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로맨틱 드레스가 돌아왔다
로맨틱하면서도 퇴폐적인 느낌이 나는 갈리아노의 드레스가 돌아왔습니다. 1990년대 캐리 브래드쇼가 자주 입던 그 러플 드레스요.
1990년대 존 갈리아노가 유행시킨 실크 슬립 드레스는 최근 여러 컬렉션의 영감이 되었습니다. 그중 빅토리아 베컴의 S/S 컬렉션은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몸의 곡선을 따라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바이어스 라인과 러플 스트랩이 천상계 아름다운 여신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발렌티노의 2023 봄 꾸뛰르 컬렉션에서 볼 수 있듯이 파스텔 톤은 이 유형에 필수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컬러에 능통한 피엘파올로 피촐리 또한 러플이 여러 개 달린 슬립 드레스를 연보라 톤으로 만들고, 모델에게 새빨간 가죽 장갑을 끼워 대비를 이루도록 만들었죠. 여러 시즌 Y2K 패션을 고집해온 블루마린은 인어에서 영감을 받아 탄력 넘치는 글래머러스한 핑크색 드레스를 선보였습니다. 오른쪽 골반 부분에 꽃을 달고 긴 러플을 왼쪽 끝까지 연결되게 만들어 모델이 걸을 때마다 인어가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죠. 카울 네크라인과 비대칭 헴라인으로 더 섬세한 대안을 제시한 노울스(Knwls)도 있습니다. 톤 다운된 핑크에 불규칙하게 프릴을 단 모습이 그 옛날 캐리가 입은 칵테일 드레스와 흡사합니다.
사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입은 플라워 패턴의 드레스는 갈리아노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의 디자인은 아닙니다. 실제로 갈리아노 의상을 입은 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0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였죠. 신문 프린트가 인상적인 디올의 2000년 F/W 컬렉션 드레스였죠.
블루마린이나 노울스 의상처럼 갈리아노는 발목까지 떨어지는 러플이 달린 실크 드레스를 자주 선보였습니다. 고착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감정, 영감, 역사적 상황에 맞춰 러플 드레스를 변주했죠. 어떤 때는 해적의 세계에서 러플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스페인의 뿌리를 떠올리게 하거나 펑크와 고대 이집트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스타일을 융합하기도 했습니다.
스타일리스트 케이트 영(Kate Young)은 <보그> 인터뷰에서 존 갈리아노의 옷을 일컬어 “그 시대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최고로 멋진 의상”이라고 말했죠. “멧 볼에 참석할 때 모두 버튼과 바이어스 컷이 가미된 슬립 드레스를 입었다”면서요.
그런 의미에서 갈리아노는 이번 여름에도 우리를 빚지게 만듭니다. 자라나 망고에서 민트 그린 또는 핑크 같은 파스텔 컬러의 러플 드레스, 꽃 모티브가 들어간 프린트 드레스를 손쉽게 찾을 수 있죠. 아르켓이나 아크네 스튜디오에서는 중성적인 톤부터 보라색 같은 달콤한 톤까지 원하는 취향의 컬러를 전부 찾을 수 있습니다.
로살리아가 월드 투어를 위해 아크네 드레스를 선택했다는 것은 Z세대도 러플 드레스의 매력에 빠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2000년 이후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러플 드레스는 매력을 잃지 않은 몇 안 되는 아이템일 겁니다. 사람들은 언제고 로맨티시즘을 기다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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