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미 & 헤이즈의 뷰티 비전
하이틴 드라마의 화려한 ‘잇 걸’ 캐릭터가 절로 떠오르는 외모, 세계 곳곳의 페스티벌과 파티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과 뛰어난 예술 감각까지. 시미와 헤이즈 카드라(Simi & Haze Khadra)는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집중되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쌍둥이다. 본업 가운데 하나인 DJ 활동을 하며 자매는 눈부신 조명, 강렬한 비트와 어울리는 독특한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이토록 매번 전문가의 손길을 요하는 대담한 룩은 그녀들에게 한 가지 의문을 품게 했다. 좀 더 손쉽게, 놀이처럼 메이크업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제품은 사람들에게 메이크업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기술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화장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요.”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스티커처럼 붙였다 떼어내는 방식의 아이라이너, ‘아이 플레이’다. 나비, 날개 모양으로 눈가와 콧등에 수놓인 보석, 형광 빛깔의 생생한 아이라인 등. 자매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헤일리 비버, 벨라 하디드의 얼굴에서 포착되기도 한 이 신문물은 단숨에 뷰티 월드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실리콘 소재의 야광 립 케이스, 원색의 팩트 같은 이색적 패키지 또한 매력 요소. 2021년 7월 처음 세상에 공개된 후, 그녀들의 이름을 딴 뷰티 브랜드는 Z세대의 꾸준한 지지를 받으며 점차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6월 말, 시미헤이즈 뷰티(SimiHaze Beauty)가 마침내 한국에 상륙했다. 헤어스타일이 아니면 구별이 어려울 만큼 똑 닮은 얼굴이지만 대화하다 보면 묘하게 서로 다른 매력이 발견된다. 밝고 사랑스러운 성격의 시미와 시크한 표정으로 대화의 핵심을 짚는 헤이즈.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지난 6월 21일, <보그>는 팝업 스토어가 열리는 청담동 분더샵의 프라이빗 라운지에서 그녀들과 은밀한 만남을 가졌다.
두 번째 한국 방문입니다.
Simi 지난 5월에 왔을 때보다 더 짧고 타이트한 일정이에요. 단 이틀뿐이지만 론칭 파티를 준비하면서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한국에 대한 경험을 쌓았어요. 이태원, 성수 등의 좁고 귀여운 골목을 거닐면서 대대적인 카페 투어를 한 것이 재미있었어요.
인상 깊은 기억이 있나요?
Haze 곶감에 완전히 빠졌어요! 지난번 한국에서 처음 먹어본 뒤 매료돼서 LA에도 잔뜩 사갈 정도로요. 이번에도 걷다가 우연히 파는 곳을 발견해서 기뻤죠.
메이크업에 빠지게 된 계기는?
Simi 열여덟 살이었던 것 같군요. 오히려 메이크업에 늦게 입문한 편이었어요. 화려한 치장을 즐기는 친구들 사이에서 딱 한 가지 립스틱만 갖고 다니기로 유명했죠. 우리만의 바르는 공식도 있었어요. 립스틱은 입술에 그대로 발색하면 너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안쪽에 바른 다음 손가락 지문으로 톡톡 두드리며 그러데이션하고, 그 위에 립밤을 바르곤 했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웠지만, 원하는 색과 텍스처를 그대로 구현해주는 제품을 찾지 못했어요. ‘벨벳 블러 매트 립 밤’의 ‘윈드번(Windburn)’ 컬러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죠. 우리가 즐겨 바르던 톤 다운된 누드 핑크 컬러로, 한 번만 발라도 입술이 매끈해지는 것은 물론 원하는 발색을 낼 수 있어요.
한국 진출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Simi 한국은 화장품, 특히 스킨케어 분야에서 전 세계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미헤이즈 뷰티 역시 이런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기에 망설임 없이 중동을 제외하고 한국을 해외 진출의 거점지로 결정했죠.
배우와 뮤지션,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건 뷰티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시미헤이즈 뷰티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Haze 우리의 예술성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DJ, 모델로 활동하지만 가장 뚜렷한 정체성은 복합적인 아티스트예요. 영화 제작과 디자인, 순수 미술을 전공했는데 공통분모는 무언가를 ‘창작’한다는 점입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죠. 그 밑거름을 바탕으로 새롭고 제한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Simi 얼굴이 예뻐 보이기 위한 화장품을 제작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흥미롭고, 대담한 방식으로 색채를 사용해볼 수 있을까?’ ‘기존에 없던 포뮬러를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하던 것들을 마침내 구현하게 된 거죠.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을 때, 테이블에 놔뒀을 때, 가방에서 꺼냈을 때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이에요.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요.
Simi 그들은 독특한 것들을 쉽게 흡수하고 거리낌 없이 개성을 드러낼 줄 아니까요. 특히 유니크한 디자인, 예술을 사랑하는 한국의 Z세대에게 어필하는 면이 있죠. 평소에 도전하지 못한 메이크업을 손쉽게 연출해주는 점도 매력 요소라고 생각해요.
스티커처럼 눈가에 붙이는 ‘아이 플레이’의 첫 아이디어가 궁금해요.
Haze 우리는 화장대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걸 견디지 못해요. 단 5분 만에 모든 걸 끝마치죠. 특히 전 아이라인을 그리는 것에 취약해요. 그런 면에서 미술과 화장은 또 다른 영역이더군요. 저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떠올린 제품이에요.
Simi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영감이 떠올랐어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스티커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누구나 일본에 가면 방문하는 잡화점 ‘돈키호테’에서 어느 날은 구매한 스티커를 장난삼아 얼굴에 장식하면서 놀았죠. 얼굴에 부착하는 용도가 아닌 만큼 스티커가 오랫동안 붙어 있진 않았어요. 그 순간 얼굴을 위한 뷰티 스티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 파리의 제조사와 연이 닿았고, 정품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만든 아이라인 스티커가 탄생했죠.
‘탈착’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Simi 최고의 제조사와 협력했기에 가능한 일이죠. ‘아이 플레이’는 확실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자랑해요. 시중에 있는 어떤 아이라인 스티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친구들에게 피드백을 자주 받는 편인데, 연약한 점막이나 눈가 피부를 자극한 케이스는 거의 없어요. 밤새우고 놀아도 두 번 정도 뗐다 붙일 수 있죠. 그 이상 사용하거나, 땀이나 유분으로 접착력이 약해진 경우에는 속눈썹 접착제를 살짝 발라주면 돼요. 실은 ‘아이 플레이’의 전용 접착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포뮬러를 연구하고 있어요. 더 많은 횟수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말이죠.
강렬한 원색과 야광, 키 체인 형태의 패키지는 시미헤이즈 뷰티만의 독창성입니다. 디자인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Simi 예술을 오랫동안 공부해왔기에 여행을 떠난 곳에서, 박물관에서, 미술 작품이나 건축물을 감상하면서 늘 영감을 좇는 것이 본능처럼 느껴져요. 여기에 톡톡 튀는 위트를 가미하면 ‘시미헤이즈’ 식의 색다른 디자인이 완성되죠.
‘AM/PM’, 미니멀과 맥시멀. 제품을 보면 ‘양면성’이라는 개념이 눈에 띕니다.
Simi 시미와 헤이즈의 정체성이자 근원이에요. ‘음과 양’의 스토리를 제품에도 녹이고 싶었죠. 우린 쌍둥이지만 상반되는 면도 있고, 누구나 그렇듯 양극단의 성향을 동시에 품고 있기도 해요. 때로는 소녀처럼, 때로는 톰보이처럼 스타일링할 때도 있고, 낮과 밤 시간대에 따라 극적으로 다른 룩을 연출하기도 하죠. 이토록 양면을 동시에 연출하는 다재다능하고 다용도인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고요.
Haze 텍스처 또한 양면성을 고려했어요. ‘벨벳 블러 매트 립 밤’이 대표적이죠. 입술에 언제나 편안하게 바를 수 있을 만큼 부드럽고 촉촉하지만, 세련된 립 메이크업을 완성하죠.
제형에 심혈을 기울인 것이 느껴지더군요.
Simi 아이디어 단계부터 실물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평균 8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됩니다. 긴 시간 동안 원하는 포뮬러가 될 때까지 연구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죠. 며칠씩 연구소에 머물다시피 해요. 우리가 메이크업을 하면서 느낀 불편감을 해소하고, 원하는 대로 얼굴에 그려볼 수 있는 텍스처를 위해 상상 이상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캡슐 컬렉션’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어요.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나요?
Simi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해요. 첫 번째 캡슐 컬렉션은 ‘벨벳 블러 매트 립 밤’과 입술과 볼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아이템 ‘선 플러쉬 올-오버 페이스 틴트’의 조합이었죠. 우리에게 두 가지는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니까요. 두 가지 제품으로 우리가 메이크업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기도 해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Haze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팬들은 물론 주변인들이 “이거 없이 못 살아!”라고 얘기해줄 때였어요. 사람들의 개성은 다채롭고, 제각기 다른 뷰티 루틴을 갖고 있어요. 그 일상에 우리 제품이 녹아들었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쌍둥이 자매가 일하는 방식은 남다를 것 같아요.
Simi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는 따로 일하는 방식이 어떤 건지 더 상상이 안 된다는 점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으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본 적이 없어요. 친구들과 일상적인 모든 것을 공유했고요.
Haze 제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시미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설득을 통해 그걸 좋아하게 만들어요. 우리에겐 늘 타협이 익숙하죠. 결국은 하나의 의견으로 모아져요. 시미헤이즈 뷰티의 제품이 늘어날수록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사람들과 나누는 기분이 들죠.
파운데이션 같은 베이스 카테고리가 없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Haze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는 어떤 메이크업보다 개개인의 특성을 까다롭게 고려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피부에 바르기 전에 우리가 오랫동안 꾸준히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내며 신뢰를 쌓고 있어요. 1년 가까이 시험해보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에 최상의 베이스를 공개할 테니 기대해주세요.
향수, 스킨케어 분야로도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Simi 오는 12월에 메이크업이 아닌 다른 카테고리를 선보입니다. 힌트는 여기까지예요(웃음).
한국 팬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 만한 제품을 점쳐본다면?
Simi 한국에 와서 미니 사이즈의 립 제품을 키 체인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포착했어요. 가방에 손을 넣을 여력조차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제품이죠. 시미헤이즈 뷰티가 추구하는 실용적인 뷰티와 라이프스타일에 더없이 부합해요. 한국인이 우리 브랜드를 이미 100%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했어요.
끝으로 한국 여성을 위한 뷰티 룩을 제안해주세요.
Haze ‘아이 플레이’는 꼭 시도하기 바랍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내 모습을 창조해주니까요. 여기에 ‘선 플러쉬 올-오버 페이스 틴트’로 여름의 열기를 두 볼에 입혀보는 방법도 추천해요. 특히 한국 여성이 블러셔를 눈 밑부터 바르는 방식이 정말 사랑스럽더군요.
Simi 모든 사람이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고 느끼길 원해요. 우리에게 특정 뷰티 아이콘은 없어요. 길거리에 보는 모든 사람이 영감의 원천이죠. 시미헤이즈 뷰티는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리거나 제한하지 않고, 더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예요. 필요에 의해, 유행에 이끌려서 메이크업을 하지 않고, 누구나 그 행위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 에디터
- 송가혜
- 포토
- COURTESY OF SIMIHAZE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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