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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무대 위의 김건우

2023.06.21

뮤지컬 무대 위의 김건우

김건우의 한결같은 앞뒤.

컷아웃 디테일의 재킷과 하니스, 울 팬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더 글로리> 이후 선택한 작품이 뮤지컬이라 의외였어요. 현재 <빠리빵집>을 공연 중이고, <그날들> 출연도 앞두고 있죠. 원래 무대를 병행하고 싶었어요. 무대에 대한 염원, 갈망, 동경이 크거든요. 그간 드라마 스케줄이 맞지 않아 못하다가 기회가 왔습니다.

연극도 아니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뮤지컬을 선택하다니 용감합니다. 동네에서 친구들 사이에서나 불렀지, 뮤지컬 배우로서 해낼 수 있을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전을 좋아합니다. 부족하겠지만 태권도 흰 띠의 발랄함으로 봐주세요.

<빠리빵집>의 프레스콜을 봤는데 품띠 정도 되던데요? 음색이 극 중 순수한 캐릭터와 어울렸어요. 노란 띠를 목표로 노력 중입니다(웃음).

중·고교 시절 밴드 보컬을 할 만큼 노래를 좋아했죠. 그저 퍼포먼스 밴드였어요(웃음). 공연 중간중간 점프를 한다든지 머리를 흔든다든지, 재밌는 시절이었죠.

밴드 이름이 유니버설 샐러드죠? 그 나이답군요. 네, 우리 노래로 우주를 섞어버리겠다!

보컬 트레이닝은 따로 받나요? 그보다는 뮤지컬 배우 조형균 형이 저의 보컬 코치이자 멘탈 코치예요.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요. 노래 좀 한다고 뮤지컬 넘버를 소화할 순 없어요. 연기와 노래가 하나 되는 지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죠. 경험이 없다 보니 그 부분을 집요하게 연구 중입니다.

뮤지컬 첫 무대를 마치고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커튼콜 받을 때 울컥했어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공연을 보러 와준 분들에게 너무 감사해서요. 독감이 심하게 걸려서 폐렴 초기 증상까지 있었지만, 열심히 준비한 마음이 가닿길 바랐습니다.

<빠리빵집>은 초연하는 창작 뮤지컬입니다. 제작할 때부터 공연계에 좋은 작품일 거라는 소문은 있었지만 신작 뮤지컬을 선택해서 조금 놀랐어요. 초연, 창작 뮤지컬, 이 두 가지에 오히려 끌렸습니다. 내가 이 캐릭터를 최초로 보여준다는 것에서 에너지가 생기거든요.

반지는 디올 맨(Dior Men).

그런가 하면 <그날들>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창작 뮤지컬이죠. 초기부터 함께해온 유준상, 오종혁, 지창욱 배우와 출연하는데요, 그만큼 부담이 클 듯합니다. 선배들이 있어서 든든하죠. 비록 제가 뒤떨어지지만 신입 멤버가 주는 신선함이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날들>은 김광석 가수의 명곡으로 구성되어 있죠.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는요? 제가 맡은 무영이란 역할이 ‘사랑했지만’을 불러요. 노래방에서 종종 고음 ‘치던’ 곡이지만 역시 뮤지컬에서는 쉽지 않아요. 뮤지컬은 서사를 충분히 해결해놓은 상태가 아니면 노래가 절대 풀리지 않거든요. 이번에 뮤지컬 배우에 대한 존경심이 엄청 커졌어요. 특히 자기 관리가 철저해요. 저도 음주를 줄이고 목을 아끼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에 함께 출연했고, 13년 차 뮤지컬 배우기도 한 김히어라도 같은 시기에 뮤지컬 <프리다>로 무대에 오르는데요. 어떤 조언을 해주던가요?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연기하듯이 자연스럽게 하라는 말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경험은 부족하지만 비기너만의 매력으로 해낼 거라고 격려도 해주고 연습실에 커피도 배달해줬죠.

관객으로서 감명 깊게 본 뮤지컬은 어떤 작품인가요? 대학생 때인가, 조승우 선배님이 하신 <닥터 지바고>를 보고 완전히 빠졌습니다. 2시간 넘게 관객을 집중시키는 에너지! 조승우 선배님이 정말 커 보였어요. 당시 학교에서 연극은 자주 해봤지만 뮤지컬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거든요. 그 공연을 계기로 언젠가는 뮤지컬을 꼭 해보고 싶어졌어요. 꿈을 이뤘습니다.

더블 브레스트 재킷과 팬츠, 반지는 디올 맨(Dior Men),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 종종 나오고 있죠. 이런 촬영을 힘들어하는 배우도 많은데 본인은 어떤가요? 집에 열 몇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부터 놀랐어요. 어색해서 많이 뚝딱거렸죠. 시청자로서 재밌게 본 예능 프로그램인데 직접 출연해보니 스태프의 숨은 노고가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적응해야지 싶었습니다.

현실적인 자취방에서 일어나고 5년째 같은 헬스클럽에 다니는 등 옆집 청년 같은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더 글로리> 전과 후 주변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없던 혜택이 생긴다고 해도 별로 누리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손 바꾸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다니던 장소, 만나던 사람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방송에 나온 친구들도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예요. 친구는 많지 않지만 다들 좁고 깊은 관계죠.

스타가 되더라도 나는 변하지 않겠다? 제가 스타도 아니고, 스타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죠.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요. 한평생 김건우란 사람으로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나를 알아봐주고 사인 요청도 들어오지만, 들뜨거나 흔들리지 않습니다. 일종의 신념이 있어요. 평범한 인간으로서 일반적인 감정을 갖고 세상을 사는 것이 중요해요.

한 드라마 작가가 배우에게 “웬만하면 골프 치지 말고 버스 타고 다니라”고 조언했다는 게 기억나는군요. 인간을 연기하는 배우라면 일상에 발을 붙여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일맥상통하는 얘기 같아요. 캐릭터는 선하든 악하든 어쨌든 사람이잖아요. 그렇기에 기존의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연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더 글로리> 방영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궁했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요. 이런 아르바이트까지 해봤다? 지금 기억나는 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애견 쇼핑몰 물류 센터에서 일했어요. 강아지 키우는 분이라면 제가 포장하고 검수한 택배를 받았을 수 있어요.

스터드 디테일 카디건과 울 팬츠는 발렌티노(Valentino).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수석 입학했어요. 그만큼 재능이 있다는 얘긴데 생각보다 무명 시절이 길어서 힘들었겠어요. 언젠가는 무조건 쓰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무슨 근거로 확신했죠?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죠(웃음). 제 연기를 믿었어요. 아무리 많이 준비해도 믿음과 확신 없이 연기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여기거든요. 무엇보다 그저 연기를 너무 사랑하고 연기할 때 행복해요.

연기의 어떤 점이 재밌는데요? 모르겠어요. 어쩌면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데 말이죠. 촬영 전까지는 나를 끝까지 몰아치는데 촬영이 시작되면 그것이 희열로 바뀌어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여러 직업을 간접 경험하고 다양한 삶을 산다는 점도 매력적이고요. 미용사가 됐다가 기자, 사진가가 될 수 있죠.

살인마도? 여러 번 했죠(웃음).

니트 탱크 톱과 팬츠는 프라다(Prada), 실버 링은 지방시(Givenchy), ‘쉘 체어’는 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øn).

그 장점이 힘들게도 하잖아요? 살인마에 이입해야 하니까요. 다행히 촬영 후에 잘 빠져나옵니다. 배우마다 성향이 다르지만 저는 연기자 생활에서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여겨요. 촬영이 끝나면 제로베이스로 만들기 위해 한없이 게을러집니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하루 종일 영화를 보는 등 퍼질러 있으면서 인간 김건우로 복귀하죠. 다시 도화지가 돼야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사실, 제가 좀 예민한 편인데, 끙끙 앓기보다는 빠르게 전환하려고 해요.

어떤 식으로 예민한가요? 저를 많이 괴롭힙니다. 새벽에 연습하면서 스스로에게 ‘그런 식으로 할 거면 때려치워’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타인에겐 유하고 긍정적입니다.

방송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어릴 적에 친척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공개하기까지 고민이 많았겠어요. 그 친구들은 원래 알고 있었어요. “네가 잘돼서 고모가 좋아하시겠다”란 말을 친구가 꺼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됐죠. 그 전까지 인터뷰에서 이 얘기를 굳이 하지 않았어요. 저를 측은하게 여기거나 선입견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물론 밖으로 알려진다고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그 시절이 자랑스러워요. 연기자에게 귀중한 경험이고요.

재킷과 셔츠, 버뮤다 쇼츠와 글러브는 페라가모(Ferragamo), ‘위시본 체어’는 칼 한센 앤 선(Carl Hansen & Søn).

연기자로서 지키고 싶은 신조는? 첫째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연기파 배우라는 말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연기자는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하는데 그 수식이 맞나 싶어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되뇌곤 합니다. ‘혼신의 노력을 했는가? 내 인생에 절대 대충 들어가는 작품은 없다.’ 그래서 아까 말한 대로 저를 괴롭히면서 가혹하게 준비합니다.

두 번째는 뭔가요? 좋은 사람이 되자. 여우 같은 사람이 잘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사람이 좋은 일을 해냈을 때 영향력이 더 크다고 봐요.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인가요? 일례를 들자면 저를 도와주는 스태프에게 항상 감사하고, 동등한 관계로 재미있게 일하고 싶어요.

인간 김건우로서 삶의 신조는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1년 365일 중에 행복한 날이 하루라도 더 많다면 한 해를 잘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을 원하는 만큼 고통, 슬픔에도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하고요. (VK)

피처 디렉터
김나랑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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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리뷰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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