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모스의 플란넬 셔츠 룩은 ‘팬심’으로 탄생했다?
지난 2023 S/S 시즌에 가장 화제가 된 룩 중 하나는 보테가 베네타의 케이트 모스가 입었던 바로 그 플란넬 셔츠일 겁니다. 슈퍼모델인 그녀가 거의 민낯에 가까운 얼굴로 플란넬 셔츠와 화이트 탱크 톱, 청바지를 입고 뚜벅뚜벅 걸어 나오던 그 장면은 패션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죠. 정말이지, 케이트 모스의 그 모습은 무심한 듯 태연한 스타일 코드를 정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리고 플란넬 셔츠는 이번 시즌 빅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실은 체크 패턴이 들어간 레더 셔츠인 그 플란넬 셔츠는 처음부터 케이트 모스를 위해 디자인한 것입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보그> 인터뷰에서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케이트 모스, 그 사람 자체, 그녀의 1990년대 스트리트 패션을 떠올리며 디자인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가 케이트 모스에게서 영감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케이트 모스를 처음 본 열두 살 때부터 줄곧 그녀를 동경해왔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케이트 모스 특유의 ‘개성, 타임리스, 편안함’을 적용한 보테가 베네타의 2023 S/S 컬렉션은 마티유 블라지가 지닌 동경의 정점이었죠.
마티유 블라지가 구글에서 처음 검색해본 단어는 ‘케이트 모스’, 집에 있던 프린터로 처음 인쇄한 이미지도 케이트 모스의 사진이었습니다. “케이트 모스의 사진을 모으는 게 취미가 됐어요. 그리고 이 취미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케이트 모스를 통해 사진가, 디자이너, 패션을 발견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컴퓨터 모뎀 소리를 들을 때마다 케이트 모스가 떠오릅니다. 아마 이 소리로 평생 케이트 모스를 기억하겠죠.”
‘천생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에게 패션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케이트 모스가 입으면 마법처럼 그 어떤 옷이라도 세련되고 멋지게 바뀝니다”라는 마티유 블라지의 말처럼요. 그리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케이트 모스가 입었던 수많은 옷 중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캘빈 클라인 옵세션 캠페인에서 입었던 에어포트 데님, 티셔츠, 블랙 슬립과 2007년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 ‘골든에이지 오브 꾸뛰르’ 갈라에서 입은 빈티지 디올 드레스를 꼽았습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10대 내내 케이트 모스의 사진을 스크랩했습니다. 이 스크랩북을 두고 그의 ‘첫 아카이브’라고 설명했을 정도죠. 그리고 그 촉각의 기억은 케이트 모스에게 헌정하는 팬진(Fanzine, ‘팬’과 ‘매거진’의 합성어)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 특별한 팬진에는 케이트 모스의 CK ONE 광고 콜라주 사진과 사진가 닉 나이트가 찍은 1998년 6월호 <브리티시 보그> 커버 사진을 그린 마티유 블라지의 드로잉도 실려 있죠.
이번 보테가 베네타 팬진은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케이트 모스 에디션은 세 번째 책입니다. 첫 번째 책에서는 미공개 사진을 통해 창작 과정, 2023 S/S 컬렉션의 영감과 환상적인 제작 과정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책에서는 마티유 블라지가 이탈리아 아티스트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와 협업해 만든 캠페인을 다뤘죠. 가에타노 페셰가 디자인한 의자에 케이트 모스가 나체로 앉아 포즈를 취한 사진 역시 실려 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이토록 깊고 오랜 ‘팬심’을 아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겁니다. 마티유 블라지는 지금쯤이면 케이트 모스가 그의 팬심을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고 고백했지만요.
*그의 애정이 가득 담긴 특별한 팬진은 전 세계 보테가 베네타 부티크에서 한정 수량만 무료 배포합니다.
- 글
- Alice C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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