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열린 최초의 패션쇼,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
DDP, 이화여대 그리고 잠수교. 샤넬, 디올 그리고 루이 비통이 서울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해 선택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16일, 바로 어제 쇼를 선보인 구찌는 1395년 창건한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 경복궁을 택했죠. 한국 문화에 대한 찬가와도 같았던 구찌의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경복궁 그리고 헤리티지
구찌는 최근 몇 년간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방문하며 크루즈 쇼를 선보여왔습니다. 2016년 여름에는 10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39번 영국 국왕 즉위식이 행해진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2017 크루즈 컬렉션의 무대가 되었죠. 지난해 5월에 열린 2023 크루즈 컬렉션은 1240년 완공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이탈리아의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에서 펼쳐졌습니다. 각 나라의 문화유산이 함축된 장소에서 쇼를 선보이며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해온 구찌인 만큼 경복궁 근정전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죠. 구찌는 단순히 경복궁을 ‘패션쇼장’ 취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3년간 궁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해 후원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서울 찬가, 한류 찬가
지난 4월 29일 잠수교에서 쇼를 선보인 니콜라 제스키에르와 루이 비통은 조명과 배경음악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레퍼런스를 쇼 곳곳에 은은하게 녹여냈습니다. 구찌는 그보다 직접적이고 눈에 띄는 방식으로 한국 문화에 경의를 표했는데요. 경복궁에서 열린 최초의 패션쇼를 열어젖힌 것은 도포를 연상시키는 긴 기장의 봄버 재킷이었습니다. 풍성한 실루엣의 스커트 역시 속치마 등을 통해 볼륨을 강조하는 한복 치마와 닮아 있었고요. 이후로도 저고리 매듭에서 영감을 얻은 리본 디테일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고, 색동저고리 특유의 강렬한 색을 그대로 차용한 듯한 네온 그린 컬러의 롱 드레스 등이 연달아 근정전을 수놓았습니다.
컬렉션 룩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기렸다면, 프런트 로는 한국의 현재를 대변하는 듯했는데요. 구찌의 앰배서더로 활동하는 뉴진스의 하니, 아이유, 이정재와 신민아는 물론 박찬욱 감독까지 프런트 로에 앉아 쇼를 즐겼습니다. 쇼 음악 역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작곡한 정재일이 담당했고요. 최소라, 신현지, 수민, 이승찬, 클로이 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모델들의 모습 또한 런웨이에서 찾아볼 수 있었죠.
스포츠웨어!
지난 1월 사바토 데 사르노를 새로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한 구찌. 이번 2024 크루즈 컬렉션은 사바토가 합류하기 전, 구찌 디자인 팀이 담당한 마지막 컬렉션이었는데요. 톰 포드 재임 시절부터 같이 일한 디자이너로 구성된 구찌 디자인 팀이 집중적으로 탐구한 테마는 ‘스포츠’였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액세서리는 바로 스케이트보드와 백을 결합한 핸드백. 단순히 ‘신선한’ 백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평소 스케이터들이 입는 와이드 더블 니 팬츠 혹은 오버사이즈 셔츠 등을 매치하기도 했죠.
거대한 서핑보드를 소중한 백처럼 허리춤에 안고 나타난 모델들은 다이빙복과 같은 소재로 만든 점프수트를 입고 있었습니다. 이를 리얼웨이에 더 가깝게 해석한 다이빙복 소재의 크롭트 톱과 클러치 백 역시 눈길을 끌었고요.
- 사진
- Getty Images,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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