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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분리는 이렇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경원의 오피스 & 쇼룸

2023.06.05

공간 분리는 이렇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경원의 오피스 & 쇼룸

스타일리스트이자 브랜드 ‘아밤’의 CEO이며 컨셉, 디자인, 비주얼 전반을 관장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경원. 또 다른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인 그녀의 미니멀한 오피스와 사랑스러운 쇼룸이 한 지붕 아래 공존한다.

최경원 대표의 인스타그램에서 그녀가 자주 올리는 사진이 새로운 오피스임을 눈치챘다. 오래 머물던 압구정동을 떠나 성수동에, 그것도 딱딱한 초고층 지식산업센터에 컬러풀하고 사랑스러운 패션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밤의 공간을 마련했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밤 외에 추가로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고, 본업인 스타일링 작업도 해야 하는데 기존 사무실은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좁아서 불편했어요. 층고가 높고 쾌적한 공간을 찾다가 지금의 오피스 자리를 발견했죠. 형광등이 달려 있고 인테리어 요소가 전혀 없는 일반 사무실로 쓰여서 공간 구획부터 다시 했습니다. 여러 직원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데스크 업무를 하는 공간, 원단과 부자재, 샘플을 확인하는 공간, 직원들이 미팅을 하거나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홀과 키친, 대표실 등으로 나눠 업무 효율을 높였어요. 컨셉보다는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중점을 뒀죠.”

직선의 스테인리스 스틸 상판을 올린 긴 싱크대와 선반이 한쪽 벽을 채우고, 블랙과 실버 컬러 가구로 꾸민 공간은 다소 차갑지만 그녀의 완벽주의 성향을 동시에 드러낸다. 벽과 천장, 바닥 마감과 가벽, 싱크대 설치 등 하드웨어는 인테리어 전문 업체에 맡겼지만 공간의 중심을 잡아주는 스틸 캐비닛을 디자인하거나 빈티지 가구를 사 모으고 소품을 배치하는 것은 그녀가 직접 했다. “아밤 제품 중 컬러풀한 것이 많지만, 오피스는 특히 아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보니 개인적인 성격과 취향이 많이 녹아 있어요. 군더더기 없지만 매력적인 요소가 존재한달까요?” 그녀의 집 역시 미니멀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패브릭 소재 화이트 소파와 그녀가 즐겨 마시는 티웨어 같은 소품으로 꽤 따스해 보인다면, 오피스는 확실히 정제되고 멋있는 분위기로 꾸몄다. “그렇다고 빈티지 가구만 고집하거나 으리으리한 럭셔리 브랜드 제품으로만 채우기보다 가격이나 명성과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것에 위트 있는 것을 더하죠.” 오피스는 그녀가 전개하는 브랜드나 스타일링과도 많이 닮았다. “오피스를 위해 전부 새로 구입하진 않았어요. 오래전 집에서 쓰던 소파를 대표실로 가져왔고, 철제 서랍은 사무용품 쇼핑몰에서 찾아낸 저렴한 제품이죠. USM 테이블과 매치하니 세트처럼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어요.”

TIP [최경원 대표가 추천하는 빈티지 소품 숍] 팝업 홈(Pop Up Home) “LA의 빈티지 숍이니 빈티지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보세요. 한국 빈티지 숍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시장이 작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 한정적이다 보니 구성이 다양하지 않잖아요. 심지어 빈티지인데도 까시나의 LC2, LC3나 샬롯 페리앙, 앙드레 소르네 등 유행 아이템이 있죠. 팝업 홈은 쉽게 말해 재미있는 골동품 가게예요. 다양한 시대와 사조의 빈티지 제품이 즐비하고, 어떤 사람이 사용했는지 히스토리도 들려주니 꼭 가구를 구입하지 않아도 영감을 얻을 수 있죠.”

오피스에 비해 쇼룸은 훨씬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원래는 오피스만 계약해 인테리어를 하던 중, 맞은편에 적당한 사이즈의 공간을 보고 쓰임새도 생각하기 전에 덜컥 계약부터 했다. 어떤 공간으로 할지 고민하다가 브랜드를 보여주면서 필요할 때는 팝업 스토어도 열 수 있는 쇼룸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미기 시작한 것. 전체적으로 버터 컬러를 칠하고 연한 옐로 캐비닛과 핑크 선반, 밝은 파스텔 톤의 서랍 등을 매치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스타일로 꾸몄다. 작은 스틸 세면대를 비롯해 이곳 가구 역시 전부 디자인을 스케치해 제작했다.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을 때는 직접 제작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컨셉을 살리기도 쉬워요. 스틸과 우드 소재를 적절히 믹스해 아밤의 다양한 제품을 디스플레이하기도 좋고 그간 모아온 아트 북이나 소품, 조명과도 잘 어울리죠. 미완성이긴 하지만 아밤과 꼭 어울리는 공간이 탄생한 것 같아 마음에 들어요.” 지식산업센터라는 건물 특성상 전기 배선 등 기본적인 인프라는 잘 수습되어 있고, 오피스와 쇼룸 모두 기존 구조물을 철거한 후 벽과 바닥, 스위치와 손잡이 등의 베이스만 정리하고 가구로 스타일링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하는 가구나 소품을 만나기까지 발품을 많이 판 것이 느껴질 만큼 그녀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공간이다. 아밤은 물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9월 론칭을 준비 중인 새 브랜드까지, 이곳에서 어떻게 풀어나갈지! VL

성수동에 안착한 패션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밤의 새 오피스. 오래전 집에서 쓰던 소파와 사무용품 쇼핑몰에서 찾아낸 철제 서랍, USM 테이블 등 가격이나 명성과 상관없이 한데 모인 알록달록한 아이템이 따뜻하게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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