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앞서 알아보는 2023 가을 트렌드
트렌드가 시작되는 곳은 두 군데입니다. 거리, 그리고 런웨이죠. 거리에서 탄생하는 트렌드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실제 시즌이 시작되기 약 6개월 전에 열리는 패션쇼는 가장 정확한 ‘트렌드 리포트’ 역할을 합니다. 본격적으로 가을이 오기까지는 아직 수십 일이 남았지만, 누구보다 멋스럽게 가을을 나고 싶은 이들을 위해 ‘가을 트렌드’ 4개를 선정했습니다.
관건은 허리
작년과 재작년, 가장 중요했던 신체 부위가 있다면 단연 미드리프입니다. 미우미우의 컬렉션이 로우 라이즈 대란을 촉발했고, 모두가 미드리프를 드러냈죠.
올가을부터는 배를 가리고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듯합니다. 하이 웨이스트 팬츠가 런웨이를 지배하고 있고, 몇몇 브랜드는 재킷에 벨트를 둘러 잘록한 실루엣을 연출했거든요. 당장 프라다부터 달라졌습니다. 여성복 컬렉션에는 오피스 스타일의 팬츠가 등장했고,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초 하이 웨이스트 팬츠를 선보였죠.
루이 비통 컬렉션에서는 허리가 늘씬하지 않은 룩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버사이즈 블레이저와 코트에도 얇은 벨트를 둘러 라인을 살렸거든요. 뉴욕의 루아르는 벨트가 달린 독특한 형태의 봄버 재킷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둠으로 뒤덮인 런웨이
이번 여름, 올 블랙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다가올 가을에도 블랙은 변함없이 멋스러울 예정인데요. 다만 올가을의 블랙은 시크나 미니멀이 아닌, 고딕에 가까울 겁니다. 더욱 어둡고, 조금은 괴기한 느낌의 올 블랙 룩이 자주 등장할 것이라는 뜻이죠. 지난 F/W 컬렉션에서는 유독 스모키 화장을 하고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모델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언제나 ‘아름답지 않은 것의 미학’을 표현하는 로다테는 물론이고, 준야 와타나베 역시 런웨이에 디스토피아를 구현했죠.
고딕 스타일이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증거는 이뿐이 아닙니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브랜드들 역시 어둡디어두운 컬렉션을 선보였죠. 항상 즐거울 것만 같던 모스키노는 ‘어둠의 펑크 여전사’들을 런웨이에 세웠고, 카이트는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가 고딕 스타일과 의외로 궁합이 좋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레드, 레드, 레드
블랙을 제외하고 이번 가을, 겨울의 ‘키 컬러’를 하나만 꼽자면? 레드입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레드가 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레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 페라가모의 런웨이에는 밝고 쨍한 느낌의 레드가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강렬한 룩이 완성됐죠.
페라가모와 정반대 선택을 한 브랜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자벨 마랑과 알렉산더 맥퀸은 보다 채도가 낮은, 버건디에 가까운 레드를 선보였습니다. 버건디의 최대 장점은 클래식한 멋을 뽐내기 좋다는 것. 다가올 가을은 낙엽 색깔을 꼭 닮은 버건디 드레스와 함께 즐겨도 좋겠습니다.
기본 아이템의 반란
최근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조용한 럭셔리’입니다. 조용한 럭셔리 열풍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본 아이템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는데요. 디자이너들은 이런 관심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잘 만든 기본 아이템만으로도 충분히 멋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구찌 컬렉션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마이크로 브라였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본에 충실한 룩이었습니다. 독특한 슈즈 및 액세서리와 매치하거나, 셔츠의 단추를 풀어헤쳐 기본 아이템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죠.
프로엔자 스쿨러는 더욱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대부분의 룩을 블랙과 화이트, 단 두 컬러만 사용해서 완성했거든요. 룩을 구성하는 실루엣 역시 심플하기 그지없었는데요. 액세서리를 활용해 실루엣을 강조하거나, 레이어드를 통해 기본 아이템에 한계란 없음을 몸소 증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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