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패션에 ‘뉴 웨이브’를 일으키는 필리핀 마닐라. 그 중심에서 새로운 시대를 정의하는 크리에이터 여섯 명을 만났다. 필리핀-아일랜드 혼혈로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모델 시오반 모일란(Siobhan Moylan), 필리핀 <보그> 패션 디렉터이자 스타일링 컨설팅 회사 ‘큐레이터 스튜디오(Qurator Studio)’와 패션 커뮤니티 ‘베스티도(Vestido)’의 대표를 맡고 있는 팸 퀴논스(Pam Quiñones), 필리핀 <보그> 패션 에디터면서 스타일리스트, 패션 컨설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는 대릴 창(Daryl Chang), 필리핀을 대표하는 여배우 앤 커티스(Anne Curtis), 호주와 필리핀, 미국을 넘나들며 참신한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멜리사 레비(Melissa Levy), 필리핀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고유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포토그래퍼 샤이라 루나(Shaira Luna)가 말하는 마닐라 패션의 비하인드 신.
Daryl Chang & Melissa Levy “지금은 마닐라 패션의 전성기예요.” 필리핀 <보그> 패션 에디터면서 구조적인 형태와 실용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패션 브랜드 ‘D.D.Daily’를 이끌고 있는 대릴 창은 이곳 패션을 ‘변화의 토네이도 속에 있다’고 표현한다. “전통과 현대,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동서양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마닐라의 잠재력을 발견하는 작업이 무척 재미있어요.” 대릴 창에게 창의력이란 단순히 관념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크리에이터와의 작업, 그 작업을 통한 스스로의 변화 과정 자체를 크리에이티브로 정의한다. 대릴 창이 만든 컷아웃 수트를 입고 등장한 멜리사 레비는 아름다움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식민 지배와 자연재해를 극복한 강인한 나라예요.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장인 정신, 현대의 기술이 결합된 이곳의 패션은 독보적으로 아름답죠.” 호주 <보그>의 컨트리뷰팅 패션 에디터이자 'Cero Magazine'의 패션 디렉터,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멜리사 레비에게 마닐라 패션은 지금 가장 흥미로운 분야다.
Shaira Luna & Siobhan Moylan 샤이라 루나와 시오반 모일란은 패션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아역 배우로 국민적 사랑을 받던 샤이라 루나는 돌연 배우의 삶을 뒤로하고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에 매진했다. “불현듯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사진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6년간 다니던 의과대학을 그만뒀어요.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었죠.” 샤이라 루나의 어린 시절 경험은 그녀가 세상을 보는 남다른 시각을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수차례 진행한 필리핀 <보그> 커버와 다양한 브랜드와의 커머셜 작업을 통해 사진가로서 입지를 차곡차곡 다졌다. 시오반 모일란은 필리핀에서 성장하는 내내 수많은 에이전시에서 모델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 탓에 쉽게 마음을 결정할 수 없었다. “열일곱 살 때 친한 친구들이 만든 브랜드 룩북에 모델로 참여했어요. 거창하지 않은 촬영이었죠. 하지만 그날 이후 제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요.” 시오반 모일란은 데뷔와 동시에 필리핀의 각종 매거진과 CF를 종횡무진하는 얼굴이 됐다.
Pam Quiñones “필리핀 패션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고, 독창적인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 필리핀 <보그> 패션 디렉터로서 저의 임무입니다.” 필리핀에서 나고 자란 팸은 뉴욕의 FIT와 런던예술대(UAL), 밀라노의 마랑고니 등 유수의 패션 스쿨에서 공부하며 고향의 패션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여러 나라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새로운 디자이너 세대가 필리핀의 장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어요. 특히 업사이클링을 통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죠. 필리핀 디아스포라 그룹이 마닐라 패션을 혁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오늘 제가 초대한 이 친구들도 각자가 지닌 다양한 배경을 통해 마닐라 패션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Anne Curtis 필리핀을 대표하는 여배우 앤 커티스와 팸 퀴논스는 15년 지기 친구다. 서로 성장 과정을 함께한 둘에게 패션은 하나의 언어다. “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입어요. 패션은 제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수단입니다. 특정 스타일이나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본인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뷰티 브랜드 ‘BLK 코스메틱’과 아동복 브랜드 ‘Tili Dahli’를 운영하는 앤 커티스는 마닐라 패션을 ‘끊임없는 혁신’으로 정의한다. “필리핀의 다양한 계절과 날씨를 겪었지만, 단 하나 변치 않는 사실은 이곳의 패션은 늘 변화한다는 것이에요. 단 한 순간도 그대로 머문 적이 없죠.”
- 포토그래퍼
- 이용희
- 에디터
- 신은지
- 헤어
- 오지혜
- 메이크업
- 문지원
- 로케이션
- 더 헨리 호텔 마닐라(The Henry Hotel Man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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