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감각의 한계치를 높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3

2023.05.24

by 김나랑

    감각의 한계치를 높인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3

    매년 4월 세상의 모든 디자인은 밀라노로 모인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3은 디자인을 예술로 다시 끌어올렸고, 지속 가능성, 재생, 순환, 혁신을 보여줬다. 내 감각의 한계치도.

    매년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전 세계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브랜드가 컬렉션과 이벤트, 전시를 연다. 사진은 예술·디자인·패션 허브를 자처하는 슈퍼스튜디오(Superstudio)가 영감, 혁신, 상상을 주제로 선보인 ‘슈퍼디자인 쇼(Superdesign Show)’.

    이탈리아 디자인과의 강렬한 첫 만남은 칼 라거펠트의 아파트 사진이었다. 선글라스를 낀 우아한 디자이너가 빨주노초파남보 레고 블록 혹은 몬드리안 그림 같은 테이블에 기대 있었다. 이탈리아 포스트모던 디자인의 선구 그룹 멤피스(Memphis)의 작품이다. 몬테카를로의 이 아파트는 멤피스 쇼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멤피스는 1980년 당시 60대 거장이던 에토레 소트사스가 자식뻘 디자이너들과 결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점령한 합리주의와 기능주의에 반하며 건축에 이어 디자인에도 포스트모던이 탄생했고, 멤피스와 알레산드로 멘디니 주축의 알키미아(Alchimia) 그룹이 선봉이었다. 알키미아의 대표작 중 하나가 1978년 발표한 프루스트 의자다. (2016년 방한한 멘디니는 기자회견도 프루스트 의자에 앉아서 했다.)

    멘디니는 인테리어 잡지 <카사벨라> 편집장 시절 가슴을 뜯는 고릴라 포스터를 게재한 적 있다. 중앙엔 ‘Radical Design(급진적 디자인)’이라고 썼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방문한 내 상태도 고릴라만큼 격정적이었다. 4월 18일부터 23일까지 디자인, 건축, 미술이 밀라노에 집중호우처럼 쏟아져 내렸고, 나는 이 세계에 흠뻑 젖어 중요한 뭔가를 놓칠까 봐 조급해했다. 비공식 이벤트까지 3,000여 건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100년 역사의 밀라노 중앙역을 건축가 안드레아 카푸토(Andrea Caputo)가 드롭시티(Dropcity)로 개조했다. 그곳을 전시장으로 선택한 프라이탁.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가구 박람회를 뜻하는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장외 전시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로 구성된다. 두오모 성당 근처 숙소에서 가구 박람회가 열리는 로 피에라(Rho Fiera)까지는 지하철로 40분. 초행길도 걱정 없었다. 아르마니 수트 혹은 버버리 트렌치 코트 차림의 인사들이 함께 우르르 내릴 테니까. 이탈리아의 대표 건축가 마시밀리아노 푹사스(Massimiliano Fukasa)가 설계한 가구 박람회의 건축물은 햇빛을 투과하는 물결 모양 지붕 아래 파빌리온 전시장이 자리한다. 디자인 마을이라 해도 좋다. 축구장 25개 정도 크기에 15개의 파빌리온이 있고, 사이사이 공원과 음식점, 카페 등이 자리한다. 생각 없이 왔다간 발만 부어서 가는 규모다. 올해 참여 브랜드만 2,000여 개. 현명한 이들은 캐리어를 들고 다니며 브랜드 브로슈어를 챙겼다. 이날 7번 파빌리온에 입점한 베르사체 홈의 마케팅 담당자와 약속이 있었는데, 정확한 시간을 잡지 않아 다행이었다. 인파에 밀려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으니까. 직원에게 <보그> 명함을 내밀자 이렇게 말했다. “마케팅 담당자가 가구 박람회 입구 쪽으로 갔는데 바로 와도 1시간은 걸릴 거예요.” 문제없었다. 7번 파빌리온만 둘러봐도 1시간은 금방 갈 테니까. 가구 박람회는 6일 동안 181개국에서 30만7,418명이 방문했다. 지난해보다 15% 늘었다.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베르사체 홈의 라 메두사(La Medusa) 소파.

    1983년 이탈리아 코모에서 태어나 가구 박람회 대표를 맡고 있는 마리아 포로(Maria Porro)는 2023 가구 박람회를 이렇게 설명한다. “디자인은 이미 여기에 존재했기에 건축, 예술, 사진을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브랜드 신제품을 보러도 오지만 연결 고리도 만들고 싶어 하거든요. 우린 후자를 놓쳐왔어요.”

    박람회는 크게 6개 섹션이다. 세계 브랜드 전반을 아우르는 살로네 인테르나치오날레 델 모빌레(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 홈 퍼니싱을 다루는 인터내셔널 퍼니싱 액세서리 전시(International Furnishing Accessories Exhibition), 작업 공간 위주의 워크플레이스 3.0(Workplace 3.0), 기술적인 솔루션을 다루는 S.프로젝트(S.Project), 젊은 작가 등용문인 살로네사텔리테(SaloneSatellite), 그리고 2년마다 열리는 조명 전문 전시 유로루체(Euroluce)다.

    디자이너 미카엘 아나스타시아데스(Michael Anastassiades)는 모빌 형태의 조명을 선보였다.

    “올해 유로루체는 꼭 봐야죠.” 호텔 프런트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를 ‘꼭 보라’는 말은 이 시기 밀라노의 인사다. 올해 유로루체의 주제는 ‘빛의 도시(The City of Lights)’로 4개 파빌리온에서 진행됐다. 디자인 스튜디오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가 설계한 광장 아우로레(Aurore)는 많이 붐볐다. 조명이 색색으로 바뀌던 이곳에서 워크숍이 열렸는데, 디자이너는 ‘명상을 위한 장소’로도 권했다. 인파를 뚫고 명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인상적인 전시는 백열전구에 경의를 표하는 ‘피아트 전구, 에디슨 신드롬(FIAT BULB. The Edison Syndrome)’과 건축을 빛으로 해석한 사진전. 유로루체를 돌다 보면 거대한 네온사인 문구를 만나게 된다. “You can imagine the opposite.” 현대미술가 마우리치오 난누치(Maurizio Nannucci)의 설치 작품이다. 우물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것 같았다. 그래, 뇌를 깨울 자극을 하나라도 더 받자. 나는 맥주 대신 커피를 주문하고 다음 파빌리온으로 향했다.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젊은 공간은 살로네사텔리테일 거다. 35세 미만 디자이너의 장으로, 대형 브랜드나 디자인 스튜디오가 인재를 발탁하고, 특정 디자인을 대량생산하기도 한다. 흔히 ‘팽이 의자’라고도 부르는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erwick)의 스펀 의자(Spun Chair)도 그중 하나였다.

    산 비토레 교회 중앙에 설치된 모르겐(Morghen) 스튜디오의 조명이 압도적이다.

    진짜 재미는 푸오리살로네에서 시작됐다. 가구 박람회가 정보 압축의 장이었다면, 푸오리살로네는 디자인 스튜디오, 브랜드 등이 밀라노 전역에서 펼치는 컬렉션 쇼랄까. 수백 년 된 궁전, 숨겨진 교회와 뜰 등은 쇼룸이자 전시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 어느 장소가 개방됐는지도 푸오리살로네의 뉴스다. 갤러리 필리아(Galerie Philia)는 전시장으로 공개된 적 없는 산 비토레 교회에서 릭 오웬스를 비롯한 디자이너 20여 명의 가구 및 조명 전시를 열었다. 이들 오브제가 다른 곳에 놓여도 이렇게 멋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시 공간의 힘은 대단했다.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기둥, 니나 야사르의 닐루파 데포트에서 전시 ‘The Bright Side of Design’이 열렸다. 흰색 가구는 뉴욕에 기반을 둔 듀오 디자이너 엘레니 페탈로티(Eleni Petaloti)와 레오니다스 트람푸키스(Leonidas Trampoukis)가 제작했다.

    이번엔 어디를 선택할까? 이런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대상은 알코바(Alcova)다. 알코바는 큐레이터 조셉 그리마(Joseph Grima)와 발렌티나 추피(Valentina Ciuffi)가 2018년 시작한 젊은 디자이너 위주의 플랫폼이다. 지난해 폐기된 군 병원을 선택했고, 올해는 예전에 도살장으로 쓰인 엑스 마첼로(Ex Macello)였다. 오전 10시. 오픈 시간 1시간 전에 도착한 나는 근처 카페에서 카푸치노로 아침을 때우려 했는데, 이미 전시장 대기 줄이 건물을 삥 둘러쌌다.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플랫폼답게 줄 선 사람들도 젊다. 기다리기 힘들지 않느냐고 언더붑 톱을 입은 소녀에게 물었다. “알코바 전시는 그럴 가치가 있죠. 어제도 왔는걸요.”

    전시장은 영화 <매드 맥스> 배경 같았다. 2만㎡의 흙바닥과 쓰러져가는 건물 6개 동에 재기 발랄한 가구와 설치 작품이 자리했다. 전시장 내 카페에서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자 종이컵에 나왔다. 비격식. 이곳을 설명하는 또 다른 단어다. 보통 전시장엔 글라스에 담긴 샴페인이 있는데, 이게 더 좋았다. 발렌티나 추피는 <월페이퍼>에 알코바의 전시를 “순간의 디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스냅샷”이라고 설명한다.

    그날 밤에도, 젊은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지인이 “맥주 한잔해야지”라며 부은 발의 나를 끌어냈는데, 장소는 펍이 아닌 밀라노대학교. 쇼룸이 문을 닫은 시각, 밀라노대학교는 그때부터 절정이다. 교정 곳곳에서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밴드 공연이 열리며, 화장실에는 맥주병을 든 관람객이 줄을 섰다.

    디모레 스튜디오의 20주년 전시. 다른 시대, 다른 디자이너의 조명을 같은 높이로 설치했다.

    밀라노에서 가장 그림 같은 구역을 꼽으라면 브레라 디자인 지구(Brera Design District)일 것이다. 자갈길을 따라 쇼룸, 갤러리, 스튜디오가 즐비하다. 푸오리살로네의 인기 척도는 대기 줄인데, 이 거리에서 웨이팅 1등은 올해 20주년을 맞은 디모레 스튜디오(Dimore Studio)의 전시였다. 그들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오랜 스타다. 디모레는 ‘주거’라는 뜻으로, 카펠리니(Cappellini)의 전 아트 디렉터 에밀리아노 살치(Emiliano Salci)와 그래픽 디자이너 브릿 모란(Britt Moran)이 설립했다. 멤피스 이후 잠잠했던 이탈리아 디자인계를 디모레가 뒤집었다고 해도 좋다. 펜디,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 이들의 이름을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산하에 가구·패브릭·홈 데커레이션의 디모레밀라노, 2,000㎡의 다목적 공간 디모레센트랄레, 지난해 6월 밀라노 센트랄레로 자리를 옮긴 디모레갤러리를 두고 있다.

    ‘가구는 예술’이라 말해온 디모레 스튜디오가 갤러리 마시모 미니니와 협업한 ‘No Sense’전.

    올해는 디모레센트랄레에서 ‘Silence’ 전시를, 솔페리노 거리의 오랜 빌라에서 ‘No Sense’ 전시를 열었다. 나는 ‘No Sense’ 전시를 방문했다. 디모레 스튜디오는 ‘가구는 예술 작품’이라 말한다. 이번 전시도 1973년 설립된 갤러리 마시모 미니니(Massimo Minini)와 협업했다. 벽난로가 있는 방에 들어가자 난다 비고(Nanda Vigo)의 캐비닛, 토비아 스카르파(Tobia Scarpa)가 비앤비 이탈리아를 위해 디자인한 책장, 로메오 레가(Romeo Rega)의 테이블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고, 그 맞은편엔 이탈리아 조각계의 거장 아돌포 빌트(Adolfo Wildt)가 1892년에 만든 조각상이 있다. 이는 마시모 미니니가 소장한 작품이다. 1970년대 조명 가게에서 영감을 받은 방의 이름은 ‘샹들리에의(Of the Chandeliers)’다. 베니니(Venini)부터 에토레 소트사스까지 여러 시대와 디자이너의 조명을 같은 높이로 설치했다. 디모레 스튜디오는 과거, 특히 1930~1970년대를 현대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디모레 스토디오에서 몇 걸음 걸으니 미쏘니 홈이 색색의 패브릭으로 채운 쇼룸이 나왔다. 패션 브랜드에도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중요한 행사가 됐다. 패션 위크에 맞먹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6년까지 홈 디자인 시장 성장률이 5%씩 뛴다. 2018~2019년보다 많이 높다. 패션 매출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잠재적 수익 분야기도 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면 브랜드 가치는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이 행보는 더 거세질 거다.

    생크림 케이크 같은 밀라노의 돌체앤가바나 빌딩에서도 카사 컬렉션 행사가 열렸다. 특히 3층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오로24K(Oro 24K) 라인으로 꾸민 황금빛 방은 40인의 도둑이 지키는 금은보화가 가득 찬 동굴 같았다. 돌체앤가바나는 시칠리아의 전통 손수레 카레토(Carretto Siciliano), 지중해의 파랑, 레오퍼드, 지브라 등의 라인도 선보였다. 전시장 2층은 젊은 작가들 차지였다.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디자인 인재를 육성하고자 만든 제너레이션 디자이너스(Generation Designers)의 작품을 선보였다.

    ‘콰이어트 럭셔리’의 상징답게 로로 피아나의 전시장은 한마디로 부드러운 아름다움이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아티스트 크리스티안 모아데드(Cristian Mohaded)가 ‘아파체타(Apacheta)’라는 8m의 패브릭 조각탑을 선보였다. 아파체타는 안데스산맥 여행자들이 대지의 어머니에게 감사하며 둔 돌이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돌탑이다. 그가 디자인한 소파와 테이블도 동글동글 부드러운 자갈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패션 브랜드는 자신들이 추구해온 가치관을 홈 컬렉션에도 이어간다. 모아데드는 로로 피아나가 천연섬유를 만들기 위해 비쿠냐를 공급받는 지역인 아르헨티나의 카타마르카 출신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전시장의 조형물 역시 패브릭을 재활용한 것이다. 현장에서 수줍게 인터뷰 중인 작가를 봤는데, 심지어 그와 브랜드의 이미지가 닮아 보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공예상을 열었을 만큼 로에베는 공예에 열정적이다. 16세기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팔라초 이심바르디의 안뜰에서 열린 전시도 연계된다. 아티스트들이 스틱 체어를 가죽, 포일, 라피아 등으로 감싸고 묶고 붙여 재해석했다. 스틱 체어는 10세기에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된 의자 형태로, 전시장의 30개 의자 중 22개는 앤티크 피스이고, 나머지 8개는 스틱 체어 전문 영국 아틀리에에서 제작했다.

    주택 개조 및 원예 전문 업체 르루아 메를랭(Leroy Merlin)의 오픈 하우스. 에너지 절약과 에코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랄프 로렌 플래그십 스토어 뒤뜰에 자리한 ‘더 바 앳 랄프 로렌(The Bar at Ralph Lauren)’에 갔다. 클래식한 티킹 스트라이프의 테이블에 앉아 오후 일정을 체크했다. 동행은 “어린 시절 놀던 수영장에서 구비(Gubi) 전시가 열려요”라고 말했다. 구비는 비틀 체어로 유명한 덴마크 브랜드다. 비틀 체어 10주년을 기념해 아티스트 10명이 그를 재해석해 전시했다. 장소가 수영장인 이유는 구비가 새로운 야외 컬렉션을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하늘색 수영장을 바라보며 구비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 햇빛을 쪼였다. 역시 푸오리살로네의 매력은 공간 각각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는 것.

    푸오리살로네에서도 선구적인 여성들이 있었다. 여기에 다 쓰지 못할 만큼 많은 여성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창의성과 노력에 존경을 보낸다. 한 사람만 얘기하자면 니나 야사르(Nina Yashar). 난민인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에 온 그녀는 1979년 밀라노에 닐루파르 갤러리(Nilufar Gallery)를 설립했고, 소장품 3,000여 점을 풀며 2015년 닐루파르 데포트(Nilufar Depot)를 열었다. 그녀가 처음 디자인 갤러리를 열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했다고 한다. 네 취향은 대중적이지 않다고, 디자인은 작품이 아니라고. 하지만 니나는 디자인을 예술로 끌어올렸다. 닐루파르 데포트의 전시장만 봐도 여실히 알 수 있다. 만약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딱 한 군데만 가야 한다면, 나는 여기를 찾을 것이다. 니나의 기운을 받기 위해서라도. VL

      사진
      COURTESY OF SALONE DEL MOBILE MILANO, FUORISALONE, NILUFAR GALLERY, DIMORE STUDIO, LEDONGIL, GALERIE PHILIA, ALCOVA, FENDI, LOEWE, LORO PIANA, VERSACE, DOLCE&GABBANA, FREIT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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