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예쁜 1990년대 시네마 패션 3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한 장의 엽서 같은 패션! ‘유행은 사라지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이브 생 로랑의 말을 떠올리게 만드는 타임리스 스타일부터 ‘유행은 돌고 돈다’는 명제를 입증하는 Y2K 스타일까지. 2023년에도 여전히 근사한 1990년대 시네마 속 패션을 채집했습니다.
#1 A Tale of Springtime, 1990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영화학도는 물론 수많은 팬을 거느린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 그의 작품 중 오늘 주목할 것은 ‘사계절 이야기’의 첫 번째 영화 ‘봄 이야기’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신호가 포착되면 ‘복습’에 나설 정도로, 사계절 연작은 에디터가 애정하는 스타일링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봄 이야기’는 겨울을 지나 생동하기 시작한 파리와 싱그러운 녹음이 드리우기 시작한 별장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그 안에서 키 아이템으로 활약하는 것은 다름 아닌 데님! 극의 주인공이자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인 ‘잔느(안느 테세드르)’는 샴브레이 블루 데님 셔츠에 코발트 블루 컬러의 니트를 걸친 스타일로 눈길을 끕니다. 손목에 착용한 골드 메탈 워치는 룩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액세서리죠.
파티에서 우연히 잔느를 만나 함께 생활하는 ‘나타샤(플로랑스 다렐)’의 톤이 비슷한 데님 재킷과 팬츠를 조합한 청청 패션, 나타샤 아버지 이고르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에브(엘로이즈 베넷)’의 라이더 재킷과 보스턴 백을 매치한 데님 룩 등등. 완연한 여름이 오기 전, 지금 딱 시도해보면 좋을 데님 스타일이 이어집니다.
앞서 언급한 데님을 비롯해 ‘봄 이야기’ 속 블루 톤의 스타일링 역시 미장센을 청량하고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페일 블루 데님 팬츠에 매치한 인디고 블루 컬러의 니트, 청록빛 니트에 중청 데님 그리고 데님 재킷의 조합, 그레이 톤의 이너에 레이어드한 오션 블루 컬러의 재킷이 바로 그 예시죠. 때론 우아하고 그윽하게, 때론 청량하고 상큼하게! 블루의 매력을 다채롭게 포착한 룩들입니다.
프로방스풍의 자크무스 서머 셔츠가 떠오르는 플로럴 셔츠도 올봄과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아이템입니다. 잔느는 아이보리와 퍼플 톤이 섞인 옐로 컬러의 셔츠를 베이지 팬츠와 블랙 블레이저에 매치했는데요. 다른 아이템은 모노톤이나 어스 컬러로 차분하게 연출하고 셔츠에 집중되도록 만들었어요. 또 레더 소재의 손목시계와 벨트도 눈여겨볼 근사한 포인트! 여기에 셔츠 칼라를 재킷 밖으로 꺼내 셔츠의 존재감을 더욱 뚜렷하게 해주었죠. 셔츠 스타일링과 함께 벽에 걸린 앙리 마티스의 작품 ‘앵무새와 세이렌’이 만들어내는 컬러풀한 시너지도 무척이나 근사합니다.
지금부터 여름까지 더없이 예쁜 패턴을 뽑자면 스트라이프를 빼놓을 수 없겠죠. 에브의 스트라이프 룩은 프렌치 클래식 그 자체입니다. 우아한 분위기가 감도는 보트 넥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중청 데님을 매치했는데요. 동일한 스트라이프 패턴의 헤어밴드를 착용해 룩의 통일감을 높여주는 스타일링을 선보였습니다.
#2 French Kiss, 1995
또 다른 스트라이프 룩도 만나보실까요? 이 룩의 주인공은 바로 1990년대 아메리칸 스윗 하트의 대명사 맥 라이언입니다. 특유의 유쾌한 이미지와 해사한 미소가 매력적인 맥 라이언은 명실상부 1990년대 할리우드 최고의 로코 퀸이었죠. 오늘 주목할 맥 라이언의 영화는 1995년 작 <프렌치 키스>입니다.
극 중 맥 라이언은 자신을 배신한 연인을 찾아 나선 파리에서 운명의 인연을 만나 사랑을 이루는 역사 선생님 ‘케이트’ 역을 맡았습니다. 순진무구하고 천진한 동시에 낙천적이고 사랑스러운 맥 라이언의 고유한 매력이 잘 드러난 영화예요. 컬이 살짝들어간 쇼트커트의 헤어스타일은 물론 맥 라이언의 패션 역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맥 라이언의 스트라이프 티셔츠와 짝을 이루는 패션템을 살펴보시죠. <봄 이야기>에선 데님이었다면 <프렌치 키스>에선 아메리칸 캐주얼을 대표하는 아이템, 맨 스타일 치노 팬츠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고 클래식한 베이지 치노 팬츠에 와이드한 레더 벨트를 매치했어요. 프렌치 룩을 대표하는 마린풍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아메리칸 캐주얼로 해석한 맥 라이언의 감각이 엿보입니다.
파리의 골목부터 칸의 비치, 프로방스의 와이너리 등 아름다운 프랑스를 배경으로 러브 스토리가 펼쳐지는 <프렌치 키스>. 덕분에 맥 라이언의 보이시하면서도 상큼한 매력이 돋보이는 여행지 패션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죠. 뒤편에 셔링이 잡힌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에 빈티지한 워싱의 데님 팬츠, 브라운 레더 백팩을 매치한, 더없이 편안하고 여유로운 캐주얼 룩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룩의 키포인트는? 199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틴티드 선글라스! ‘찐’ Y2K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액세서리로 맥 라이언의 통통 튀는 매력과 잘 어우러지는 아이템이에요.
#3 10 Things I Hate About You, 1999
마지막 영화는 1999년 개봉한 고전 하이틴 무비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입니다. 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작품인데요. 풋풋하고 앳된 줄리아 스타일스와 히스 레저, 조셉 고든-래빗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교내 문제아 ‘패트릭(히스 레저)’과 좌충우돌 사랑에 빠지는 ‘카트리나(일명 캣)’ 역을 맡은 줄리아 스타일스는 그야말로 ‘인생캐’ 연기를 선보였어요. 또 뉴트로와 Y2K 패션이 유행하는 지금, 극 중 캣의 OOTD와 아이템은 20여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참고할 수 있을 만큼 ‘요즘 패션’ 그 자체입니다. 동생으로 등장하는 ‘비앙카(라리사 올레이닉)’와 함께 두 자매는 그 시절의 켄달과 카일리라 할 수 있으니까요!
먼저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지난해부터 트렌드로 급부상한, 축구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블록코어(Blokecore) 룩입니다. 뉴진스와 블랙핑크 제니의 스타일링을 통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트렌드를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축구부 활동을 하는 캣은 옐로 컬러의 유니폼을 입고 잔디밭을 누빕니다. 블루 쇼츠와 니삭스까지 더한 스타일링은 그야말로 ‘원조’ 블록코어 룩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죠.
또 한 가지, 눈길을 사로잡는 아이템은 워크웨어 스타일의 카고 팬츠와 페인트 자국의 치노 팬츠! ‘유행은 돌고 돈다’는 진리가 떠오르는 스타일링인데요. 미니멀한 탱크 톱과 착용하거나 그래픽 티셔츠에 후드 집업, 플립플롭 스타일의 플랫폼 샌들과 매치해 카고 팬츠 룩을 완성했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예술성이 넘치며 약간의 반항기와 삶에 무심한 태도를 지닌 캣의 캐릭터에 부합하는 스타일링이죠.
여름이 오기 전, 니트 하나만 착용해도 좋은 때가 바로 봄이죠. 버건디 컬러의 크롭트 니트 혹은 1990년대 특유의 컷오프 스타일 니트에 미니멀한 블랙 팬츠를 매치한 캣의 룩을 참고해보세요! 빈티지풍 골드 펜던트가 달린 얇은 진주 목걸이, 후프 이어링 등의 액세서리 조합도 캣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주요한 스타일이죠. 때론 하이 포니테일로, 때론 하프 업 스타일로 경쾌하게 또는 내추럴한 매력이 돋보이도록 연출한 헤어 룩도 눈여겨보면 좋을 포인트예요.
로코+하이틴 무비인 만큼 사랑스럽고 귀여운 OOTD 역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솜사탕 같은 베이비 핑크 니트에 화이트 시어 스커트를 매치하고 투박한 T 스트랩 샌들에 화이트 삭스를 매치한 캣의 룩은 걸리시와 보이시, 두 가지 매력이 모두 묻어납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포인트는 플로럴 디테일! 플로럴과 비즈 디테일의 임브로이더리 화이트 셔츠에 미니멀한 H라인 스커트를 매치한 캣의 룩은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무드가 느껴집니다. 한편 학교 최고의 스타로 등장하는 캣의 동생 비앙카의 플로럴 룩은 좀 더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톤이 특징인데요. 베이비 블루 플로럴 패턴의 크롭트 톱에 화이트 데님을 매치하거나 장미 패턴의 선드레스 룩을 연출했습니다. MZ 세대가 애정하는 브랜드 리포메이션과 후즈가 떠오르는 스타일링이죠?
이처럼 캣과 비앙카의 룩을 비교하며 취향대로 즐겨보는 것 또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를 즐겁게 관람하는 팁입니다. 또 그리운 이름 히스 레저가 부르는 세레나데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도 놓치지 마세요. 올봄에도 여전히 유효한 패션과 함께 1990년대 노스탤지어의 낭만에 빠져들게 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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