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비밀의 화원에서 마주한 꽃

2023.07.25

비밀의 화원에서 마주한 꽃

관목 사이를 누비고, 꽃밭과 들판을 오가며, 이국적인 꽃 무리를 감상하는 시간.

지난 7월 3일, 파리 방돔 광장 12번지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가 로맨틱하게 느껴졌달까. 우아한 대리석 계단 끝에 꾸며진 작고 반짝이는 정원 덕분이다. “베껴야 한다면 가장 위대한 것을 베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자연이다.” 클로드 모네의 말처럼 쇼메 역시 자연 속에 숨겨진 위대한 세계를 발견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창립 이래 꾸준히 자연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메종답게 2023년 새롭게 선보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Le Jardin de Chaumet(르 자뎅 드 쇼메)’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쇼메만의 경계 없는 해석이 담겨 있다. 네 가지 주제로 구분해, 섬세하고 경이롭게.

겨우살이를 서정적으로 표현한 ‘기’ 주얼리.

FINDING FOREST

숲과 관목의 세계에서 쇼메는 평소 눈길이 잘 머물지 않는 비교적 소박한 식물에 초점을 맞추고, 각 식물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이름 붙였다. 겨우살이를 형상화한 ‘기(Gui)’ 라인은 쇼메의 식물학적 시각이 두드러진다. 특히 입체적으로 제작한 다이아몬드 이파리와 진주 열매가 어우러진 목걸이는 21.59캐럿의 콜롬비아산 쿠션 컷 에메랄드가 채도 높은 초록빛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치식물을 주제로 한 ‘푸제르(Fougère)’는 오직 다이아몬드만 사용하되, 일루전 세팅과 베젤 세팅 등 스톤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두 가지 정교한 세팅 기법을 결합해 이슬방울이 맺힌 나뭇잎이 연상되도록 연출했다. 귀고리의 탈착 가능한 다이아몬드 장식, 헤어클립으로도 착용 가능한 브로치처럼 다양한 스타일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 나무껍질을 뜻하는 ‘에코스(Écorce)’는 커다란 크기와 신비로운 빛깔의 오팔을 통해 소나기가 지나간 뒤 고인 물방울을 표현한 주얼리다. 무려 50.61캐럿에 달하는 호주산 오팔과 완벽하게 연결된 목걸이는 메종의 자연주의 전통에 경의를 표하는 피스다.

‘아이리스’ 주얼리의 분홍빛 꽃봉오리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BLOOMING FLOWERS

아름다운 것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기 마련이다. 특히 그 순간이 짧다면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꽃을 모티브로 하는 보석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쇼메가 1850년대에 선보인 다이아몬드 티아라에도 놀랍도록 현실적인 팬지 장식을 달았으니까. 2023년 버전의 ‘팬지(Pensée)’ 주얼리는 좀 더 모던하고 서정적이다. 쇄골 위와 귓불 아래, 손가락은 물론 머리 위에서까지 피어난 팬지꽃은 팬시 비비드 옐로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블루, 핑크, 파파라차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그러데이션으로 완성된 매혹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대담한 체인 형태가 돋보이는 ‘튤립(Tulipe)’ 목걸이는 가닛과 스피넬이 세팅된 꽃잎 사이로 10.70캐럿의 레드 스피넬이 강렬하게 빛난다. 메종의 상징이자 조세핀 황후가 특별히 좋아했던 페어 컷을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 붉은색 대신 블루 톤 스피넬을 사용한 반지와 귀고리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화려한 쿠션 컷 핑크 스피넬과 글래머러스한 형태를 조합한 ‘아이리스(Iris)’, 그래픽적 디자인에 옐로 사파이어로 포인트를 더한 ‘아룸(Arum, 칼라)’ 등 꽃을 향한 쇼메의 예찬은 기존에는 보지 못한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실감 나는 포도 덩굴과 잎사귀 디자인이 돋보이는 ‘페이 드 뷔니으’ 주얼리는 루비, 스피넬, 다이아몬드로 장식했다.

GOLDEN FIELD

쇼메 창립자 마리 에티엔 니토(Marie-Étienne Nitot)의 18세기 각인, 조세핀 황후가 사랑한 모티브, 마리 루이즈 황후의 티아라. 이 셋의 공통점은 바로 밀 이삭이다. 수확의 여신 케레스의 상징인 황금빛 밀 이삭은 메종에 가장 먼저 등장한 테마로, 1811년부터 끊임없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재해석되는 시그니처 모티브다. 완전히 익은 밀 이삭으로 가득한 들판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블레(Blé)’ 라인은 목걸이, 헤어피스, 귀고리, 반지, 시계 등 총 다섯 개 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다이아몬드 밀알은 각각의 프레임을 연결한 덕분에 더욱 풍성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일부는 밀 이삭 부분을 탈착할 수 있어 반지는 솔리테르로, 10.25캐럿의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가 돋보이는 목걸이는 총 세 가지 방식으로 연출 가능하다. 수확을 기다리는 건 밀밭뿐만이 아니다. 포도 덩굴을 그대로 재현한 ‘페이 드 뷔니으(Feuille de Vigne)’는 루비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라인. 5.15캐럿의 모잠비크산 루비가 인상적인 목걸이는 덩굴손 모양과 나뭇잎 텍스처를 실감 나게 보여주기 위해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커팅, 세 가지 크기의 젬스톤 300개를 세팅했다. 날아갈 듯 가벼운 레이스처럼 보이는 나뭇잎 뒷면 디테일에서는 쇼메의 탁월한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줄무늬로 세팅한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가 그래피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아가판서스’ 주얼리.

BOUQUETS OF THE WORLD

쇼메는 전 세계 이국적인 부케를 탐구하며 메종에서 다루는 플라워 주얼리에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 첫 번째 행선지는 남아프리카. 그래픽 디자인으로 선보인 ‘아가판서스(Agapanthe)’다. 아프리칸 백합으로 불리는 이 꽃의 길쭉한 꽃잎을 줄무늬로 재해석해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를 교차 세팅한 점이 흥미롭다. 활짝 핀 목련을 형상화한 ‘매그놀리아(Magnolia)’ 목걸이는 쇼메의 유서 깊은 금세공 전통을 충실하게 구현해냈다. 옐로 골드 표면에 무늬를 입히고, 마키즈 컷 다이아몬드로 생동감을 더한 꽃잎 표현보다 눈에 띄는 건 3캐럿의 독보적인 임페라트리스(Taille Impératrice) 컷 다이아몬드. 최근 메종이 공개한 이 육각형 커팅의 특별함은 귀고리와 반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 페르시아,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를 모티브로 한 ‘크리장뗌(Chrysanthème)’ 주얼리는 다양한 문화를 한데 아우른다. 핑크 칼세도니를 더해 메인 스톤을 감싸는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상반되는 색을 지닌 옐로와 블루 사파이어 세팅으로 호화로운 매력을 배가했다. (VK)

    사진
    COURTESY OF CHAU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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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U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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