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에디터 소지현의 샤토 마몽 #StayInDream
CHATEAU MARMONT IN LA
MYSELF 안녕하세요, 저는 <엘르 걸> 패션 에디터와 <보그 코리아>, <엘르 코리아>의 디지털 에디터를 거쳐 현재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는 소지현입니다. 패션과 뷰티,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비주얼과 텍스트를 만들어 디지털 플랫폼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예전엔 코펜하겐이나 파리, 런던, 바르셀로나 등 걷기 좋은 규모의 도시 여행을 선호했어요. 여행에 대한 마음가짐도 쉼보다는 배움을 위주로 고려했는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하와이와 괌, 푸켓, 니스처럼 좀 더 휴양과 자연에 집중할 수 있는 바캉스의 매력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빅아일랜드를 여행할 때는 일상에선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아주 인상 깊었거든요.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어록을 실감했고, 제 여행 철학과 인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이미 서울에서 미식이나 쇼핑, 문화생활을 충분히 퀄리티 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을 계획할 땐 그 여행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원 앤 온리’ 포인트를 추구하려고 노력합니다. 기본적으로 내재된 성향이 99% ‘J’ 타입이라서 어느 여행지를 가더라도 ‘To-do List’를 꼼꼼히 작성해 최대한 다채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편이에요.
WHY 생일에 결혼한 덕분에(?) 매년 5월 초가 되면 우리 집에선 소소하나마 다정한 마음을 담아 세 가족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준비하곤 해요. 올해는 특별히 결혼 10주년이라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 미국 서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천사의 도시’라 불리는 LA에서 인, 아웃하고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부근의 팜스프링스를 거쳐 그랜드캐니언이 자리한 애리조나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는데요. LA에서의 마지막 일정이 기념일이었기 때문에 그 하루를 특별하게 보내고자 샤토 마몽(Chateau Marmont)을 예약했습니다.
1929년에 문을 연 샤토 마몽은 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썸웨어>에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호텔입니다.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와 조니 뎁이 연애할 때 즐겨 찾기도 했고, 라나 델 레이의 노래 ‘오프 투 더 레이시스’의 배경이기도 하죠. 최근엔 LA에서 개최한 샤넬 크루즈 쇼의 파티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시곗바늘을 좀 더 과거로 돌려보면, ‘미스 해리엇 브라운’이라는 이름으로 호텔을 찾은 그레타 가르보, 1950년대 가장 위대한 할리우드 감독으로 알려진 니콜라스 레이, 르누아르와 피카소의 그림을 가지고 객실에 머문 비비안 리, 매해 크리스마스부터 봄까지 투숙했다는 포토그래퍼 헬무트 뉴튼에 이르기까지, 내로라하는 셀러브리티가 샤토 마몽의 역사를 함께했습니다.
“당신이 눈에 띄고 싶다면 베벌리힐스 호텔로 가세요. 눈에 띄지 않으려면 샤토 마몽으로 가세요”라는 오래된 할리우드 속담이 있을 정도로 이 호텔은 대중과 언론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아늑한 은신처를 찾는 유명 인사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패션, 무비, 뮤직 등의 컬처 신과 깊은 인연을 지닌 호텔이라 평소에도 꼭 한 번 묵어보고 싶은 숙소이기도 했어요. 한마디로 샤토 마몽은 미국 서부 여행의 하이라이트 그 자체였죠.
WHERE 웨스트 할리우드의 선셋 블러바드에 자리한 샤토 마몽은 빈티지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룸, 비밀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방갈로와 스위밍 풀, 활기찬 레스토랑을 간직한 호텔입니다. 외관의 경우 샤토 마몽을 설립한 LA 베이스의 변호사 프레드 호로위츠는 프랑스 루아르 계곡의 샤토 앙부아즈(Château d’Amboise)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건축가 아놀드 A. 웨이츠먼과 윌리엄 더글러스 리가 이를 충실히 구현했다고 알려졌어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유럽 어느 마을의 성이 떠오르면서 올드 유러피언 무드가 느껴지기도 하죠. 현재의 모습은 1990년 앙드레 발라즈가 샤토 마몽을 인수해 리모델링을 거친 후 완성했는데요. 2020년엔 멤버십 회원 전용 호텔로 변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다행히 2022년에 이 플랜이 취소돼 올봄에 우리 가족도 숙박할 수 있었어요.
샤토 마몽을 예약할 때 고민을 거듭하다 방갈로 타입 대신 스위트룸으로 예약했습니다. 카드가 아니라 열쇠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호텔에 도착한 게 아니라 유럽의 어느 아파트먼트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어요. 포근하고 아늑한 무드의 인테리어가 무척 인상적이었거든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빈티지한 주방이나 버터크림 컬러의 타일로 포인트를 준 욕실, 각 공간마다 다르게 배치된 아티스틱한 디자인의 램프, 선셋 스트립의 풍경과 할리우드의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발코니까지. 시선을 돌릴 때마다 마주하는 곳곳이 아주 근사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FAVORITE 앞서 언급한 <썸웨어> 포스터의 바로 그 스위밍 풀에서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수영에 한창 재미를 붙인 아이는 마음껏 물놀이를 하고, 남편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아이와 공간을 촬영하고, 저는 빽빽한 일정 동안 펴 보지 못한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으며 LA의 축복 같은 날씨를 만끽했죠. 수영장에 드리운 레몬 나무의 시트러스부터 나무 벽에 걸린 튜브의 빈티지한 오렌지, 스위밍 풀의 아쿠아 블루까지… 청량하고 상쾌한 봄날의 햇살 아래 수영장의 컬러 팔레트도 무척 낭만적이고 아름다웠어요.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원에 자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어요. 고딕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아치형 천장이나 핸드 페인팅으로 완성한 벽화,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 레스토랑 입구부터 근사했죠. 유럽의 노천카페가 떠오르는 의자와 테이블부터 하늘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감이 느껴지게 설계한 천장과 샹들리에도 인상적이었고요. 신선한 오이스터와 상큼한 샐러드, 스테이크, 봉골레 파스타와 목테일에서 초콜릿 케이크와 라즈베리 셔벗으로 이어진 메뉴도 기념일을 축하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어요. 샤토 마몽에 묵지 않더라도 레스토랑에 들러 분위기를 느껴봐도 좋을 듯해요!
MEMORY 별도 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호텔 측에 다이렉트로 예약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았어요. 룸 타입에 대한 세부적인 조율부터 레스토랑 예약 등 제가 원하는 컨디션을 세심하게 체크해줘 가기 전부터 컨시어지 팀의 네이트와 세일즈 팀 매니저 오드리는 내적 친밀감이 생길 정도였죠. 이런 샤토 마몽의 센스 넘치는 서비스 덕분에 체크인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는데요. 우리 룸의 문을 연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친필 카드, 샴페인과 디저트였어요. 호텔 측에서 준비해준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 기프트였죠. 덕분에 달콤하고 청량하게 샤토 마몽의 오후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데스크나 레스토랑에서 이름을 말하면 축하 인사를 건네준 것도 소소하지만 따뜻한 배려로 기억에 남습니다. 솔직하게 얘기하면, 호텔 이미지 때문에 조금 고고하고 콧대 높을 거란 편견이 있었는데 제 기우였어요. 스태프 모두 유쾌하고 친절해서 호텔에 머무는 동안 불편함 전혀 없이 따스한 친절을 경험했습니다.
NEXT 제 궁극의 드림 스테이는 ‘아만기리(Amangiri)’입니다. 아만기리는 미국 유타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호텔로 그랜드캐니언과 브라이스캐니언, 자이언 국립공원이 선사하는 광활하고 신비로운 대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해요. 이번에 애리조나 페이지를 여행하면서 그 부근을 지났는데 아만에서 묵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상상하게 됐죠. 또 연초에 나고야에 있는 아만네무(Amanemu)에 숙박하면서 아만이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를 즐겁게 경험했기 때문에 아만기리에 대한 기대와 환상이 더 커졌어요. 가까운 미래엔 힘들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하고 아만기리에서 자연만이 선사할 수 있는 오롯한 쉼을 즐겨보고 싶습니다.
#StayInDream
‘이 숙소’에 머물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근사한 무언가에 이끌려 마음속 ‘드림 스테이’로 그리던 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이들이 있습니다. 오직 <보그>에만 전해온 그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포토
- 소지현 인스타그램, 아만기리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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