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꿈을 노래한다는 것
몽상가들을 위한 도시, 베니스에서 꾸는 모든 꿈.
베니스를 거닌다는 건 꿈을 꾸고, 깨어나는 과정과 같다. 토마스 만은 단편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곤돌라를 타고 베니스를 여행하는 일을 이렇게 썼다. “곤돌라 정거장에서 한 척의 배를 잡아타고 그는 운하의 컴컴한 미궁을 지나 사자의 상이 측면에 붙어 있는 아름다운 대리석 발코니의 밑을 빠져나와, 미끈미끈한 돌담의 모퉁이를 꼬부라져서, 흔들거리는 수면에 커다란 상점 간판을 비추고 있는 쓸쓸한 성곽의 정면을 지나서, 산마르코에 다다랐다.” 구글맵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미로 같은 골목 끝에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오랜 역사가 생생하게 숨 쉬면서도 군데군데 현대의 발달한 관광산업이 뒤섞여 있는 곳. (‘런던의 컬렉터’ ‘파리의 보헤미안’ 그리고 ‘베니스의 러버’라고 불린) 페기 구겐하임이 삶의 마지막을 보낸 곳이라더니, 굳이 베니스 영화제와 비엔날레를 말하지 않아도, 정말이지, 이곳은 영감의 도시였다.
그러니 2000년 베니스에서 시작한 골든구스가 창의성을 위한 인큐베이터이자 몽상가를 위한 공간인 ‘하우스(HAUS)’의 거점으로 베니스의 항구 마르게라를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우스’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골든구스의 정체성을 상징하게 될 공간이다. 그리고 지난 5월 22일 베니스에서, 골든구스는 아직 조성 중인 ‘하우스’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일종의 트레일러 이벤트 ‘하우스 오브 드리머(HAUS of Dreamers)’를 열었다. 골든구스의 CEO 실비오 캄파라는 ‘하우스 오브 드리머’를 시작하며 골든구스에 꿈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저는 또 다른 아티스트가 아니라 몽상가(Dreamers)를 찾고 있었습니다. 꿈은 모든 것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립니다.” 골든구스가 말하는 꿈이란 현실 이상을 바라보고, 그 이상의 현실로 나아가는 것이다. “완전히 내면적인 차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꿈의 좋은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현실로 만드는 삶과 사람들이 존재하죠.”
골든구스는 ‘하우스 오브 드리머’를 위해 전 세계에서 5인의 몽상가, 즉 ‘꿈을 현실로 풀어내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들은 베니스의 전통적인 상징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자신의 꿈을 접목했다. 시작은 베니스의 페스케리아(Pescheria, 어시장)였다.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Fabio Novembre)가 ‘살아 있는 도시’로 베니스를 해석해, 베니스의 심장과도 같은 이곳에 푸른색 아치형 터널을 설치한 것이다. “이 소리가 들리나요? 이 소리는 제가 생각하는 베니스의 심장박동입니다”라는 파비오 노벰브레의 소개처럼, 웅장한 소리가 쿵쿵하고 울려 퍼지는 푸른 터널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베니스 대운하의 황홀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대운하에는 곤돌라가 둥둥 떠 있었다. 우리는 곤돌라를 타고 과거 베니스 운하를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리알토 다리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다리 위에는 미국 원주민 환경 운동가이자 모델로 활동 중인 콴나 체이싱호스(Quannah Chasinghorse)가 나무 액자 프레임 안에 서 있었다. 역사적인 다리 밑을 미끄러지는 곤돌라에서 헤드폰을 낀 채 그녀의 시 낭송을 감상했다. “포틀래치(족장 같은 부유한 계급이 선물을 분배하는 인디언의 전통 축제)와 선조의 전설 같은 이야기에 숨어 있는 수많은 교훈. 근사한 의자에 앉아 있는 것부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때까지, 모든 순간에 적용할 수 있는…” 콴나 체이싱호스가 6학년 때 쓴 작품을 베니스의 면모를 담아 살짝 고쳐 썼다는 이 시는 결국 그녀의 이야기이자 베니스의 이야기였다.
곤돌라가 ‘베니스 베니스’ 호텔에 도착했다. 골든구스의 가치와 신념을 담아 브랜드의 설립자 알레산드로 갈로(Alessandro Gallo)와 프란체스카 리날도(Francesca Rinaldo)가 만든 호텔에서 타투 아티스트 닥터 우(Dr. Woo)의 설치 작품이 이어졌다. 베니스의 상징과 정교한 태피스트리에서 영감을 받아, 사자와 천사 일러스트가 프린트된 커튼과 접시가 방 안 가득히 쌓여 있었다. 닥터 우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접시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서로를 격려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는데, 접시를 마주하고 한 끼를 함께하는 그 순간을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얘기다. 호텔의 또 다른 방에서는 모델이자 배우 수키 워터하우스(Suki Waterhouse)가 카메라를 들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스트의 사진을 찍기 위함이었다. 모든 게스트의 사진은 수키 워터하우스가 이벤트 전날 도시 곳곳을 돌며 찍었다는 다른 사진과 함께, 베니스 건설의 기반인 나무 말뚝을 닮은 기다란 막대 위에 전시됐다(행사가 끝난 후에 우리는 수키 워터하우스가 사인한 각자의 사진을 막대에서 ‘뽑아’ 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우스 오브 드리머’의 하이라이트, 골든구스의 글로벌 앰배서더인 선미가 무대에 올랐다. 수많은 촛불과 오케스트라, 베니스의 음악을 상징하는 악기 사이에서 선미의 몽환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선미가 선택한 곡은 ‘Borderline’. 그건 언젠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경계선 인격 장애를 진단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던, 선미의 진정한 속내였다. 그리고 선미는 이렇게 덧붙였다.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몽상가’라는 아이디어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꿈은 사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누군가가 표현한 꿈, 내밀한 차원에서 나아간 꿈은 힘이 세다. 우리는 누군가의 꿈을 보면서 더 큰 꿈을 꾼다. 베니스에 다섯 몽상가가 펼쳐놓은 각기 다른 꿈은 순간의 기억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하우스 오브 드리머’의 여정은 오는 10월 파리 패션 위크 기간에도 이어지며, 다섯 몽상가의 이야기는 ‘드림드 바이(Dreamed by)’ 캡슐 컬렉션으로 세계 곳곳으로 향한다. 그런데 CEO 실비오 캄파라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 인터뷰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문화가 새로운 럭셔리입니다. 최고의 패션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에서는 이제 패션쇼 너머의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 말처럼 골든구스의 문화는 꿈에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그건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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