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맛의 감각은 같은 것? 미쏘니 가문의 비밀스러운 레시피
손맛도 유전일까? 패션 가문 미쏘니에서 3대째 이어온 탁월한 색채와 요리 감각을 전수받기 위해 밀라노로 향했다.
미쏘니 본사는 울창한 숲을 품은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한다. 이곳의 대규모 공장에서는 미쏘니의 아름다운 무지개색 니트웨어를 계속 만든다. 하지만 미쏘니만의 감성과 감각의 근원은 조금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바로 1953년 미쏘니를 탄생시킨 오타비오 미쏘니(Ottavio ‘Tai’ Missoni, 1921~2013)와 로시타 미쏘니(Rosita Missoni) 부부가 소유한 별채에서 말이다. 이탈리아 럭셔리 주방 브랜드 보피(Boffi)의 1980년대 제품으로 꾸민 주방과 희귀 골동품, 다채로운 옷감으로 가득한 다이닝 공간을 품은 이 집은 부부의 세 자녀와 아홉 명의 손주들 외에도 미쏘니 패밀리의 식사 시간에 동석하게 된 운 좋은 직원들과 지인에게 생기 넘치는 낙원이 되어왔다.
다다익선(More is Molto)의 철학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실내는 미쏘니의 패션쇼와 홈웨어 호텔에서 익숙하게 감상해온 색깔과 무늬의 향연이었다. 그러나 로시타의 요리 철학만큼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였다. “좋은 재료로 정말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요.” 백발에도 왕성한 에너지를 자랑하는 로시타가 말했다. “가능한 한 최고급 재료를 사서 굉장히 담백한 맛을 내는 요리를 추구하죠.” 그녀는 절기를 꼼꼼히 챙긴다. “강박적으로 제철 식재료를 사려고 노력해요. 기자님이 사시는 미국에서는 1년 내내 구할 수 없는 식재료가 없겠지만 저는 절기에 맞춰서 그때그때 최고의 풍미를 자랑하는 식재료를 발견해 요리하는 재미로 살죠.” 장미를 닮은 고리치아산 상추, 줄기가 그대로 붙어 있는 아티초크, 카르나롤리 쌀 몇 포대를 미식가 친구들과 친한 농부들이 정기적으로 현관 앞에 배달해주고 있었다. 로시타는 그녀의 할머니가 그랬듯 채소 텃밭을 여러 군데 가꾸고, 직접 키우는 닭에게서 얻은 신선한 달걀로 미쏘니 가문의 풍요로운 식생활을 책임졌다.
그녀의 레시피는 대개 집안 대대로 내려온 것이거나 사르데냐의 생선 가게 주인, 바레세(Varese)의 정육업자에게 알음알음으로 배워 재해석한 것들이다. “식재료 상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일단 그래야 나를 속일 생각을 못하거든요(웃음).” 로시타가 위트 있게 말했다. 미쏘니 가족의 음식 찬미는 휴가철 아드리아해에서 나무 보트를 띄워 낚시를 하거나 사르데냐의 별장에서 20인분의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 석쇠에 불을 지필 때 절정을 이룬다. 이들은 음식 앞에서는 결코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특별한 손님이 동석한 자리에서도 흰 장갑을 낀 웨이터가 음식을 가져다주는 일은 결코 없다. 모든 사람은 비앤비 이탈리아의 거대한 목재 회전 식탁에서 스스로 음식을 갖다 먹어야 한다. “여기서는 자기 배는 각자 챙겨야 해요.” 로시타가 딱 잘라 말했다. “격식 없이 느긋하고 편안하게. 제가 손님을 대접하는 방식이죠.” 모든 가족이 근처에 살며 일하는 미쏘니 가문의 여유로운 봄 오찬에서 느낄 수 있듯 기본기가 훌륭하다면 격식은 필요 없다. VL
DO IT yourself
평소보다 좀 더 느긋한 식탁을 위한 미쏘니의 스페셜 레시피.
감자와 레몬을 곁들인 생선구이(10인분)
로시타 미쏘니가 꾸준히 거래해온 사르데냐의 생선 상인으로부터 전수받은 레시피. 생선은 넓적하고 하얀 대문짝 넙치(Turbot), 넙치, 대서양 가자미 등을 사용한다. 농어나 검은 바다배스(Black Sea Bass)처럼 두툼하고 원통형인 생선도 좋다. 감자 위에 뼈를 제거한 생선을 올리고, 루콜라와 토마토를 넣은 간단한 샐러드와 함께 즐길 것.
재료 얇게 썬 신선한 감자 2k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9T, 고운 소금·갓 빻은 후추 약간씩, 레몬 3개 분량의 얇은 레몬 슬라이스, 두껍게 다진 신선한 이탤리언 파슬리 1/2컵, 대문짝 넙치, 넙치, 대서양 가자미 중 1마리(혹은 작은 농어나 검은 바다 배스 6마리), 월계수잎.
1 오븐을 400도로 예열한다.
2 감자를 큰 그릇에 넣고, 올리브 오일 4T를 살살 뿌리며 골고루 버무린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3 베이킹 트레이에 종이 포일을 깔고 올리브 오일 1T를 두른다. 그 위에 소금과 후추로 간한 감자를 올린다. (농어 같은 작은 생선 여러 마리를 쓰는 경우 이 시점에 감자를 오븐에 넣고 15분 동안 1차로 가열한다.) 레몬 슬라이스 절반과 파슬리를 감자 위에 올린다.
4 생선을 감자 위에 올리고 올리브 오일 2T를 뿌려 골고루 버무린다. 생선을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남은 레몬을 토핑으로 올린다. 월계수잎으로 덮은 다음 그 위에 남은 오일을 살살 뿌린다.
5 생선을 40~60분간 푹 굽는다. 몸통이 굵을수록 더 오래 굽는다.
6 뼈를 잘 발라 먹는다.
리시 에 비시(8~10인분)
봄철 별미로 베니스에서 특히 유명한 요리다. 쌀과 완두콩을 주재료로 만들며 리조토와 비슷하다.
재료 채소 육수 7컵, 버터 3T,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2T, 다진 양파 1/3컵, 판체타 큐브 1/4컵(약 2oz), 아르보리오 쌀 2컵(약 14oz), 껍질을 벗긴 완두콩 4컵, 잘게 다진 파르메산 치즈 1/2컵, 잘게 다진 이탤리언 파슬리 2T, 코셔 소금·갓 빻은 후추 약간씩.
1 채소 육수를 작은 소스 팬에 부어 팔팔 끓기 직전까지 가열한다. 뚜껑을 덮어 열을 가둔다.
2 큰 냄비에 버터 2T와 올리브 오일 1T를 넣어 중간 불에서 녹인다.
3 양파를 넣고 갈색으로 변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5분간 볶는다.
4 판체타를 넣고 연한 갈색이 될 때까지 3분간 굽는다.
5 쌀을 넣어 1분간 골고루 섞으며 볶는다. 육수 1컵을 붓고 육수가 잘 스며들 때까지 1분간 젓는다. 쌀에 육수가 잘 배어들 때까지 중간중간 육수 5컵을 추가해가며 계속 저어준다.
6 완두콩과 남은 육수를 모두 붓고 쌀이 걸쭉하고 부드럽되 너무 물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최소 20분간 끓인다. 수분이 너무 날아간 경우 뜨거운 물 1/4컵을 추가한다.
7 불을 끄고 버터 1T, 올리브 오일 1T, 파르메산 치즈, 파슬리를 모두 넣고 섞어준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8 그릇이나 접시에 옮겨 먹는다.
새우 감자 샐러드(10인분)
오타비오 미쏘니가 밀라노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라 리사카(Osteria La Risacca)의 대표에게 직접 배운 레시피다. 삶은 감자에 화이트 와인을 첨가해 산뜻한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재료 적양파 1개 분량의 적양파 슬라이스(약 4oz), 레드 와인 식초 5T, 러셋 감자 껍질째 800g, 코셔 소금·갓 빻은 후추 약간씩, 화이트 와인 1/4컵, 대왕새우(굽고, 껍질을 까고, 내장을 제거하고, 등에 칼집을 낸다) 500g, 플럼 토마토 3개 분량을 가로세로 각각 4등분한 것,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5T, 얇게 썬 신선한 바질잎 6장.
1 양파 슬라이스를 찬물에 20초 동안 헹군 후 체에 걸러 물기를 뺀다.
2 양파를 커다란 그릇에 넣고 식초로 버무린다.
3 소금으로 간한 물에 감자를 넣고 중간 크기 냄비에서 감자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45분간 삶는다. 감자가 익으면 물을 버리고 살짝 식힌다.
4 감자 껍질을 키친타월로 문질러 벗긴다. 감자를 2cm 간격으로 썬 다음 중간 크기 그릇에 옮겨 담는다.
5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뿌리고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다음 버무린다.
6 새우, 토마토, 올리브 오일을 양파가 담긴 그릇에 넣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다음 골고루 섞는다. 맛이 잘 배도록 5분 동안 그대로 둔다.
7 바질을 넣은 다음 먹는다.
EAT like a missoni
미쏘니가 고른 밀라노 맛집 리스트
Antico Ristorante Boeucc
아주 유서 깊은 레스토랑으로 오타비오 미쏘니가 지인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초대한 곳이다.
2 Piazza Belgioioso Latteria di San Marco
셀러브리티도 기다려야 한다는 밀라노 가정식 음식점. 마르게리타 마카파니 미쏘니(Margherita Maccapani Missoni)가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24 Via San Marco Fratelli Galantino
로시타 미쏘니는 아담하면서도 없는 게 없는 이 가게에서 항상 최상급 농산물을 사곤 한다.
12 Via Solferino Lula Cioccolato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달콤한 간식을 맛볼 수 있는 알록달록한 초콜릿 가게.
Via Archimede/Angolo; 17 via Fiamma
LIVE like a missoni
로시타 미쏘니는 화려한 색감과 오브제로 꽉 채운 방만큼 행복을 주는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가 2004년 론칭한 미쏘니 홈의 가구, 원단, 식기류는 삭스 피프스 애비뉴에서 만날 수 있다. 진정한 미쏘니 피플로 살아보고 싶다면 로시타가 디자인한 호텔 미쏘니(Hotel Missoni)의 에든버러와 쿠웨이트 지점을 방문해볼 것.
DRESS like a missoni
오타비오 미쏘니부터 그의 손녀 마르게리타 마카파니 미쏘니까지 미쏘니 패밀리라면 언제나 미쏘니 니트를 입는다. 미쏘니의 액세서리와 수영복 디자인을 담당했던 마르게리타는(그녀는 배우 레이튼 미스터와 함께 미쏘니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화려한 미쏘니 옷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늘 햇살을 머금은 듯한 미소를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포토그래퍼
- Alexia Silvagni
- 글
- J.J. Martin
- 헤어
- Valentino Perini(Victoria’s)
- 메이크업
- Giovanni Iovine(Victoria’s)
- 푸드 스타일링
- Heiko Plottke
- 포토
- Courtesy of Alexander Ho, Missoni Home, Fairchild Archive, Gorun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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