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제인 버킨
자유로움과 관능, 그 경계를 넘나들며 한 시대의 스타일 아이콘으로 자리한 제인 버킨. 가수로, 배우로, 모델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던 그녀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랑스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었던 그녀는 7월 16일, 파리의 자택에서 고요히 눈을 감았습니다.
패션과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제인 버킨은 최고의 패션 아이콘입니다. 수많은 여성에게 영향을 준 프렌치 시크는 곧 그녀의 아이덴티티였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누구보다 잘 파악한 그녀는 언제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대신 자신감을 가졌고, 이미 한 선택은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삶이 시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영국 런던에서 해군 장교의 딸로 태어난 제인 버킨은 단역 배우와 모델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삶이 바뀐 건 프랑스로 가면서부터였죠. 반정부 학생 시위로 혼란스럽던 1960년대의 프랑스는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제인 버킨은 그 안에서 패션과 음악, 연기를 오가며 삶에 호흡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녀는 자유분방하면서도 클래식하고,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패션을 선보였죠. 화이트 셔츠와 데님, 컨버스, 흐트러진 앞머리. 그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쿨한 스타일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담배 연기조차도 스타일의 일부로 여겨졌죠.
제인 버킨은 파리에서 몇 차례 사랑에 빠졌지만, 가장 상징적인 연인은 샹송 음악의 거장 세르주 갱스부르입니다. 열여덟 살 차이를 극복하며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작곡가와 뮤즈로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결혼이 아닌 동거 관계를 유지하며 딸 샬롯 갱스부르를 얻었죠. 제인 버킨은 첫 번째 남편인 ‘007’ 메인 테마 작곡가 존 배리와의 사이에 딸 케이트 배리가 있고, 감독 자크 드와이옹과의 사이에서 딸 루 드와이옹을 얻었습니다.
제인 버킨의 이름을 에르메스 ‘버킨 백’의 탄생에 영감을 준 주인공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1984년 파리행 비행기 안에서 당시 에르메스 경영자였던 장 루이 뒤마는 우연히 제인 버킨 옆에 앉게 되었죠. 이때 버킨이 아이 용품이 많이 들어가는 여행용 가방이 없다고 불만을 제기하자, 뒤마는 과거 에르메스에서 생산한 가방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떠올렸습니다. 이 디자인이 바로 버킨 백으로 탄생했죠.
세계적인 스타가 된 후에도 낙관적이고 겸손한 매력으로 사랑받은 제인 버킨은 2021년 뇌졸중을 앓으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나빠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는데요, 결국 7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패션, 열정, 사랑, 삶에 대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제인 버킨. 비록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가 남긴 스타일은 오래도록 기억될 겁니다.
- 포토
- Bert Stern, Getty Images,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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