴라, 너 굉장히 심오했네!’라고 혼잣말을 했죠.” 또다시 그녀는 런던의 10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낭만주의 시인 사무엘 테일러 콜리지가 살았던 그곳은 평범한 집 이상이었다. 밖에서 진을 치는 포토그래퍼들이 엄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있었기에, 아기 릴라가 처음 한 말이 ‘나치’였을 정도였다. ‘파파라치’라는 말을 아기식으로 발음한 것이었다. 이처럼 모든 것을 꿰던 그녀에게 그 집은 안식처였다.
릴라가 엄마의 명성을 실제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여덟 살 때부터였다. “그때 파파라치에 대해 깨달았고, 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엄마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당시를 떠올리며 신중을 기해 말했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사람들이 모두 ‘세상에, 엄마가 케이트 모스지!’라고 말했어요. 어린 나이에는 말을 걸러서 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어떻게 알아요? 우리 엄마 늙었는데? 되게 나이 많아요. 그리고 재미도 없어요!’라고 말했어요.” 릴라가 톤을 높여 말했다. 당시 신문 기사에 실린 사진에서 릴라는 언짢은 표정에 위협적인 눈빛으로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피 코트를 입은 제가 으르렁거리고 있었죠.” 릴라가 웃으며 말했다. “엄마를 보호해주고 싶었어요. 엄마 지인들 모두 제가 어린애치고 무섭대요. 저는 정말 진지했어요. 그렇지만 엄마를 늘 따라 했죠. 엄마는 항상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를 응시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도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았죠. 아직도 그래요.”
케이트도 릴라에 대해 마찬가지였다.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 모델은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심지어 깡마른 패션계 신인 모델에서 런웨이 슈퍼스타, 패션계 레전드로 거침없이 거듭나는 과정에서도(자신의 딸을 정말 자랑스러워하는 케이트는 이 기사를 위해 어떤 말도 전해주지 않았다. 오롯이 릴라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길 원해서다). 릴라는 평범함(그녀는 집에서 여러 번 재생한 뮤지컬 <벅시 말론>의 ‘브로시 브라운’을 여섯 살에 연기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떠올린다)과 특별함(인기 스타에 홀딱 빠졌던 경험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열한 살 때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 리카르도 티시가 이비자에서 연 40번째 생일 파티에서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잭 에프론을 만난 이야기를 꺼낸다)이 세심하게 뒤섞인 가운데 성장했다.
친한 친구로는 배우 주드 로와 새디 프로스트의 딸이자 모델 아이리스 로, 밴드 클래시의 믹 존스와 영화 프로듀서 미란다 데이비스의 딸 스텔라 존스가 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유명한 여러 사람들 가운데서 뭉쳤다. 그런 교우 관계는 릴라에게 큰 도움이 됐다. 접근하기 어려운 구석도 있지만, 릴라는 따뜻하고 매력적이며 언제나 예의 바르다.
모스 집안 모녀는 애증의 관계 그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릴라는 정말 슬기로운 아이죠.” 헤어 스타일리스트 제임스 브라운이 말했다. 그는 케이트의 가장 오랜 친구이며 릴라의 대부다. “어릴 때 그 아이는 정말 학구적이었고, 품행도 단정했어요.” 릴라는 책임감 있는 아이로 성장했다. 매일 밤 술 마시며 노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친구는 제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천사 같아요. 늘 조언을 해주죠.” 어린 시절부터 릴라의 절친이었던 스텔라 존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우리 모임’에서 단연코 가장 책임감이 넘쳐요. 때론 권위적인 면도 보이죠. 그리고 정말 좋은 곳을 많이 알아요. 모든 걸 준비하고 식당을 예약하거든요.”
그녀에겐 규칙이 있다. 제1형 당뇨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 중에도 앱을 통해 여러 차례 혈당 수치를 주의 깊게 체크했다. 그때마다 <정글북> 곰 발루 그림의 케이스 속 휴대폰을 자신의 샤넬 백에 다시 놓기 전, ‘실례해요’라고 매번 정중히 말했다. 나는 그 휴대폰을 보며 독특한 인상을 받았다. 유명인이든 아니든 내가 아는 거의 모든 사람과 다른 릴라는 그런 유의 것에 완전히 무관심한 듯했기 때문이다. “주말 동안 시골에 머문다면, 릴라의 휴대폰은 놓아둔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예요.” 브라운이 말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 그 일에만 집중하지 휴대폰에는 신경을 안 쓰죠. 케이트도 똑같아요. 그들은 항상 휴대폰을 보지 않아요.” 그렇지만 두 사람의 시간에 대한 접근법은 상이했다(클래식, 즉 어른인 모스는 몇 해 전 파리 리츠 호텔 스위트룸에서 가진 인터뷰에 3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하지만 오늘 릴라는 일찍 와 있었다). “시간 약속 지키는 것을 좋아해요.”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엄마는 자주 늦어요!”
그럼에도 두 사람은 믿기 힘들 만큼 친하다. 릴라는 최근 슈퍼모델 엄마 덕분에 누리게 된 옷장 습격 기회에 눈을 떴다. “지난 4~5년에 걸쳐 엄마 스타일이 진짜 멋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 완전히 인정해요”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케이트의 생 로랑 코트와 샤넬 2.55 백을 몰래 들고 다닌다. 그리고 엄마는 딸의 아디다스 트랙 수트를 몰래 꺼내 입는다. “엄마에겐 괜찮은 트랙 수트가 없어요. 파자마뿐이죠. 엄마는 제가 이런 얘기하는 걸 싫어할지도 몰라요. 트랙 수트 입는 걸 아무도 모르길 바라니까요.” 두 사람은 책과 TV 쪽에서는 같은 취향을 공유한다. “<Law & Order>를 즐겨 봐요. 잠들기 전 엄마가 자주 보는 드라마죠. 넷플릭스에 나오는 범죄 드라마를 모두 체크해둔다니까요.”
릴라는 모델로서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케이트가 그다지 열렬히 지원하지 않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엄마는 늘 제가 모델 일에 관심을 갖지 않길 바랐어요. 항상 ‘네가 그 일을 하고 싶다면, 해도 돼. 하지만 나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어요.” 그런 케이트는 열네 살에 모델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2년 캘빈클라인 광고에서 상의를 걸치지 않고 다리를 벌린 채 마크 월버그 위에 올라앉아야 했던 일 때문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밝혀왔다. “누구도 당신의 정신적 부분까지 케어해주지 않죠.” 케이트가 2012년 <베니티 페어>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할 때마다 엄청난 압박감이 뒤따릅니다.” 케이트에게는 2017년 탤런트 에이전시를 설립한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 자신은 절대 받아보지 못한 지원을 신인 모델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서다. 릴라는 ‘케이트 모스 에이전시’와 계약했다. 절친 스텔라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제가 더 어릴 때 엄마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할까 봐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릴라가 혼잣말하듯 말했다. 하지만 10대 청소년이 카메라 앞에서 편해지기까진 시간이 좀 걸렸다. “열세 살이었을 때 엄마가 뭔가 함께 하자고 했던 것 같아요.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 자다 일어나서 ‘나 못해!’라고 말했어요. 너무 부끄러웠죠. 치아 교정기도 끼고 있었거든요.”
릴라는 열다섯 살 때 마크 제이콥스 뷰티 광고 촬영을 통해 쑥스러움을 극복했다. “마크를 잘 알아요. 그의 작품과 제품이 맘에 쏙 들었어요. 그래서 그 일이 제가 하기에 제격이라고 여겼어요.” 사진, 패션 텍스타일, 미디어학 수업에서 A를 맞으며 졸업하기 전이었지만, 마크 제이콥스 퍼펙트 향수 광고의 메인 모델이 됐다. “그냥 계속했어요!” 그녀가 사랑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첫 캣워크는 미우미우 쇼였다. 자신의 열여덟 번째 생일 즈음 2021 S/S 패션쇼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고, 리차드 퀸을 비롯해 2021년 9월 런던 패션 위크의 빅 쇼에서 활약했다. 모스 모녀가 함께 섰던 ‘펜다체’ 쇼에서 릴라는 바로크 프린트가 가미된 반짝이는 수영복을 입고 워킹했다. 이때 자신의 옴니팟 인슐린 펌프를 우연히 노출하게 됐다. “그 얘길 하자면 길어요.” 릴라가 그 쇼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녀는 자신의 룩에 대해 굉장히 깐깐하게 굴었죠.” 친구인 펜디 디렉터 킴 존스가 말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길 좋아해요. 그리고 뭘 입고 싶은지 잘 알죠. 하지만 릴라가 릴라다울 때가 좋아요.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릴라에게 전 세계 <보그> 커버는 또 다른 중요한 단계다. 그녀가 뉴욕 촬영장에서 찍은 비하인드 사진을 신나게 보여줬다. 사진에서 그녀는 미래적인 로에베를 입고 치아(Chia) 푸딩을 먹고 다른 사진에서는 코르셋을 입고 있었다. 릴라는 모델로 성공하면 부모가 그녀에게서 떼어놓으려고 했던 유명세 때문에 불안할까? “그렇지 않아요. 직접 봤기 때문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No’라고 말해야 했죠. 하지만 늘 즐겁답니다!”
런던 북서부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을 때 우리는 당근케이크를 먹을지 말지 고민했다. 그런데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매주 세 번씩 버섯토스트를 시켜 먹는 손님에다 떠오르는 패션 스타지만, 프림로즈 힐의 핫플 ‘그린베리 카페’에서 할당된 시간 이상으로 자리를 차지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공원을 향해 걸었다. 릴라는 코츠월드에서 아파트에 머물지 않을 땐 애완견 아치와 스탠리를 공원에 데려가 같이 뛰어논다. 나는 직업적 목표에 대해 물었다. “포토그래퍼 그레이 소렌티와 일하고 싶어요.” 그녀가 과감하게 말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생 로랑이에요. 매장에 갈 때마다 그곳 제품을 다 갖고 싶었죠. 거의 집착에 가까워요. 꽤 멋질 것 같아요.” 그녀가 킥킥대며 말했다. 엄마가 그 브랜드의 비공식 홍보대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설득력이 없진 않았다. “농담이에요!” 그녀가 강한 어조로 소리쳤다.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그녀의 미니 전기차에 이르렀다. 얼마 전 운전면허를 땄고 생일 선물로 받은 빈티지 화이트 미니를 타고 엄마와 함께 엉망진창이었던 첫 시승을 마친 후, 점점 자신감을 쌓아가는 중이었다. “제가 다니던 하이게이트 고등학교 부근 블록으로 차를 몰았어요. 코너에서 멈칫했죠. 오르막이었거든요. 저보다 어린 남자아이 네 명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어요. ‘달려, 릴라! 면허 땄잖아!’ 하지만 저는 ‘엄마, 나 못하겠어’라고 말했죠. 벌게진 얼굴로 차에서 내려야 했고 엄마가 집에 갈 때까지 운전했어요. 완전히 충격받았죠. 그날 이후로 운전을 안 해요.” 아마 그 순간만큼은 몇 년간 당한 파파라치 스토킹이 살짝 도움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오, 이런, 아래를 봐. 그리고 걸어. 웃으면서! 그렇지만 아래를 봐!”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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