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에서 도쿄로 간 샤넬
다카르에서 출발한 샤넬의 여정이 도쿄에서 끝났다.
가수 오브리 다만(Obree Daman)과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가 함께 아프리카 고유의 흥을 패션 세상에 전하던 지난해 12월. 그곳은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이자 샤넬 2022/23 공방 컬렉션이 열리던 순간이다. 이토록 이국적이고 특별한 쇼가 다시 한번 기억되기 위해 6월 1일 일본 도쿄에 착륙했다.
샤넬 하우스가 긴자 지구의 도쿄 빅사이트(도쿄 국제 전시장)를 선택한 이유는 도시와의 우정 때문이다. 도쿄와 샤넬의 인연은 2004년부터다. 최초로 해외 도시에 헌정하는 쇼를 긴자 샤넬 빌딩에서 선보였을 뿐 아니라 2012년에는 칼 라거펠트가 ‘더 리틀 블랙 재킷’ 전시를 연 데 이어 봄여름 꾸뛰르 쇼도 공개했다. 당시 쇼는 꽤 충격적이었다. 비행기 안처럼 생긴 런웨이에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초사이어인처럼 머리를 한껏 치켜올린 모델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색으로 꾸민 채 워킹했으니 말이다. 특히 카라 델레바인의 기괴하고도 오묘한 워킹은 다들 기억할 것이다. 그런 뒤 2019년에는 ‘마드모아젤 프리베’ 전시, 지난해에는 ‘가브리엘 샤넬. 패션 선언문’ 전시를 미쓰비시 1호 미술관에서 열었다. 그러니 이번 공방 컬렉션 레플리카 쇼의 정착지로 도쿄를 낙점한 것은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샤넬은 2002년부터 매해 12월 공방 컬렉션을 통해 하우스의 역사와 장인들의 기술력을 알리기 위해 고민해왔다. 칼 라거펠트에 이어 버지니 비아르가 지정하는 도시와 쇼장은 파리에 있는 최첨단 아틀리에부터 뉴욕, 에든버러, 두바이 등 전 세계를 아우른다. “단순히 런웨이 쇼를 넘어 이벤트 전체를 고려했습니다. 오랫동안 깊이 있고 정중하게 대화를 나누며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원했죠.” 쇼에 앞서 버지니 비아르가 말했듯 이번 컬렉션 역시 파리의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와 11개 샤넬 공방이 자리한 포르트 도베르빌리에의 Le 19M을 중심으로 완성됐다.
얼마 전 LA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쇼가 1980년대 관능미에 주목했다면 도쿄에서는 1970년대 자유정신을 컬렉션에 반영했다. 자유와 팝, 소울, 펑크, 디스코 등 에너지의 폭발을 샤넬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천장의 사각형 LED 조명이 포인트인 런웨이로 우리에게 친근한 꽃무늬와 식물 모티브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등장했다. 특히 플라워 프린트는 재킷 안감부터 시폰 드레스까지 섬세하게 쓰였고, 까멜리아 다발을 적극 활용해 롱 코트, 타이트한 플레어 팬츠, 자수 장식을 넣은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 멀티컬러 트위드 재킷에 포인트를 주고 플랫폼 슈즈로 마무리했다.
조안 카디리(Joan Kadiri)가 입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까멜리아 슬리브리스 톱과 신현지가 착용한 검은색 시스루 플라워 프린트 스커트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번 공방 컬렉션의 백미는 ‘창작적 교류’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일본 기타리스트 이치카 니토(Ichika Nito)가 세네갈 출신 래퍼 닉스(Nix)와 함께 합동 공연으로 쇼의 시작을 알렸고,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의 댄스 프로젝트 ‘슬로우 쇼’가 도쿄 다마미술대학의 무용수들과 함께 무대를 점령했을 때 관객은 샤넬과 도쿄의 창의적 커뮤니케이션에 박수를 보냈다. 게다가 깜짝 손님으로 블랙핑크 제니의 공연까지.
이튿날에는 350명의 패션, 미술, 디자인 등 여러 장르의 학생과 샤넬 패션 부문 사장 브루노 파블로브스키(Bruno Pavlovsky), 하우스의 앰배서더가 함께한 토크 세션이 열렸다. 아울러 자수 워크숍도 기획해 프랑스 패션과 세네갈의 예술, 일본 문화까지 융합한 글로벌 종합예술을 선보였다. “모든 영혼을 쏟아부었어요.” 세네갈부터 도쿄까지 샤넬의 길고 정교한 여정이 끝난 뒤 버지니가 말했다. “이번 컬렉션처럼 예술적인 모험이 탄생하는 이런 놀라운 만남이야말로 제 에너지의 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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