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여성을 위해: 디올 2024 크루즈 컬렉션
매년 세계 각지를 돌며 각국이 지닌 고유한 공예 기법과 문화에 경의를 표하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와 디올. 2021년에 아테네, 2022년에 세비야, 지난 3월 뭄바이를 방문한 이들의 행선지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였습니다. 디올의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프리다 칼로
디올의 2024 크루즈 컬렉션이 열린 장소는 멕시코시티 도심에 있는 멕시코 국립 예비학교(Colegio de San Ildefonso). 프리다 칼로(Frida Kahlo)가 멕시코의 전설적인 화가인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를 처음 만난 바로 그 장소입니다. 총 55점의 자화상을 남긴 프리다 칼로는 그림 속 자신에게 남성성을 부여하기 위해 눈썹을 짙게 그리는 것은 물론 콧수염까지 그려 넣곤 했는데요. 어린 시절 가족사진을 촬영할 때도 스리피스 수트를 입으며 ‘여성’이라는 틀에 갇히기를 거부한 프리다 칼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프리다와 그녀의 작품에 ‘내적 친밀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한 것은 필연일지도 모릅니다.
몇몇 컬렉션 룩 역시 프리다 칼로를 연상시켰는데요. 74번 룩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선 자화상’에서 프리다가 입고 있는 드레스에서 영감을 받은 듯했고, 111개 룩에 걸쳐 프린트, 자수, 액세서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나비와 꽃은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등장하죠.
디올 그리고 멕시코
지난 3월 뭄바이를 방문해 인도의 장인들과 협업하며 컬렉션을 완성한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컬렉션에 등장한 레이스와 자수, 화려한 소재의 컬러 역시 오악사카(Oaxaca), 푸에블라(Puebla), 치아파스(Chiapas) 등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수공예 장인들이 담당했습니다. 이들의 손길로 탄생한 디올 룩이 멕시코 특유의 문화와 의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것은 당연했죠.
컬렉션에서 그녀가 특히 집중적으로 탐구한 것은 테우안테펙(Tehuantepec) 지역에 사는 부족 테우아나(Tehuana)의 전통 의복이었습니다. 모계 중심 사회를 이루며 살아온 테우아나는 멕시코에서 페미니즘의 상징과도 같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던 테우아나 여인들에게 매료된 프리다 칼로 역시 일상에서 화려하고 볼륨감 넘치는 ‘테우아나 드레스’를 즐겼습니다.
디올 그리고 여성
컬렉션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쇼 후반부였는데요. 마지막으로 등장한 모델들은 빨간 자수가 놓인 순백의 드레스와 빨간 힐을 신고 있었습니다. 자수 작업은 여성 운동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엘리나 차우베트(Elina Chauvet)가 담당했는데요. 이 드레스는 흰 천 위에 붉은 실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수놓는 엘리나 차우베트의 아트 프로젝트 ‘신뢰(Confianza)’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입니다. 엘리나는 드레스 위에 최근까지도 멕시코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페미니시디오(Feminicidio), 즉 여성 살해에 관한 메시지를 수놓으며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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