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막 커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지구가 점점 밝아지고 있습니다. 2016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린 논문 ‘The New World Atlas of Artificial Night Sky Brightness’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약 99%가 인공조명 아래서 밤을 보낸다고 합니다. 이를 스카이 글로우(Sky Glow)라고 하는데요. 지난 몇 세기 동안 인류가 안전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켜기 시작한 모든 조명과 가로등의 누적을 시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미국인의 80%가 은하수를 가리고 있는 꼴이죠. 그리고 저는 세상에서 가장 (밤이) 밝은 도시 중 한 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빛 공해’는 우리의 수면뿐 아니라 건강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습니다. 심장 질환과 비만, 심지어 알츠하이머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거든요.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신경학자 필리스 지(Phyllis Zee) 박사는 “잠자는 동안 방을 가능한 한 어둡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망막은 각각 수면과 각성을 담당하는 도파민, 코르티솔 분비를 조절하는 시교차 상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가로등 불빛부터 전자 제품의 전원을 표시하는 작은 불빛까지 눈꺼풀을 통과해 숙면을 방해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알다시피 지속적인 숙면은 우리의 신진대사와 심혈관, 인지 능력 등 건강에 필수적입니다. 지난해 6월 필리스 박사가 <슬립>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의 30% 정도가 무드 등 같은 특정 조명을 켜고 잔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밤에 켜는 인공조명은 노인 당뇨병과 고혈압의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텔레비전 조명은 비만에도 영향을 끼치고요.
인지 건강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필리스 박사는 “특정 수면 단계는 깨어 있는 시간에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하는데요. 숙면의 핵심 단계인 서파 수면이 방해를 받으면 몸에 쌓인 독성 물질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독성 물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단백질 조각,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죠.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병과도 연관된다는 걸 알 수 있다는 대목이죠”라고 필리스 박사는 강조합니다.
겁먹지 마세요.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우선 가전제품이나 전자 기기의 디스플레이에서 나오는 미세한 불빛까지 완벽하게 차단하세요. 더 완벽한 어둠을 위해서는 암막 커튼이 필요합니다. 필리스 박사는 심지어 침실 조명 스위치 위치를 표시하는 조그마한 불빛 위에도 따로 패치를 붙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그는 빛의 1~2%만 허용한 상태에서 잠을 잡니다. 대신 아침이 되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커튼을 젖히죠. “다시 침대로 돌아가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하면 잠에서 금방 깰 수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입니다.
그리고 “빛의 색은 하루 종일 바뀌어요. 아침 햇살은 더 파랗죠. 햇빛에도 블루 라이트는 포함되어 있고요. 그리고 우리 망막에는 블루 라이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는 특수 광수용체가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마냥 나쁜 줄로만 알았던 블루 라이트에 장점도 있다는 것인데요. 적절한 시간에 잘 사용하면 오히려 주의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활기차게 해줍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아침, 한낮의 햇빛에 노출되면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고요. 해가 지면 조명도 함께 어둡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리스 박사는 “저녁 식사 후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부터 조명의 밝기를 낮추세요”라고 말합니다.
필리스 박사와 대화를 나눈 후 저는 침실에 있는 모든 조명의 빛을 체크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에어컨 대신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어두워지는 제품으로 교체했고요. 밤에는 스마트폰을 방 밖에 둡니다. 잘 때는 베개로 벽을 쌓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았죠. 주문한 암막 커튼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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