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럭셔리’를 완성할 최적의 아이템
‘조용한 럭셔리’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부상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결같이 조용한 럭셔리를 표방해온 제냐, 더 로우, 로로 피아나와 같은 브랜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2022년 매출이 29.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죠.
하지만 조용한 럭셔리를 소화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로고도 들어가선 안 되고, 화려한 컬러도 사용할 수 없고, 디테일 역시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자칫 잘못하면 룩이 지루하고 뻔해질 수 있다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어떻게 스타일링할지 감이 안 잡힐 때, 훌륭한 교과서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1990년대 미니멀 스타일을 대표하는 캐롤린 베셋 케네디가 그 주인공!
언제나 미니멀한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그녀가 가장 즐겨 입은 아이템은 타이트한 핏의 수트 재킷. 일반적인 실루엣의 재킷이 아니라, 항상 허리 라인이 움푹 들어간 클래식한 느낌의 재킷을 선택했습니다. 실루엣과 핏만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미니멀 스타일이니, 최대한 곡선을 살려 페미닌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죠. 요지 야마모토의 최신 컬렉션이 입고될 때마다 바니스 뉴욕 백화점이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을 만큼 요지의 열렬한 팬이었던 캐롤린 베셋 케네디는 철저하게 블랙을 고수하며 조용한 럭셔리의 법칙을 따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특히 ‘필승 조합’처럼 활용한 것은 허리가 들어간 수트 재킷과 롱스커트의 조합. 스커트 역시 다리에 딱 달라붙는 타이트한 실루엣을 선호했고, 컬러는 이번에도 재킷과 같은 검정이었죠. ‘블랙 온 블랙’을 스타일링할 때 소재를 다르게 매치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깔끔한 울이나 코튼 재킷을 입고, 스커트는 광택을 살짝 머금은 새틴 소재를 선택하는 식이죠. 컬러를 통일해 길쭉한 실루엣은 유지하되, 따분함을 덜어낸 그녀만의 ‘스타일링 팁’이라고 할까요?
최근 몇 번의 런웨이에서도 캐롤린 베셋 케네디가 살아 있었다면 눈독을 들였을 것이 분명한 룩이 여러 벌 등장했는데요.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던 요지 야마모토부터 볼까요? 캐롤린이 요지에 빠지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같은 느낌의 옷을 선보이는 요지는 클래식한 라인의 수트 재킷을 활용한 올 블랙 룩을 선보였습니다. 롱스커트만 앙증맞은 쇼츠로 바꿔서 말이죠!
엠포리오 아르마니 역시 요지와 마찬가지로, 롱스커트가 아니라 버뮤다 팬츠를 택했습니다. 때마침 쇼츠 수트(올봄을 가장 스타일리시하게 보내는 방법, 쇼츠 수트)가 트렌드이기도 하니, 클래식하고 타이트한 수트 재킷과 버뮤다 팬츠의 믹스 매치를 시도해 조용한 럭셔리에 트렌드를 살짝 가미해도 좋겠죠?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스타일과 가장 흡사한 룩을 선보인 것은 베르사체입니다. 재킷 실루엣부터 올 블랙까지, 치마 기장이 조금 짧아진 정도를 제외하곤 모든 면에서 닮았죠. 베르사체가 제안하는 방식처럼, 글러브를 활용해 우아함을 더할 수도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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