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보다 태도, 룰루레몬만의 언어
더 멀리, 더 기쁘게 내딛는 삶의 즐거움.
룰루레몬의 세계에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새로운 알파벳이나 형상문자는 없다. 대신 공통된 세계관을 지닌 무리 사이에 발달한 사회적인 언어에 가깝다. 그 기본은 긍정적인 태도다. 이를 바탕으로 내면의 평화와 스스로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삶을 우선시한다. 그 속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스포츠 브랜드를 표방하지만, ‘건강’이라는 단어를 결코 입 밖에 내지 않는다. 대신 ‘웰빙(Well-being)’과 ‘웰니스(Wellness)’, ‘마인드풀(Mindful)’ 등을 강조한다.
지난 5월 23일 캐나다 밴쿠버의 룰루레몬 본사에 모인 전 세계 기자들은 서서히 룰루레몬의 언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콘월 애비뉴가 시작되는 곳에 자리한 갈색 벽돌 건물 4층 높이의 아트리움은 그 언어와 에너지가 응축된 곳이었다. 이곳을 고향으로 하는 브랜드는 ‘Further’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소개하기 위해 우리를 초대했다. 그들이 말하는 ‘웰빙’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블리스필 트레일(Blissfeel Trail)’이라는 새로운 트레일 러닝화 론칭도 빼놓지 않았다. 1998년 요가복를 바탕으로 시작한 룰루레몬은 지난 25년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왔다. 레깅스 패션의 원조이자 시작이 이곳이었다. 밴쿠버 4번가의 한 매장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 650여 개 매장에서 수많은 ‘에듀케이터(룰루레몬의 매장 직원을 가리키는 말)’가 ‘게스트(손님을 뜻한다)’를 맞이한다. 이제는 요가를 넘어 러닝, 트레이닝, 테니스,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위한 세련된 스타일을 제안한다. 여기에 일상복을 가리키는 ‘온더무브(On the Move)’ 컬렉션과 지난해 론칭한 여성을 위한 스니커즈도 함께한다.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이 스스로 최고의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서 인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가장 먼저 인사를 건넨 룰루레몬의 CEO 캘빈 맥도널드(Calvin McDonald)는 브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를 먼저 제시했다. “이것이 우리의 북극성입니다.” 그가 이야기한 ‘Feel Best’라는 표현은 룰루레몬과 함께한 이틀 동안 계속 반복되는 표어와 같았다. 사회를 맡은 호주의 인플루언서도 스스로 최고의 기분을 느낄 때 가장 잘 뛸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최고 브랜드 책임자 니키 뉴버거(Nikki Neuburger) 역시 룰루레몬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잠재력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여기서 룰루레몬은 물 흐르듯 ‘퍼더(Further)’ 이니셔티브를 소개했다. 그 시작은 대부분 스포츠 브랜드 제품이나 연구의 시초가 남성이라는 사회적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시작한 룰루레몬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 어떤 스포츠보다 멀리 달리는 울트라러닝에서 남녀의 기록 차이가 작다는 점도 하나의 힌트가 되었다. 곧 자사 리서치 네트워크와 캐나다 스포츠 연구소(Canadian Sport Institute Pacific)를 통해 인간, 특히 여성의 지구력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 한국을 포함해 여성 러너 10명이 글로벌 앰배서더로 함께하기로 했다. 이들은 룰루레몬의 제품 개발과 디자인 등에 직접 참여하고,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지원은 물론 스포츠 과학과 의학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2024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부터 6일간 이어지는 울트라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이 캠페인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전엔 단 한 번도 여성만을 위한 ‘핏’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3월 48시간 동안 270.5마일을 달리면서 세상 그 누구보다 멀리 달린 기록을 세운 카밀 헤론(Camille Herron)이 룰루레몬과 함께하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여성만을 위한 트레일 슈즈는 다르게 느껴지고, 편안합니다.” 하루에 60km 이상을 달리는 한국의 러너 강윤영 역시 앰배서더로 꼽혔다. “전 무엇보다 즐겁게 달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리는 건 저의 목표와 달랐습니다. 하지만 룰루레몬과 함께하면서 한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스스로를 즐거움을 찾는 자(Joy Seeker)라고 표현한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이어진 건 룰루레몬의 언어에 익숙해지기 위한 심화 과정이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이 탄생하는 ‘랩(Lab)’에서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만나고, ‘퍼더’에 참여하는 앰배서더의 가능성을 체크하는 기술을 잠시 엿보았다. 밴쿠버를 대표하는 스탠리 파크를 달리는 프로그램도 기다리고 있었다. 2023년 봄여름 시즌에 새롭게 만나는 컬렉션을 살펴보고, 삶에 휴식을 주는 숨 쉬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아침엔 요가를 즐기고, 룰루레몬이 이야기하는 잘 사는 법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웰니스는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10명의 앰배서더 중 한 명인 케일라 지터(Kayla Jeter)는 패널끼리 웰빙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이렇게 말했다. “그것을 발견하는 건 특권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입니다. 우리 모두 ‘웰니스’적 삶을 누릴 가치가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웰빙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는 브랜드답게 일상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우리의 웰빙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요소를 모두 가리킵니다.” 그 대화를 이끌던 룰루레몬의 디렉터 지안 파블리코(Jian Pablico)는 이렇게 정의했다. 단순히 빨리 달리거나 더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모든 부분을 빼곡히 채워가는 노력이 건강한 삶으로 향하는 첫 번째 단계라는 것.
이 모든 프로그램은 여성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기 위한 룰루레몬의 의지를 담은 듯했다. 그 속에 참여한 몇 안 되는 남성으로서 난 조금은 경외심과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Further 프로젝트를 확장하면 개인의 목표, 그 목표 이상으로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제품 총책임자(CPO) 선 초(Sun Choe)는 결국 이 프로젝트는 모두를 위한 것이라 답했다. “생활 속에서 사람들의 잠재력과 웰빙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브랜드의 목표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삶에서 그 이상을 추구하고, 성취하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를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겨우 48시간을 함께 보냈지만, 왠지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공항으로 떠나는 차를 함께 탄 독일 기자가 내게 소감을 물어왔다. 사실 난 룰루레몬 특유의 산뜻한 컬러와 잔뜩 땀을 흘려도 냄새가 나지 않는 소재가 마음에 들었지만, 그녀가 바라는 대답은 삶에 대한 좀 더 깊은 통찰인 듯했다. 이 모든 것이 애슬레저라는 유행을 처음 시작한 브랜드치고는 거창한 것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가 답했다. “기억나지 않아요? 우리가 그 옷을 입었을 때 보이는 것만큼 기분이 중요하다는 말. 그 말이 꽤 오래 떠오를 것 같아요.” (VK)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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