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뭘 입어야 잘 입었다고 소문이 날까?

2023.05.14

뭘 입어야 잘 입었다고 소문이 날까?

1956년에 발간된 책을 통해
우리는 이 보이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What Shall I Wear?>라는 책에서 클레어 맥카델(Claire McCardell)은 이미지 메이킹과 즉각적 만족을 넘어 존재하는 다양한 패션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미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있는 대학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 런웨이>를 보며 함께 들은 말을 요즘도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하이디 클룸과 지금도 미국 최고의 디자이너로 꼽히는 마이클 코어스의 전성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친구는 너저분한 기숙사 소파에서 벌어지는 단체 관람에 늘 함께했지만, 옷은 화면을 통해 보는 것만으론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에 이 쇼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곤 했다. 이런 완고한 의견이 열아홉 살짜리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런웨이>에 대해서는 진심이었기 때문에 그랬지 싶다.

물론 옷이란 것은 항상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점차 스크린을 통해 옷을 검색하고 구입하고 자랑하며, 재판매하게 되면서 어느 때보다 패션을 느낄 수 있었다. 끝없이 대체되는 시각적 다양성을 약속하는 패스트 패션은 이런 중요성의 변화를 활용하기 위해 구축된 산업이다. 아마 전 세계의 자라(Zara)와 에이치앤엠(H&M)을 장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규모와 속도로 운영되는 온라인 쇼핑몰 쉬인(Shein)보다 이를 더 잘 보여주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자라는 매년 1만 개 정도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쉬인은 단 하루에 이 정도 물량을 출시한다). 쉬인은 데이터뿐 아니라 비닐봉지에 포장된 물건을 산더미같이 쌓아두고 개봉하는 ‘쉬인 하울’ 같은 틱톡 트렌드를 기반으로 의류를 제작한다. 가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니트 드레스는 12달러, 튜브 톱은 단돈 2달러 25센트다. 쉬인 팬들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은 딱 가격만큼 값을 한다는 것. 쉬인 후기를 올린 한 작성자는 새로 구매한 바지를 다림질하려는 다른 구매자에게 정말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쉬인에서 산 ‘면 100%’ 셔츠를 다림질했더니 녹아버렸어요.” 물리적 현실감이 나중에야 느껴지는 옷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 패션은 클레어 맥카델이 1956년에 출간한 옷 입기에 대한 열정 넘치는 가이드 <What Shall I Wear?>에서 조사한 것과는 거리가 먼 쇼핑 환경을 만들었다. 이 책은 토리 버치의 새로운 소개 글과 함께 최근 재발간되었는데, 패션 평론가들은 패션에 대한 이 책의 지속적 관련성을 칭찬했다. 의류 세계의 많은 부분이 변했지만, 맥카델의 목소리는 여전히 경쾌한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맥카델은 선구적 여성복과 스포츠웨어로 알려진 미국의 기성복 디자이너였다. 공식 행사용 의상조차 울 저지처럼 형태가 잡히지 않은 형태와 단순한 소재를 선호했다. 쉽게 손이 닿을 수 있도록 측면에 지퍼가 달린 스커트와 발레 플랫 같은 혁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메릴랜드에서 성장해 파슨스 스쿨에 입학한 뒤 파리로 건너가 패션을 공부했지만 유럽 패션의 영향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 스타일을 모방하는 것보다 미국 여성의 일상적 스타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1930년대와 1940년대 맥카델의 출현은 미국 본토 패션이 시작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에서 맥카델은 옷장을 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패션 트렌드는 어디에서 오는가?” 같은 질문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그리고 “드레스의 잘못인가?”라는 챕터에서는 패션이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독자들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선에서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장난기 넘치는 의상 실루엣이나 액세서리 러프 스케치를 여러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맥카델이 책에서 보여주는 패션에 대한 태도는 실용적이면서도 활기차고 개인적이다. “귀가 따뜻한 것이 좋아 후드를 좋아합니다”라고 코멘트를 남겨두기도 했다. 또 진짜 보석보다 모조 보석을 선호하고, 롱 드레스를 입을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으며, 코트는 비싸고 평범하기보다 재미있는 디자인에 저렴해야 한다고 여긴다.

맥카델이 말하는 구매자로서 가져야 할 ‘제1의 규칙’은 ‘가장 기분이 좋은 옷을 입으라’는 사실. 계절에 어울리는 새 옷을 찾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클릭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잊기 쉬운 것이다. 그뿐 아니라 세일 기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너무 뻣뻣하고 잘 흘러내리지 않는 천으로 만든 싼 드레스는 피하세요. 재료를 느껴보세요. 부드럽고 촉감이 좋은가요?” 맥카델이 생각하는 쇼핑 과정은 패스트 패션이 우리에게 주입하는 것과 상반된다. 첫째, 모방하기보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여기저기서 본듯한 것으로 가득한 다람쥐 굴 같은 마인드라면 쇼핑에 실패해 골칫거리만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끊임없는 새로움보다 친숙함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레스를 처음 입은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됩니다.” 또 맥카델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목을 가렵게 하는 칼라, 흔들리는 실밥, 떨어질 듯한 지퍼에도 무너지지 않는 신체의 자신감.

이 책은 여러 방법으로 시대상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장갑 같은 주제에서 오늘날 연관성이 많은 이야기를 찾아내기는 상당히 힘들다. 1950년대는 ‘자기 몸 긍정주의’ 이전의 시대였으며, 남편이나 남편 상사를 기쁘게 하기 위해 옷을 입는 방법 같은 것은 명확하게 前 페미니스트적 느낌을 준다(최근 새로운 의견에 따르면 이런 퇴행적 사회 소재 일부를 대필 작가이자 <젊은 임원의 아내가 수행해야 할 역할(The Young Executive’s Wife: You and Your Husband’s Job)>의 작가 이디스 힐(Edith Heal)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맥카델의 책이 놀라운 부분은 옷을 어떤 물체로 인지하는지, 옷이 변화하고 개선되고 재창조되기도 하며 입는다는 경험 자체에서 오는 물리적 경험처럼 옷의 물질성에서 얼마나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맥카델의 의견은 합리적이며, 대중에게 무시당하는 적지 않은 수의 패스트 패션 반대론자들에게 유용한 뭔가를 제공한다. 쉬인의 인기에 대한 <뉴욕 타임스> 기사는 반대론자들의 노력이 무가치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자는 일부러 쉬인에 대해 여러 우려를 제시하며, 쉬인 이용자를 압박하기 위한 인터뷰를 시도했다. “저임금 및 안전하지 않은 근무 조건에 대한 보고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지속적인 쇼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브랜드 제품 중 일부가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납으로 오염되었다는 뉴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러자 한 달이면 200달러 정도를 쉬인에 쓴다는 팬은 이렇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하지만 다른 브랜드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은 없을 거예요. 공급망 어딘가에 윤리적 문제가 있겠죠.” 현재의 패션 산업이 맥카델이 말하는 품질 좋은 제작 방식을 알아내기 힘들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다들 좋은 것을 쓰면 좋은 거고, 좋은 것을 쓰기 위해 그렇게 돈을 쓰지 않아도 되잖아요. 일반적인 직장인은 2,000달러짜리 신발을 살 수가 없다고요.”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패스트 패션 비판자들이 쾌락에 반대하는 논쟁을 벌인다는 점이며, 이런 논리로는 현재의 방종을 정당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임성(이런 의류는 환경을 해친다는 주장)이나 개인적 이득(두 번만 빨아도 옷이 해진다)에 기반한 논거가 아닌 것이다. 이런 합리적 근거는 어차피 하려던 일은 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폐해를 슬퍼하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 정도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맥카델은 <What Shall I Wear?>가 발간되고 2년 후인 1958년 52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즉 당시 이미 진행 중이던 미국 옷장의 완전한 변화를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한동안 대량생산이 패션에서 강력한 힘을 가졌지만, 당시의 옷은 여전히 미국 내에서 만드는 경향이 있었고, 200년 전 재단사도 알아볼 수 있는 재료로 만들었다. 하지만 1950년대에 합성섬유의 부상과 해외 제조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소피 탄하우저(Sofi Thanhauser)가 지난해 초 발간한 저서 <착용: 의류의 역사(Worn: A People’s History of Clothing)>에서 밝혔듯, 의류 수입은 1947년부터 1960년 사이에 12배 증가했으며, 1950년대 말에는 ‘미국의 모든 여성용 스웨터의 절반을 1948년 뒤퐁이 상표로 등록한 합성섬유 올론(Orlon)으로 만들었다. 이는 패스트 패션의 길을 열어준 트렌드였으며, 지난 수십 년간 가속화되었다. 탄하우저는 이렇게 밝힌다. “비교적 최근인 1997년까지 미국에서 구입한 의류의 40% 이상이 미국 내에서 생산되었습니다. 2012년에는 그 수치가 3% 미만이었습니다. 한편 2013년까지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과 기타 합성섬유가 전 세계 의류의 60%를 차지했죠.” 맥카델은 합성섬유의 시대가 막 동틀 무렵에 글을 썼고, 당시 합성섬유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였다. 책에서 설명하듯 ‘늘려도 그대로 원래대로 돌아오며, 1분 안에 건조되고, 주름지지 않는 기적의 직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많은 옵션 중 하나였던 것이 오늘날에는 불가피하게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오늘날 온라인 쇼핑몰의 끝없는 페이지를 넘겨보면 전통 직물의 광대한 영역이 석유로 뒤덮여 얼마나 좁아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패스트 패션을 떠오르게 한 동력이 아니다(탄하우저의 책은 의류 수입 증가가 전후 아시아에서 섬유 산업과 더불어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려는 미국의 노력에 의해 어떻게 발동을 걸었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적어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맥카델은 이미지 메이킹과 즉각적 만족을 넘어 존재하는 다양한 패션의 즐거움을 상기시킨다. 여러 번 세탁한 티셔츠의 질감, 양모 냄새, 새로운 방식으로 착용한 오래된 목걸이의 재발견,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보다 더 이기적이고 만족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옷을 입는 것은 그 자체로는 결코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맥카델은 우리에게 그것이 좋은 일인 것처럼 느끼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돌이킨다. (VK)

    Molly Fischer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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