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폭발적인 신인류, 싸이커스
자유분방한 바이브를 퍼뜨리는 에너지 트리거. ‘싸이커스’라는 新세계로의 초대.
K-팝의 환상성은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지구가 아닌 어딘가, 3차원을 넘어선 어딘가에 반짝이는 아이돌의 세계가 있다. 누구도 실재를 묻지 않고, 이런 암묵적 합의는 실제가 된다. 선망하고 싶은 존재에 대한 갈망이 이들의 세계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3월 30일 데뷔한 싸이커스(xikers)는 좌표를 상징하는 미지수 ‘X’와 여행자라는 의미의 단어 ‘Hikers’의 조합으로 탄생한 ‘좌표를 찾아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소년들’이다. 자신들의 좌표를 만들어가고 있는 소년들은 민재, 준민, 수민, 진식, 현우, 정훈, 세은, 유준, 헌터, 예찬 10명이다(정훈은 십자 인대 파열로 이번 화보에 참여하지 못했다). <HOUSE OF TRICKY : Doorbell Ringing>은 싸이커스 세계의 초대장 같은 데뷔 앨범이다. 앨범을 플레이하는 순간 놀이동산에 발을 디딘 듯 다이내믹한 세상이 펼쳐진다.
음악 방송으로 데뷔하는 타 아이돌과 달리 싸이커스는 지난해 SBS <더 플레이어: K-POP 퀘스트>를 통해 데뷔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다소 긴장한 구석이 보이던 첫 무대에서 시작한 여정은 여러 미션을 거쳐 데뷔곡 ‘도깨비집’ 공개까지 이어졌다. 이미 첫 번째 앨범 활동을 마친 지금의 싸이커스에게 그때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지만,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버스킹만큼은 백지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리더를 맡고 있는 민재는 미스터리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습생 때 되게 자신감 있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대중을 맞닥뜨리니 굉장히 많이 떨리더라고요. 버스킹 끝나고 모여서 얘기했는데 다들 기억이 잘 안 난다는 거예요. 분명히 열심히 했고 숨이 차고 땀도 났는데 벅차고 재미있었던 감정과 여운만 남아 있고 어떤 무대를 보여줬는지 기억이 없어요(웃음).” 싸이커스에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선사한 이 프로그램은 이들에게 처음이 있었음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특별했다. 당시 멘토로 나선 허니제이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 같다. 자기 발전에 계속 힘을 쏟고, 자신감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소년들의 가능성은 언제든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데뷔 후 싸이커스의 미니 앨범은 역대 보이 그룹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 5위를 기록했고, 2주 만에 빌보드 200에 75위로 첫 진입했으며, 뮤직비디오는 24시간 동안 유튜브 내에서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 1위를 했다.
2003~2005년 사이 태어난 소년 10명 주변에는 장난기가 도깨비불처럼 따라다닌다. 머리카락을 들춰 보면 도깨비 뿔이 하나씩 자라 있을 것만 같다(‘도깨비집’ 무대에서 헌터가 몸을 뒤집는 동작을 하며 혀를 내미는 모습을 꼭 보시라). 데뷔 시기상 5세대로 분류되는 이들은 K-팝 아이돌답게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싸이커스에 몸을 맞추기보다 개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이 모여 싸이커스를 이룬 듯한 모습이다. 유준은 싸이커스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XIKEY’를 꼽으며 ‘왜 겁을 먹어 밥을 더 먹지’라는 가사를 예로 들었다. “겁 없는 신인의 패기를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가 아닌가 싶어요. 곡 자체가 강렬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우리를 잘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현우 역시 동의한다고 말했다. “10명이 나이대가 비슷하고 친구처럼 지내는데 방송에 보이는 것보다 평소 텐션이 더 높거든요(웃음). 그만큼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이 많은데 ‘XIKEY’ 첫 무대에서 마음가짐은 다 똑같았던 것 같아요. ‘이 무대에서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다 보여주겠다’는 것.” ‘기쁨이든 슬픔이든 신명이든 자신들의 무대를 보고 어떤 감정 하나는 남았으면 좋겠다’는 세은 역시 그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 ‘XIKEY’라고 했다. 특히 그가 꼽은 무대는 <엠카운트다운> 데뷔 무대다. “춤추면서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어요. 이 곡은 에너지를 중심으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죠.” 랩 메이킹을 한 민재는 마음에 드는 가사로 ‘눈앞에 놓인 너의 New Mi Casa’를 들었다. “‘눈앞에 놓인 너의 새로운 집’이란 뜻이에요. 싸이커스라는 새로운 집에 온 걸 환영한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면 직관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집인데?’라는 느낌을 한 줄 안에서 주고 싶었죠. 결과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가사예요.” 그러고 보면 ‘도깨비집’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가사는 ‘We’re playing like this’다. 소년들에 이끌려 기꺼이 한발 내딛고 싶은 신세계다.
더블 타이틀곡인 ‘ROCKSTAR’에도 싸이커스의 정체성은 담겨 있다. 록스타는 슈퍼스타이고 이 시대 아이돌과 동의어다. 세은은 ‘죄다 찢어진 바지 더러워진 신발 잔뜩 늘어진 셔츠’가 상관없다고 노래를 시작한다. 표현력이 뛰어난 헌터는 가사에 몰입할 수 있었던 곡이라고 전했다. “사실 무대 준비하면서 걱정이 너무 많았는데 제 파트에 ‘걱정 따위는 Go away’라는 가사가 딱 있는 거예요. 이런 마음으로 임하면 되겠다 싶었고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사실 남들 시선이나 생각이 너무 신경 쓰일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 곡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요. 이 무대를 할 때는 록스타가 된 기분이고, 노래가 끝나도 계속 록스타인 것 같죠.” 이 곡에 싸이커스를 이입한 민재의 해석도 흥미롭다. “만약 거울이라는 메타포를 둔다고 했을 때, 거울에는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이 보이잖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방 안에서 음악을 듣는이 순간만큼은 내가 록스타로 거울에 비쳐 보이는 거죠. 한계가 없는 10대 소년 입장으로 풀어낸 거예요. 무대 하는 순간만큼은 꿈꾸던 우상이 된 것처럼, 있는 그대로 우리의 포부를 보여주는 곡으로 봤어요.” ‘ROCKSTAR’ 뮤직비디오에서 소년들은 파란색 불꽃을 뿜으며 더 먼 곳을 향해 하늘 높이 날아간다.
10명이라는 다인원은 싸이커스의 퍼포먼스를 극적으로 만든다. 유준이 꼽은 다인원 그룹의 장점은 “다양한 구성이나 동선을 표현할 수 있고, 칼군무 느낌이 나면서도 풍부해 보여서 더 멋있는 느낌을 줄 수 있다”이다. 특별한 무대장치나 댄서 없이도 싸이커스는 자신들의 세계를 꽉 채워 보인다. 데뷔 쇼케이스 영상에서 유준은 ‘ROCKSTAR’ 무대 후 ‘러닝 머신 위에서 노래하는 느낌’이라고 퍼포먼스의 고난도를 표현했는데, 춤에 진심인 소년들은 러닝 머신의 속도를 최대로 올리더라도 해낼 것 같은 의지를 드러낸다. 사실 몸을 뒤로 젖혀 돌리는 ‘도깨비집’ 안무가 처음부터 가능한 멤버는 없었다. 연습을 할 때마다, 시간을 들일 때마다 점점, 조금씩 각도가 내려갔고 흥겨우면서도 기묘한 무대가 탄생했다. 알려져 있듯 싸이커스는 에이티즈의 후배 그룹이다. 에이티즈 홍중은 싸이커스의 데뷔 앨범 전 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고 에이티즈 멤버들은 싸이커스의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는 중이다. 에이티즈를 보며 꿈을 키운 소년들은 선배들로부터 ‘지금 무대가 마지막인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무대를 하는 태도’를 물려받았다.
보컬 파트와 랩 파트는 물론 멤버별로 음색이 선명하게 다른 것도 싸이커스의 특징이다. 첫 번째 미니 앨범 활동을 마무리한 지금, 현우는 특정 멤버가 바로 떠오르는 파트가 생기기 시작했고 이 파트는 이 멤버가 아니면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 톤 랩을 선보이는 예찬은 “래퍼 세 명의 톤이 완전히 달라요. 다른 래퍼들은 시그니처 사운드 같은 것도 있잖아요. 우리는 따로 없는데 딱 들었을 때 이 목소리가 누군지 드러나서 랩 파트가 되게 재밌게 들려요”라고 말했다. 데뷔 앨범임에도 래퍼 민재, 수민, 예찬은 작사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민재는 첫 앨범이다 보니 해석이 필요 없는 가사를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 이렇게 놀고 있는데 같이 놀자’는 메시지에 뿌리를 두고, 재미난 표현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가사 작업을 했지만 수민은 다음에는 자유롭게 써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평소 영감을 받는 대상으로 수민은 웹툰을 꼽았다. “웹툰에 의성어가 많아요. 평소 노래도 가사보다 애드리브나 추임새 위주로 듣고, 소설에서도 의성어를 찾아 읽으며 저만의 색깔을 찾아보는 중이에요.”
라이브는 무엇보다 이들이 잘해내고 싶은 것이다. 세은은 “우리 노래 템포가 빠르고 높은 음에서 많이 노는 편이라서 어려워요. 처음 라이브 연습할 때 ‘이게 될까?’ 싶은데, 하다 보면 점점 늘고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에는 해내게 되더라고요. 진짜 안될 거 같을 때면 두려워지기 마련인데, 멤버들과 이제는 ‘어쨌든 성공하게 되어 있다’는 마인드로 연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준민은 “얘들은 다르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서로 객관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더 나아지고자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중저음 톤으로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를 가진 진식은 “앞으로 뻥 뚫린 것처럼 막힘없이 시원하게 소리를 내서 들을수록 시원한 느낌이 나는 보컬이 되고 싶어요”라는 포부를 전했다.
K-팝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완벽주의’가 꼽히지만 싸이커스는 거기 머물지 않는다. 싸이커스만의 강점을 물었을 때 세은은 ‘자유분방함’을 들었다. “아이돌 하면 딱딱 정해진 느낌인데 우리는 그런 게 아예 없어요. 무대 할 때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요. 연습실에서는 당연히 정해진 걸 하는데, 무대에 올라가면 또 달라요. 인이어를 끼고 있으면 다른 멤버들의 라이브와 애드리브가 들리는데 ‘와, 지금 엄청 즐기고 있구나’가 확실하게 느껴져서 그런 점이 자유롭다고 느끼죠.” 준민이 애드리브가 빛을 발한 무대로 ‘KCON JAPAN 2023’을 꼽자 민재가 말을 이어갔다. “샤우팅도 자주 하고 ‘Leggo’ ‘Hey’ 이런 걸 되게 많이 해요(웃음). 우리가 신나서 하기도 하지만 ‘여러분, 같이 즐겨주세요’라는 신호이기도 해요.” 그러므로 싸이커스의 무대는 한순간도 동일한 무대가 없고, 애드리브로 예상치 못한 에너지가 나오기도 한다. “‘ROCKSTAR’에서 민재 형이 ‘Feelin’ like a ROCKSTAR, 세상을 향해 Shout’를 속삭이듯 해야 하는데 힘차게 외친 적이 있어요. 그다음을 제가 이어가는데 오히려 굉장히 힘을 받더라고요.” 수민의 말처럼 멤버들의 고유한 에너지는 다른 멤버들에게 또 다른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헌터에게도 같은 경험이 있다. “무대를 할 때면 멤버들끼리 서로 눈빛을 보는 모먼트가 하나씩 있거든요. 같이 무대를 하면서 서로 힘을 얻으니까 굉장히 특별해요.” 많은 그룹이 에너지를 말하지만 싸이커스의 에너지에는 긍정적인 전염성이 있어 보인다. 에너지를 끌어내는 트리거다. 민재가 말했다. “무대 하는 동안 모든 걸 잠깐 내려놓고 싸이커스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우리만의 특별한 에너지를 설명해보자면, 각자가 지닌 에너지가 나오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싸이커스는 음악이라는 좌표를 찾는 중이다. 현대무용과 색소폰을 연주하다가 하나로 모아지는 예술로 K-팝을 선택한 예찬, 방탄소년단 무대를 보고 반해서 꿈을 키운 유준, 밴드 보컬로 활약하다가 장르의 확장을 위해 아이돌로 선 현우, 아는 형의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아서 가수의 꿈을 키운 진식, 친구가 보여준 뮤비 한 편에 운명처럼 이 길로 들어선 준민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정말 다른 소년들이 모여 싸이커스라는 에너지를 이뤘다. 세은은 데뷔라는 목표, 데뷔를 이룬 후 매일 생기는 수많은 목표를 찾아가는 과정이 싸이커스의 세계관과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릴 때는 내성적이었고 공부만 하며 정해진 틀 안에서 지냈는데 음악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을 찾았고 자유로워졌어요. 음악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생각해요.” 수민 역시 음악이 기회였다고 말했다. “규칙이나 틀에 갇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음악은 정답이 없는 게 아주 좋아요. 음악은 나를 알아가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우는 음악은 의사소통이라고 말했다. “가사를 정확히 모르더라도 ‘이런 느낌이 좋다’는 게 느껴지니까요. 살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데 멤버들이랑 같이 연습하고 활동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찾고 싶은 좌표에 다가갈 길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준민 역시 음악은 우리 감정을 움직인다고 말한다. “감성적인 편이라서 슬플 때나 힘들 때 노래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싸이커스의 노래를 들으며 감정적으로 좋은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들의 자유분방한 바이브를 가사만큼이나 강렬하게 전하는 싸이커스는 예측 불가능한 여정에 청자를 초대한다. 진식은 어떤 그룹보다도 임팩트가 강하길 바랐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세대에는 싸이커스가 있었지!’라는 말을 듣고 싶다는 꿈을 비쳤다. 예찬은 1집 활동에서 받은 ‘잘한다’는 평가를 넘어 두 번째 활동 때는 ‘싸이커스를 봐야만 만족이 되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리겠다’고 결심을 다졌다. “누가 봐도 멋있고 누가 들어도 음악이 좋았으면 해요. 어딜 가나 항상 언급되는 그룹이 목표예요.” 자신들을 꿈꾸게 한 선배 뮤지션처럼 후배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공통적이다. 민재는 ‘대체 불가’란 단어를 꺼냈다. “실력으로도 더 잘해낼 겁니다. 무엇보다 ‘무대에서 노는 것만큼은 싸이커스가 일등이다’란 평가를 받고 싶어요. 일상에서 3분 남짓한 시간으로도 신나는 기분이나 에너지를 느끼고 싶을 때 무조건 싸이커스가 떠오를 수 있게 무대를 통해 증명해나가겠습니다.” 2023년 3월 30일 출발한 10개의 좌표가 다시 한번 세상에 없던 공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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