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에서 플립플롭을? 제니퍼 로렌스의 칸 스타일
언제나 납작한 신발을 고수하는 제니퍼 로렌스. 이번 제76회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 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1일, 제니퍼 로렌스는 프랑스 스릴러 <아나토미 오브 어 폴(Anatomy of a Fall)>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디올과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답게 이번에도 디올의 드레스를 선택했죠. 레드 카펫보다 선명한 빨간색을 발하는 꾸뛰르 드레스를요. 매끈하게 흘러내리는 소재와 팔에 걸친 숄까지, 모든 것이 우아했습니다. 단장을 위해 착용한 액세서리는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네크리스 하나뿐이었죠.
시선이 더욱 집중된 건 제니퍼 로렌스가 계단을 내려올 때였습니다. 드레스 밑단 사이로 납작한 플립플롭을 신은 그의 맨발이 보였거든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매치지만 제니퍼 로렌스여서일까요?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을 거두고 보니 의외의 세련미가 엿보이더군요. 평소 평평한 신발을 선호하는 그를 떠올려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충격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이곳은 엄격한 드레스 코드로 유명한 칸 영화제. 제니퍼의 선택이 오로지 ‘개인의 취향과 편안함’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2015년 제68회 칸 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화 <캐롤> 시사회에서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플랫 슈즈를 신은 여성들이 극장 앞에서 제지당한 적이 있었거든요. 영화제 디렉터 티에리 프레모(Thierry Frémaux)는 하이힐이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밝혔지만요. 그러나 하이힐 착용이 무언의 규칙임을 드러낸 이 사건은 ‘힐게이트(Hillgat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끌어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듬해 칸 영화제 <머니 몬스터> 프리미어에서 맨발로 계단을 올랐고, 같은 해 사샤 레인 역시 <아메리칸 허니> 포토콜 앞에 맨발로 섰죠. 2018년 제71회 칸 영화제에서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블랙클랜스맨> 스크리닝으로 향하는 레드 카펫 위에서 루부탱의 힐을 벗은 뒤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고요. 크리스틴은 이전에 이미 “남자들에게 힐과 드레스를 요구할 게 아니라면 나에게도 요구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제니퍼 로렌스가 유일했던 건 아닙니다. 지난 19일, 케이트 블란쳇은 이란계 프랑스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에게 브레이크스루 아티스트상을 수여하면서 맨발로 무대에 섰죠. 트로피를 건네기 전에 “이란의 여성을 기리기 위해 힐을 벗을 겁니다”라고 말했고요. 이자벨 위페르는 <킬러 오브 더 플라워 문(Killers of the Flower Moon)> 스크리닝에서 맨발인 것처럼 디자인한 발렌시아가의 누드 힐을 신는 재치를 발휘했죠.
매해 나름의 방식으로 칸 영화제의 낡고 공공연한 관습을 유쾌하게 비트는 스타들! 특히 꾸뛰르 드레스에 플립플롭, 이 묘한 조화로 또 한번 자신만의 멋을 정의한 제니퍼 로렌스의 여유로운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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