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해지는 전시
페이스갤러리에서 베트남 태생의 프랑스 작가 흐엉 도딘(Huong Dodinh)의 개인전 <VIE / VIDE>가 열린다. 갤러리에서 만난 흐엉의 첫인상은 하얀색 단발머리를 정갈하게 빗어 넘긴 인자한 할머니다. 1945년생인 그녀는 함께 온 아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몇 시간이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어쩜 다들 이리 고울까요”라고 말하며 계속 웃는다. 작품도 작가를 닮았다. 보고 있자니 할머니의 정원에 온 듯 편안해진다. 흐엉은 평생 빛을 탐구해왔다. 작가가 회화의 핵심 요소로 꼽는 빛, 밀도, 투명도가 안정적으로 캔버스에 구현된다.
흐엉은 작품 재료가 되는 물감을 직접 만들어 쓴다. 화학자인 남편이 제작한 물감에, 프랑스 그라스의 원석을 갈아 만든 천연 안료를 섞는다. 이것을 덧칠하고 또 덧칠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완성한다. 흐엉은 이것을 일종의 수행이라고 말한다. “매일 명상하듯 아침 일찍 작업에 들어갑니다.”
흐엉은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인도차이나 전쟁 발발 후 여덟 살이던 1953년에 가족과 파리로 피란을 떠났다. 그 후 파리에 50여 년간 머물며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첫 개인전이다. 흐엉은 방한해 광주비엔날레에 갔다. 흐엉의 작품이 무각사에 전시됐기 때문이다. “그날 비가 무척 많이 왔어요.” 흐엉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향 생각이 더 났죠. 제 고향인 사이공(호찌민)에도 비가 많이 내렸거든요. 젖은 연꽃을 보며 참 좋아했죠.” 흐엉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오래전 유년 시절이 지금까지도 작품에 영향을 끼치는지 물었다. 흐엉은 “Oui!”라며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더 이야기해주겠다며 눈을 반짝인다.
이 아름다운 작가의 작품은 한자리에서 오래 바라볼수록 더 가치 있게 다가온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열린다.
- 사진
- 페이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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