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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보다 반짝이는 손끝을 위하여

2023.04.25

보석보다 반짝이는 손끝을 위하여

손끝의 컬러와 텍스처, 애티튜드의 화려한 조합. 톱과 스커트는 베르사체(Versace.com), 가방은 디올(Dior), 귀고리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반지는 차례대로 디올, 불가리(Bulgari), 노테(Notte).

지금 꼭 필요한 액세서리는?
최대한, 있는 힘껏, 과도하게 꾸민, 보석보다 더 화려한 손끝.

“세상에, 손톱이 따분해 보이네.” 어느 날 밤, 네일 아트에 꽂혀 인스타그램을 끝없이 검색하며 스크롤을 내리던 내 손톱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몇 년간 똑같은 매니큐어를 고수해왔다. 중성적인 색상은 파운데이션처럼 내 피부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나는 패션 디자이너 미야코 벨리지(Miyako Bellizzi)의 ‘옹브레(Ombré)’ 네일 스타일에 빠져들었다. 그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몬드, 스틸레토 등의 네일 모양과는 다른 길디긴 관 같은 모양새로 매우 생소한 비주얼이었다. 벨리지의 SNS 피드를 보면서 ‘저런 손톱을 하고 우버 택시를 부를 수 있을까?’ ‘치실은 어떻게 하지?’ 그리고 당연히, ‘나도 엄두를 내볼까?’ 같은 의문이 내 안에 샘솟았다.

나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처음엔 그랬다. 아직까지는 손끝을 다채롭게 꾸미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나는 런던의 네일 아티스트, 실비 맥밀란(Sylvie Macmillan)이 몇 시즌 전 드리스 반 노튼 쇼를 위해 가늘고 긴 네일 팁에 이 컬렉션의 소재를 따서 창조한 네일, LA의 네일 아티스트 코카 미셸(Coca Michelle)이 메건 더 스탤리언을 위해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착안한 보석 장식의 디자인 등 기괴한 스타일을 보며 환상에 잠겼다. 그리고 틱톡에서 네일 아트 튜토리얼 영상을 봤다. 꾸뛰르 런웨이에 등장한 네일을 다룬 뉴스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빅터앤롤프 쇼에 등장한 모델들의 드라큘라에서 영감을 받은 네일, 글렌 마르탱의 장 폴 고티에 꾸뛰르 무대에서 목격된 살색 톤의 단도 모양 네일에 대한 기사 말이다. 팬데믹이 종식되고, 비어 있던 뉴욕 상점이 일본 스타일의 네일 아트 숍으로 채워진 것을 보며 놀라고 말았다. 매우 중요한 장신구로서 네일에 끌리는 것은 분명 나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브루클린의 네일 아티스트 허니(Honey)에게 그 소식은 결코 새로운 화젯거리는 아니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네일 숍에 다녔죠.” 그녀는 브루클린 해군 야드 근처에 자리한 프라이빗 스튜디오에서 반짝거리는 항아리를 뒤지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지적에 따르면 상당수의 유색인 여성에게 화려하게 장식한 기다란 네일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허니는 패션계의 가장 혁신적인 네일 기술을 통해 세상의 이목을 끌기 수년 전, 어머니와 함께 살던 이스트 플랫부시의 네일 살롱에 매주 다녔다. “이 동네 여자들 모두가 그곳에서 손톱을 관리했어요. 온갖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죠”라고 말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여러 가지 발전한 형태가 복합된 것입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이자 <네일: 현대 매니큐어 이야기(Nails: The Story of the Modern Manicure>의 저자 수잔 E. 샤피로(Suzanne E. Shapiro)가 설명했다. “힙합계의 미학이 주류화되고 셀럽 문화가 대두되면서, 카디 비 같은 사람들이 ‘맥시멀 네일’의 아이콘으로 부상했어요. 한편으로는 네일 기술 측면에서 엄청난 혁신이 이뤄졌는데, 대부분 아시아에서 유래한 것이죠.” 그 대단한 진보 중 하나는 바로 ‘아프레스 젤-엑스 익스텐션(Aprés Gel-X Extension)’이라는 이름의 손톱 연장 키트. 뉴욕의 네일 아티스트 메이 카와지리(Mei Kawajiri)는 일본에서 개발된 이 얇게 늘어나는 네일 팁에 대해 “어떤 손톱에도 맞출 수 있고, 아크릴처럼 작업하기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광택 젤과 비슷하게, 빠르게, 크게 힘들이지 않고 바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카와지리가 ‘네일 아트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말하는 포인트다.

‘재미있다는 것’은 분명 카와지리의 화려한 네일 아트 스타일을 특정하는 요소 중 하나. 그녀는 도쿄에서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때 클럽에 가는 소녀들을 위해 늦은 밤 매니큐어 서비스를 하며 실습했다. 2012년 뉴욕으로 이주하자마자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오밀조밀한 디자인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30만 명이 넘는 팬들이 그녀가 마크 제이콥스, 벨라와 지지 하디드, 각본가 제레미 O. 해리스(Jeremy O. Harris), 스페인 출신 팝 스타 로살리아(Rosalía) 같은 단골 고객에게 선사하는 초현실적이고, 알록달록한 손톱에 감탄하며 그녀의 작품을 찾아본다. 그녀가 선보이는 새 작품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젊은 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학생들은 네일에 굉장히 열정적이며, 자기표현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어요.” 사바나 아트 & 디자인 대학(Savannah College of Art and Design)의 뷰티 & 프래그런스 비즈니스 프로그램 부학장, 멜로니 무어(Meloney Moore) 교수가 말했다. “그 친구들에게 네일 아트는 주얼리 혹은 대담한 액세서리와 같은 것이죠. 단지 매니큐어를 바르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아요.” 무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녀는 제자 배리 클레이(Barry Clay)와 자신의 말에 딱 들어맞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손톱을 엄청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죠.” 뉴욕 브롱스빌에서 자란 21세의 클레이가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인스타그램에서 @ArtNailNYC라는 네일 숍을 발견하게 됐어요. 돈을 내고 네일을 받는다면, 손톱을 물어뜯으며 그것을 망치고 싶어 하지 않겠구나 싶었죠.”

물론 이 분야에서 진정한 게임 체인저는 SNS다. 미야코 벨리지, 맥밀란, 허니, 카와지리 같은 아티스트는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전 세계적으로 공유하고, 궁극적으로는 성장할 공간을 얻기 때문이다. “네일 아트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대단한 의식이 되고 있습니다.” 배니티 프로젝트(Vanity Projects)의 설립자 리타 드 알렌카 핀토(Rita de Alencar Pinto)가 지적했다. 46세의 큐레이터인 그녀는 2008년 살롱과 갤러리를 조합한 컨셉으로 론칭하고, 국제적인 네일 아티스트를 내세운 팝업 매장을 오픈했다. 배니티 프로젝트는 그 후로 뉴욕과 마이애미에 터를 잡았지만, 여전히 예술에 중점을 둔다. 핀토는 손톱을 아주 작은 캔버스에서 작업하는 복합 미디어 아티스트의 플랫폼으로 본다. 그리하여 그녀는 모든 사람의 삶에 작은 특별함을 주는 수단으로서 네일 아트를 열심히 밀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신체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아요. 기분 전환제가 필요하다면 네일을 새로 하면 되죠.” 그녀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의 네일이 점차 인기를 끌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집에 갇힌 상황이라도 자신의 손톱이 눈에 띌 수 있고 특별하게 여길 수 있죠. 기분 좋게 해주는 것이 언제나 있는 거죠!” (VK)

    Maya Singer
    사진
    Valentin Herf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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