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청바지 마음껏 올려 입기
언제나 반항심을 엔진 삼아 나아가는 패션 트렌드, 몇 시즌 동안 런웨이를 군림했던 로우 라이즈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어갑니다. 지금부터는 정확히 반대 지점에 있는 하이 웨이스트 스타일이 그 자리를 차근히 채울 예정이죠.
테일러드 팬츠로 자연스럽게 복귀를 알린 하우스도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하이 웨이스트 ‘데님’입니다. 런웨이에서 허리와 배꼽을 단정히 가린 데님 실루엣을 마주한 건 실로 오랜만이었거든요. 청바지야말로 우리 일상과 가장 끈적하게 맞닿아 있는 아이템이니, 미리미리 익혀두기도 좋죠.
실루엣은 좀 더 단정해졌습니다. Y2K 트렌드를 명목으로 장식과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내세우던 지난날과는 달라요. 팬츠보다 뚜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던 두꺼운 벨트도 찾아볼 수 없었고요.
가장 우아한 라인을 완성한 건 알라이아입니다. 벌룬 스타일과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냈거든요. 길쭉한 라인도 모자라 벌룬 스타일의 셰이프 덕에 허리선이 자연스럽게 돋보였죠. 청청 패션도 충분히 모던하고 감각적일 수 있다는 걸 증명했고요.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은 건 와이/프로젝트와 록의 실루엣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 쇼츠에 싸이하이 부츠, 더블 웨이스트 데님으로 다른 길을 추구하고 있긴 하지만요. 가뿐한 톱과 넉넉한 핏의 하이 웨이스트 데님이 풍기는 쿨한 무드를 실감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반면 끌로에는 묵직함을 선택했습니다. 측면에 큼직한 메탈릭 아일렛을 가미한 거친 텍스처의 와이드 데님으로 말이죠. 오버사이즈인데도 예리한 실루엣을 잃지 않은 티비의 스타일도 인상 깊었고요.
하이 웨이스트 스타일이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된 건 로에베의 2024 S/S 남성복 컬렉션 덕분입니다. 시종일관 명치 부근까지 바짝 끌어올린 팬츠로 의심을 거두어주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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