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라는 배에 오른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해가 길어졌다. 같은 목표를 붙들고 한배에 오른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의 즐거운 한때.
행복한 항해, 김혜수
김혜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봄부터 준비한 영화 <밀수> 팀과의 화보 촬영 직전, SNS에서는 배우 송윤아가 진행자로 활약하는 유튜브 채널 ‘by PDC 피디씨’에 출연한 김혜수의 말이 명언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90만 조회 수(6월 14일 기준)를 기록한 1편 영상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중요한 기억을 잊지 않는 것. 그게 나한테는 삶의 동력이에요.” 37년째 연기를 해오며 숱한 현장과 사람을 겪어왔을 텐데도 여전히 기억하고, 뭔가를 남기려 애쓰는 배우. 정다운 친화력과 진심 어린 태도로 찰나의 장면에서도 ‘역시’란 말을 듣는 김혜수는 그런 원칙을 생명 줄처럼 쥐고 있었다. <밀수>의 첫 홍보 일정이었던 <보그> 화보 촬영을 앞두고 그녀는 2년 전 여름을 떠올리고자 촬영 일지를 들췄다고 했다. “평소에 뭔가 쓰고 싶어지거나 눈에 담기는 게 있으면 스마트폰에 기록해두는데 <밀수> 촬영장에서는 남기고 싶은 게 좀 많았나 봐요. 그냥 지나쳐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 좀 길게 붙잡고 있고 싶은 거죠. 다 너무 소중했던 거예요.” 14세. 총명한 눈빛의 태권도 소녀로 음료 광고에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연예계에 입문한 김혜수가 배우로서 현장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건 시간이 한참 지나서다. 데뷔하자마자 <사모곡>(1987), <순심이>(1988), <세노야>(1989) 같은 굵직한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상복도 꾸준했다.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1993)으로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연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드라마 <짝>(1994~1998), <국희>(1999),<장희빈>(2002~2003) 등으로 대상을 포함한 연기상을 주르르 손에 쥐었다. 인기와 명성을 순식간에 거머쥔 그야말로 폭풍의 시간. 김혜수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이도 아니었고, 배우가 어떤 직업인지도 모르고, 그냥 신났던 것 같아요. 머리 묶은 남자도 있지, 담배 피우는 작가 언니도 있지, 촬영장에서 만나는 특이한 어른들이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죠. 게다가 다들 저를 귀여워했어요. 업어달라면 업어주고, 설렁탕 못 먹는다는 말에 손잡고 가서 갈비 사주고. 지금은 자의식을 갖고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아역 배우도 많은데 그 당시엔 다들 저를 그냥 아기처럼 대했거든요.”
타자에 의해 형성된 세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20대 초반, 배우와 인간으로서 자의식이 동시에 꿈틀거리며 그녀에게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온 것. “갈수록 저에게도 취향이란 게 생기잖아요. 대외적으로는 문제없이 여전히 밝고 건강한 소녀였지만 안에서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복되는 생활에서 오는 무기력함 같은 것이 생긴 거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 인생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폭풍처럼 들이닥쳤는데 그 고민이 거의 30대 직전까지 갔어요.” ‘메디컬 미스터리’를 표방한 곽경택 감독의 실험적 영화 <닥터 K>(1999)는 그녀가 배우로서 처음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정 마담’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과 569만 관객이라는 고무적인 수치로 그녀에게 ‘제2의 전성기’라는 타이틀을 건넨 <타짜>(2006)를 촬영할 땐 처음으로 현장을 즐기며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촬영이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저는 일할 때는 일에만 몰두하는 타입이거든요. 환경이 불편하다거나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게 일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아요. 자아 성찰, 배우의 포부, 선배로서의 책임감, 다 좋지만 솔직히 얘기하면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저에게 할당된 거 잘해내기도 바쁘거든요. 그러니 <타짜>를 하면서 느낀 즐거움은 놀라운 거죠.” 돌이켜보면 사람 때문이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나를 매료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현장은 되게 즐겁고, 거기에서 정말 큰 에너지를 얻어요. 현장이 행복할 때, 가만 보면 항상 그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밀수> 촬영하면서도 현장이나 숙소를 거의 안 떠났어요. 함께한 사람들과의 순간순간이 정말로 다 좋았거든요.”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로부터 처음 <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한 건 염정아 배우였다. 오래전, 드라마 <사과꽃 향기>(1996)를 촬영하며 특별 출연한 염정아와 삼각관계로 만난 후 오랜만의 조우였다. “당시 너무 전형적인 연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정아 연기가 굉장히 세련되고 담백하게 느껴졌어요. 저랑 굉장히 상반되는 스타일의 배우라 어쩐지 계속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류승완 감독 영화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정아가 출연한 영화도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김지운, 최동훈, 박찬욱 감독님 영화에 등장한 모습도 너무 매혹적이었고요.” 성공을 꿈꾸는 승부사 조춘자(김혜수)와 살기 위해 밀수판에 가담한 엄진숙(염정아). ‘한 팀’으로 마주한 이번 만남은 기대 이상이었다. “바다에서 상자를 건져 올리는 장면을 찍는데 물에서 움직일 때 우리끼리 사인을 맞추고 연기해야 하거든요. 그때 정아 눈을 보잖아요? 뭉클하더라고요. 진공상태에서 우리 둘만 존재하는 그 고요한 순간, 무한 신뢰하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때 느껴지는 감동이 있었어요. 눈물 날 정도로 좋았죠. 휘청거리고, 넘어져도 우린 늘 괜찮았어요. 얼마든지 다시 할 수 있었거든요.” 이어 김혜수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범죄 액션 서사의 베테랑인 류승완 감독과 출연 확정 소식을 듣고 “영화에 굉장히 큰 힘이 돼주기로 결심해줘서 고마웠다”는 조인성 배우, 이어서 합류하며 신선한 조합을 완성해준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배우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칭찬 폭격기’는 김혜수가 비교적 최근 얻은 수식어다. “누군가의 진짜 장점을 발견할 때 마음이 좋아요. 그런데 그걸 입 밖으로 내면 나한테도 각인이 되죠. 누군가의 매력과 능력을 인정하는 일은 결국 나에게 좋더라고요.”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현장에서 한 장 한장 담아둔 동료 배우들의 사진으로 가득하며 드라마 <슈룹>(2022)으로 인연을 맺은 ‘왕자들’과의 교류도 여전히 활발하다. 청룡영화상 역대 최연소 및 최다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그녀가 올해로 30년째 ‘청룡의 여인’으로 굳건히 존재하는 것 또한 동료 배우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없었다면 이어가지 못했을 발자취다.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2010)에 수여된 감독상을 대리 수상했던 강혜정 대표의 “세상의 모든 부당거래에 반대합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비롯해 <밀애>(2002)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윤진 배우의 수상 소감, 그뿐 아니라 지난해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 중 객석에서 포착한 탕웨이의 눈물까지,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다. “저는 바로 옆에서 보잖아요. 그 짧은 순간 느껴지는 감정과 태도, 떨림, 머뭇거림, 이 모든 것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배우가 저런 거지’란 생각도 들고요. 너무너무 소중한 순간이에요.” 23세의 나이에 순수하게 영화판 이야기를 알고 싶어 수락한 영광스러운 자리. 그녀는 어느새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는 진행자이자 영화인으로 영화계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타고난 스타로 보이지만 김혜수는 스스로를 “성실한 배우”라 소개한다. 아주 어릴 땐 ‘인생의 3분의 1이 수면으로 허비된다’는 말에 꽂혀 촬영이 끝나고도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며 시험 공부를 했고, 20대, 30대, 40대에도 꾸준히 작품으로 관객을 만났다. 그녀가 남다른 독서광이란 사실은 유명하다. 그뿐 아니라 아무리 바빠도 여전히 자신에게 들어오는 모든 제안을 일일이 검토한다. 영화 <도둑들>(2012) 이후 갑작스럽게 생긴 물 공포증 탓에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밀수>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에 사로잡혔을 때도 믿을 건 성실하고 우직하게 일으켜온 자신의 몸뿐이었다. <밀수>에서 김혜수는 돈이 되고,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온 조춘자를 연기한다. “춘자는 굉장히 상스러운 여자예요. 진심인 듯 아닌 듯 행동하며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죠.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마음을 준 누군가에게는 끝까지 의리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거. 그게 참 멋있고 좋았어요.” 반전 매력을 지닌 조춘자를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내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더욱 공을 들였다. 마침 영화 배경이 되는 1970년대는 문학과 대중문화, 건축, 복식 등 모든 면에서 그녀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대이기도 했다. “어떤 시대나 인물에 관심이 생기면 자료를 모아두는 취미가 있어요.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면 의상 팀에 레퍼런스도 많이 보내죠. 춘자를 머릿속에 그렸을 때 딱 떠오른 것이 1970년대 파라 포셋 헤어스타일이었어요. 옷은 디자인과 소재, 패턴까지 하나하나 다 골랐고요.”
배우로서 성실하게 걸어온 시간은 선택한 다음 해내는 삶의 연속이었다. 연기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한 번도 정착하지 않았던 김혜수는 숨을 고르고 있다. 김혜수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슈룹> 이후 그녀는 번아웃을 겪었다. 영화 <내가 죽던 날>(2020)부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2022)과 <밀수>, <슈룹>까지 쉼 없이 달려온 탓이었다. “이렇게 오래 연기할 줄은 몰랐어요. 삶의 가장 아름답고 열정 넘치는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예전에는 자꾸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으려고 스스로를 괴롭게 만든 것 같아요. 그러다 어느 날, 영화 <밀양>을 오랜만에 다시 보는데 해방감이 느껴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너무 애썼어. 이걸로 됐어. 너무 수고했어. 뭘 찾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거야.’ 지금은 예전처럼 괴롭진 않아요. 옛날에는 연기가 안 되면 ‘결국 여기까진가. 진짜 난 안 되나 보다’ 하며 자괴감에 빠졌다면 지금은 ‘에휴, 안 되네’ 정도에 그치죠.” 최근 그녀는 의도적으로 스스로를 내버려두고 있다. 기한도 없고, 이 시간을 뭘로 채워야겠다는 강박도 없다. “다만 어느 시점에 제가 뭔가를 한다면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믿음 정도는 있어요.” 파도가 잠잠해졌고, 견고한 배 위의 김혜수는 잠시 노 젓기를 멈춘 상태다. 그렇더라도 그녀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신사와 바다, 조인성
7월 28일은 조인성의 생일이다. 영화 <모가디슈>(2021)는 그날 개봉했다. 불같은 성격의 강대진 참사관이 총알이 빗발치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사막을 내달리며 생사를 건 탈출을 감행하던 그 시각, 현실 세계에서의 조인성은 평화로운 동해 어느 해변에서 류승완 감독과 다음 영화를 찍고 있었다. 2021년 여름이 시작될 무렵 촬영에 들어간 <밀수>는 감독과 주요 배우뿐 아니라 <모가디슈>의 촬영 스태프 상당수가 연이어 작품을 함께했다. “거의 ‘외유내강’의 전속 배우처럼 활동하던 시기였죠. 홍보 현장이나 촬영장 어딜 가도 익숙한 얼굴들을 계속 만났어요. 드문 경우죠. 그래서 더 좋았어요.” 조인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말쑥한 차림으로 스튜디오 한쪽의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모가디슈>는 그해 개봉된 한국 영화 중 최다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로 침체된 극장가에 모처럼 활력을 일으켰다. <밀수>의 개봉일은 7월 26일, 이번에도 그의 생일 무렵이다. “아무래도 텐트폴 영화니까 제작사나 투자사가 그때를 적기로 본 것 같아요. 염정아 선배 생일도 저랑 같은 날이에요. 아무쪼록 좋은 기운이 모여 잘됐으면 합니다.” <밀수>에서 조인성이 맡은 역은 밀수왕 ‘권 상사’다. 베트남전에서 밀수에 눈을 떠 전국구로 판을 키운 이 인물 좋은 사업가는 품위 있게 불법을 일삼는다. 류승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조인성에 대해 “미남력의 끝장을 보여줄 것”이라 공언했다. <모가디슈>가 완벽한 미남 스타의 허술한 면모를 인간적인 매력으로 부각시켰다면 <밀수>의 조인성은 전작을 함께한 촬영 팀조차 같은 사람임을 의심할 만큼 멋지고 근사하다. “뭐랄까. 감독님은 제게 ‘젠틀한 밀수왕’을 기대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나 그런 모습은 제게 없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죠.” 그는 웃음 섞인 농담으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류승완 감독과 그는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주먹이 운다>예요. 남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나 할까. <짝패>도 재미있게 봤어요.” 이번 영화 출연도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원래 그는 만화가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디즈니+ 드라마 <무빙>의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그 사이 4개월 정도 시간이 비었는데 스케줄이 딱 맞았던 거죠.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망설임 없이 결정했어요. 시나리오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어요.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이런 작품에 제가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하면 되는 거니까.”
덕분에 그는 아주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연달아 영화와 드라마를 찍고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남자들이 한적한 시골 가게를 맡아 운영한다는 컨셉의 tvN <어쩌다 사장> 시리즈는 조인성의 첫 고정 예능이다. “<모가디슈>를 찍고 코로나19 때문에 한 2년 개봉을 못했어요. 그때 불현듯 많은 것이 달라질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기존의 제 방식대로 움직여서는 안 될 것 같았어요. 이러다 대중과의 소통이 단절되겠다 싶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그래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제일 가깝게 대중과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예능을 떠올린 거죠.” 조인성은 먼저 차태현에게연락했다. 그러자 차태현은 KBS <1박 2일>로 여러 해를 동고동락한 유호진 PD를 소개했다. 세 사람은 기획부터 캐스팅까지 프로그램 전체를 같이 만들었다. ‘시즌 1’은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의 가맥집을 겸한 상회에서, ‘시즌 2’는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한 할인 마트로 이전 개업해 각각 약 열흘간 촬영이 진행됐다.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말이 아직 남아 있는 게 어디일까 생각했어요. 시골 슈퍼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잖아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대가로 우리는 라면을 끓이고, 또 음식을 나누면서 인생의 지혜를 선물 받았죠. 시골 할머니의 지나가는 말에도 굉장히 값진 진리가 있거든요.” 조인성은 작은 식당이 딸린 가게의 주방을 도맡았을 뿐 아니라 촬영 2주 전부터 미리 재료를 공수해올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주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다. “참 해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오히려 저한테 도움이 됐죠. 동네 어르신들은 우리가 연예인인지도 잘 몰라요. 그저 젊은 친구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건강해야 돼’ 하시는데 그런 뜬금없는 위로가 절 울리기도 하고. 직업이 다를 뿐이지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잖아요. 그 따뜻한 마음이 정겨웠고 뭔가 해소가 됐어요.”
<밀수>의 배우들도 ‘어쩌다 사장’이 된 조인성을 돕기 위해 기꺼이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섰다. 김혜수 역시 한걸음에 달려갔다. 난생처음 가게 아르바이트를 해본다는 그녀는 조인성을 만나자마자 꼭 끌어안고 애쓴 그의 등을 토닥였다. 김혜수는 <보그> 화보 촬영장에서도 오랜만에 만나는 모든 이들과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혜수 선배님의 포옹은 매력이 있죠. 매직 같은 힘이 있어요.” 조인성은 <밀수>에서 김혜수와 처음 호흡을 맞췄다. 2000년 드라마 <학교 3>로 데뷔 후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사석에서조차 인연이 없었다. 고대하던 김혜수와의 첫 촬영에 대해 <어쩌다 사장>에서 그는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속으로는 너무 떨려 터질 것 같았다”며 잔뜩 긴장한 당시의 속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호텔에서 사업적인 얘길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 대사량이 상당했거든요. 압박감도 상당했죠. 선배님이 분위기를 잘 풀어주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상대를 보는 시선, 그 마음에 대해 이번에 저도 많이 배웠어요.” 김혜수가 뜨겁고 부드럽다면 염정아는 깔끔하고 시원시원하다. “두 분의 케미가 정말 대단했죠. 성별을 떠나 영화의 중심이 되는 두 배우가 너무나 든든했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다른 배우들이 재미있게 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요.” 엄청난 카리스마로 육지와 바다를 종횡무진하고 카메라 밖에선 상냥한 배려로 서로를 격려하는 배우들 덕분에 촬영 현장은 늘 흥이 넘쳤다. 조인성은 까마득한 선후배들 사이에서 중심을 지키며 현장의 긴장을 해소하는 점잖은 분위기 메이커. 그는 후배들이 편하게 느끼도록 먼저 다가가는 타입이다. 영화 <더 킹>에서 조인성과 단 2회 촬영을 함께 했다는 박정민은 그저 지나가는 배우가 아닌 동료로서 자신을 기억하고 줄곧 잘 대해주는 그에게 고마워했다. “그건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은 아니에요. 현장은 저한테 뭐랄까? 학교나 직장처럼 너무 익숙한 곳이에요. 이제는 연예인이 아니었던 시간보다 연예인으로 산 시간이 더 기니까. 그런 곳에서 동료들과 즐겁고 재미있게 지내지 않을 이유가 없죠.”
그의 말처럼 이제는 연예인이 아닌 조인성은 상상하기 힘들다. 거의 데뷔 직후부터 그는 줄곧 스타였다. MBC <뉴 논스톱>(2001)에서 착하고 순진한 사체과 대학생 역을 맡은 그는 극 중 박경림과 커플을 이루며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어느새 그도 마흔 살이 넘었다. 변하지 않은 건 훤칠한 키와 잘생긴 얼굴뿐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영화를 찍고 TV에 나온다. “그러니 얼마나 지루하겠어요?” 그는 자신이 대중에게 애국가만큼 익숙한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한결같이, 아무 일 없이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좋기도 하지만 지루할 수 있단 뜻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작품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죠. 다시 태어날 수는 없으니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10%라도 다르게. 앞으로도 그 고민은 계속될 것 같아요.” 그는 안전한 성공 대신 도전을 택한다. 원 톱 주연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역할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위험한 액션이든 미움받는 악역이든 허세 가득한 콩글리시 연기든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것도 서슴지 않을 뿐 아니라 선택하는 작품의 장르도 다양하다. 최근 그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SF 영화 <호프>의 출연을 결정지었다. 황정민,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가 그와 함께 캐스팅되었다. 올 하반기 디즈니+에서 시작되는 드라마 <무빙>은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무빙>을 찍으면서 양동근 선배와 21년 만에 만났어요. <뉴 논스톱> 이후 우리가 함께 작품을 하는 건 처음이죠. 좀 뭉클한 날이었어요.” 언젠가부터 국내 시트콤이 거의 사라졌지만 그는 신인 시절의 그 경험을 지금도 소중히 생각한다. “여러모로 도움이 돼요. 열린 시각을 갖게 했다고 할까. 연기가 막힐 때면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게 디자인을 해보는 거죠. 시트콤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 생각해요.”
<밀수>와 <무빙>이 연달아 공개되고 새로운 작품 촬영을 준비하는 그는 “이제야 농사지은 것들을 수확할 때가 온 것”이라 말했다. 올여름은 조인성의 계절이 될 것이다. 전작 <모가디슈>가 흥행은 물론 작품 완성도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까지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은 만큼 부담도 있다. “전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런 큰 작품들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거기에 제가 참여했다는 게 의미 있잖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 그게 기성 배우와 감독들이 해내야 할 하나의 미션이라 생각해요. 정우성 선배와 이정재 선배가 해온 것처럼 저도 제 길을 걸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한국 콘텐츠를 만들어내려고 해요.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노력은 해봐야죠.” 7월 28일생인 그의 별자리는 사자자리다. 사자자리는 열정적이고 관대하다. 그리고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사자의 앞다리를 수놓은 일등성 레굴루스는 사자자리에서 제일 밝은 별이기도 하다. 태양의 기운을 듬뿍 받은 스타가 빛을 반짝인다.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이미혜 칼럼니스트
부지런한 물질, 염정아
“판이 너무 좋잖아요. 외유내강에, 류승완 감독에,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김혜수라는 배우까지,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밀수> 판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엄정아가 명쾌하게 대답했다. 물이 무섭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염정아가 연기하는 엄진숙은 군천 해녀들의 리더다. 선장의 딸로 태어나 평생 물질만 하다 밀수판에 가담한 인물로 남다른 물질 포스를 뿜어내야 했으니 3개월간 수중 훈련을 받으며 누구보다 열심이었을 테다. “말도 못하게 무서웠죠. 수영을 전혀 할 줄 몰랐거든요. 해녀를 연기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욕심이 나니까 도전했어요. 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또 되더라고요.” 깊이가 7m에 달하는 수중 세트와 훈련장을 오가며 스스로를 채근한 끝에 30초 이상 숨을 참고 고요한 물속을 유영하게 됐을 때 염정아는 ‘하면 된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힘들어도 그렇게 도전하면 인생이 재밌잖아요.”
염정아는 도전하는 일이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필모그래피도 다양한 색채를 띤다. 한국 공포 연기의 대표작이 된 <장화, 홍련>(2003)과 팜므 파탈 사기꾼으로 등장한<범죄의 재구성>(2004)에서 보여준 새빨간 존재감 이후 염정아는 계속 도전했다.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2005)와 <오래된 정원>(2007)에서는 운명적 사랑을 믿는 순수한 여인을 연기했고, 롤모델이었던 김영애 배우에 맞서 연기 내공을 입증한 드라마 <로열 패밀리>(2011)와 광기 서린 연기로 뜨거운 박수를 받은 <SKY 캐슬>(2018)은 그녀를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들어줬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연기하며 뉴스에도 출연한 영화 <카트>(2014)와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로 사랑받은 <완벽한 타인>(2018), 생애 첫 뮤지컬 영화였던 <인생은 아름다워>(2022) 역시 아름다운 도전의 기록이다. 특히 류승룡 배우와 함께한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마다 울었어요. 촬영장에서는 승룡 선배 눈만 봐도 눈물이 났죠. 저는 이 영화를 정말 정말 사랑해요.” 반대로 판타지 활극 <외계+인 1부>(2022)에서는 완전히 웃음판을 만들었다. <범죄의 재구성>과 <소년, 천국에 가다>에 이어 염정아와 세 번째 만난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1부>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세상 사람들은 아직 염정아 씨의 매력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영화를 통해 그걸 꺼내 보여주고 싶었다”고 공언했다. 결과는 대성공.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조우진과 함께 로맨스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신선 케미’를 선보인 염정아는 과거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꿈틀거리던 개그감을 여과 없이 펼쳤다. “제가 좀 웃겨요. 재밌다는 말도 꽤 듣죠. 장담컨대 <외계+인 2부>는 1부보다 세 배 정도 더 재미있을 거예요. 이 팀 케미가 또 장난 아니거든요.”
자신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을 때 염정아는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편이다. 단막극이나 단편영화, 옴니버스 영화에도 출연하고 특별 출연 제의에도 자주 응해왔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주연이든 조연이든 재지 않아요.” 주어진 역할을 잘해내고 싶은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모니터링도 꼼꼼히 한다. 처음에는 부족한 스스로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지만 작품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전체가 보이는데, 그녀는 한 번도 축약해본 적 없는 이 성실한 과정이 자신을 성장시킨다고 믿는다. “단점을 잘 받아들여요. 포기도 빠르고, 판단도 빠르죠. 항상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에 집중해요. 아직 더 해볼 게 많잖아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 기대감이 커요.”
‘욕심부리면 죽는다’는 말은 실제 해녀들이 작업할 때마다 상기하는 원칙이다. 욕심부리는 순간 숨이 막히고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30년 넘게 한길을 걸어온 성실한 작업자인 염정아 또한 잘하고 싶을 때 스스로를 내려놓는다. 긴 시간 연기하며 얻은 직감과 노하우보다 제작진의 판단을 믿는다. 리더십과 명쾌한 판단력을 지닌 류승완 감독과의 두 번째 협업은(두 사람의 첫 만남은 영화 <시동>(2019)이다) 환상적이었다. 그는 쇼트커트에 보이시한 스타일로 변신한 염정아에게서 새로운 면을 이끌어냈다. 긴가민가하다가도 모니터를 보며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갈피가 잡혔고, 덕분에 순간순간 스스로를 몰아세우긴 해도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다. “류승완 감독님은 항상 명확한 답을 주시거든요. 그래서 걱정 없이 했어요. 판단해줄 사람이 있으니까요. 믿고 갔죠.”
또 하나 믿고 의지한 것은 김혜수의 존재감이다. 같은 스태프와 드라마 <사과꽃 향기>라는 접점을 지닌 두 사람의 인연은 김혜수가 염정아의 촬영장에 커피 차를 보내고, 시상식 자리에서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물으며 두터워졌다. “실은 혜수 언니가 제 고등학생 시절 책받침의 주인공이었거든요. 소방차랑 김혜수를 너무 좋아했죠.” 함께 연기한 것은 무려 26년 만이다. “김혜수라는 배우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하죠. 가까이에서 보면 에너지가 더 대단해요. 언니가 화장을 하고 있으면 너무 예쁜데 이번에는 거의 맨얼굴로 마주하면서 촬영했기 때문에 왠지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들었어요.” 반년 동안 살을 붙이고 지낸 다른 해녀들도 이젠 가족 같은 존재다. “항상 함께였어요. 우리끼리 똘똘 뭉쳐 다니면서 밥도 먹고, 극장 가서 영화도 보고, 운동해야 된다고 다들 무겁게 껴입고 나가서 걷고, 뛰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혜수 언니가 우리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아마 영화 개봉하면 인스타그램에 하나씩 하나씩 풀 거예요. 언니가 사진을 잘 찍더라고요. 역시 애정이 있어야 돼요.”
<보그> 인터뷰 내내 여섯 명의 배우들은 “현장이 너무 좋았다”며 입을 모았다. 화보 촬영이 반환점을 돌 때 즈음 깜짝 등장한 류승완 감독과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증언은 사실인 게 분명했다. 염정아 역시 이 조합을 행운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상하게 최근에 좋은 현장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만날까요? 연차가 쌓이면서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구나, 라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되는데 <SKY 캐슬>부터 <완벽한 타인>, <인생은 아름다워>, <외계+인>, <밀수>까지, 다 너무 즐겁게 촬영했어요. 좋은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죠.” 배우 조우진은 염정아를 “유연하고 열려 있는 배우”라 표현했다. 이는 그녀가 발전을 멈추지 않는 커리어 우먼인 동시에 사랑받는 동료라는 뜻이기도 했다. 물론 엄진숙과 달리 염정아는 무리에서 카리스마 있게 나서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격의 없는 선배다. “누가 고민을 얘기할 때 진지하게 듣긴 하지만 그런 걸 유도하지는 않아요. 그냥 다 같이 웃고 떠들고 이런 게 좋지 너무 진지해지는 건 좀 그렇더라고요.” 적당히 위트 있게 건네는 염정아의 말과 미소, 응원은 관계와 현장에 딱 적당한 온기를 피운다. 그녀는 현장에 꼭 필요한 분위기 메이커다.
<밀수>는 성공에 대한 저마다의 욕망을 안고 한탕을 위해 밀수판에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1시간 남짓의 대화에서 시종일관 담백하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던 그녀 역시 욕망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해본 적 있을까. “사람들은 다 욕망 덩어리 아니겠어요? 그런데 성공해야겠다는 열망 같은 건 가져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성공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잘하고 싶다’ ‘즐겁게 하고 싶다’ 거기에서 끝이죠. 나이가 들면서 더 멀리서 바라보게 되고요. 좋아 보인다고 해서 미친 듯 좇아가지는 않죠. 약속 시간 잘 지키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내면 충분해요.” 염정아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게 된 데는 평화로운 가정이 미친 영향도 컸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나서 연기의 폭도, 저라는 사람도 확실히 넓어진 것 같아요.” 아내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역할은 그녀에겐 배우만큼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커리어다. “맡겨준 책임을 다하며 열심히 연기하고, 일과 가족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연기 외에 그녀는 요즘 식혜 만드는 일에 빠져 있다. “처음엔 그냥 남편이 식혜를 좋아해서 만들어봤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나눠주는 것도 좋고 맛있다는 반응을 받으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집에 매일같이 쌀이 배달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10인용 밥솥까지 샀죠.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큰일 났어요. 하루에 2L짜리로 최대 세 병까지밖에 못 만드는데…” 얼마 후 그녀가 팬에게 식혜를 선물로 준 일이 ‘남다른 팬 사랑’으로 회자된 것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저만의 애정 표현인 거죠. 혜수 언니, 황정민 선배님, 류승완 감독님, (박)정민이는 우리 아들이니까(두 사람은 영화 <시동>에서 모자 관계로 만났다) 챙겼고, 이제 (조)인성이랑 쭉쭉 가야죠.” 염정아의 사랑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그녀의 사랑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4년 전,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산촌편>에 출연하며 요리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염정아는 식사 한 끼도 함께 먹는 걸 좋아한다. 현장에서 그녀는 항상 누군가를 살뜰히 챙기고 있다. “화면엔 혼자 나와도 현장은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잖아요. 그게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상상이 되세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일할 때 연기도 더 재미있어져요.”
염정아는 현재 <밀수> 외에도 <외계+인 2부>, 그리고 이명훈 감독, 황정민 배우와 함께 촬영한 액션 코미디 영화 <크로스>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모두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촬영한 작품이다. “어느 순간 인생이 너무 짧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어르신들이 시간이 언제 갑자기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야기가 공감되더라고요.” 순간을 그리고 도전을 즐기는 사람에게 삶은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어리고 섹시한 역할은 못할 거 아니에요. 나이는 모두가 공평하게 먹는 거라지만 어쨌든 길이 좁아져가고 있다는 생각은 들죠.” 아니, 염정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세상에선 항상 하면, 됐으니까. 자랑스러운 필모그래피인 <인생은 아름다워> OST의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염정아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날이 그리워요”라고 노래하지만 나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죠”라는 가사에 방점을 찍고 싶다.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귀여운 푸념을 내놓았지만 염정아는 부지런히 또 하루를 맞이했을 게 분명하다. “아이들 등교시켜야 하니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부지런한 생활이 저랑 잘 맞아요. 몸무게도 항상 비슷하고요. 하루하루 한결같아요.” 염정아에게 배우는 직업이다. 매일 같은 시간 바다로 나가는 성실한 해녀처럼 염정아는 언제나 가뿐하게 몸을 일으킨다.
- 피처 에디터
- 류가영
- 포토그래퍼
- 안주영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미진
- 스타일리스트
- 이보람, 서혜지(김혜수), 조운진(염정아), 최진영(조인성)
- 헤어
- 백흥권(김혜수), 박내주(염정아), 임원묵(조인성)
- 메이크업
- 조혜림(김혜수), 이상언(염정아), 이승원(조인성)
- 세트
- 황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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