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입는’ 시대가 온다
이제 곧 가방을 드는 대신 입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라다의 헤어밴드부터 발렌티노의 미니 백까지, 늘 그래 왔듯 이번 남성복 패션 위크에서도 탐나는 액세서리가 하루 걸러 한 번씩 등장했습니다. 지난 22일, 지방시 2024 S/S 컬렉션에서 발견한 액세서리는 가방이었죠.
옷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군요. 쇼 내내 가방을 손에 들고 무대를 가로지른 모델은 단 2명뿐이었으니까요. 나머지는 모두 모델들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일명 ‘낚시 조끼’라 불리는 유틸리티 베스트, 보디를 감싸는 하네스 스타일, 허리에 둘러맨 벨트의 모습으로 말이죠.
알다시피 지금 런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실용성입니다. 어느 때보다 두 팔을 자유롭게 휘적이는 무대 위 모델들을 보며 매튜 윌리엄스 역시 같은 탐구를 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지방시보다 먼저 공개된 윌리엄스의 브랜드 1017 알릭스 9SM 쇼에 롤러코스터 벨트가 다시 등장하고, 카고 포켓이 달린 재킷이나 하드웨어를 장착한 아우터 등이 오른 걸 보며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긴 했지만요.
지방시에서 선보인 유틸리티 스타일이 유독 재미있었던 것은 제법 점잖았기 때문입니다. 소재, 사이즈,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포인트 역할을 자처하던 여타 하우스와는 남다른 무드를 풍겼죠. 윌리엄스 특유의 절제미가 예외 없이 적용된 겁니다. 수트 위에 걸친 스톰 점퍼, 정교하고 매끈한 민소매 점프 수트, 어깨선에 힘준 오버사이즈 재킷 등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아함과 실용성이 보기 좋게 버무려진 쇼였지요. 유틸리티 트렌드의 다음 단계가 궁금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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