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아와 로운의 불가항력적 연애
조보아와 로운.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는, 이 연애는 불가항력.
로운이 묻고 보아가 답하다
JTBC 드라마 <이 연애는 불가항력>. ‘홍조’의 관점으로 이 드라마를 소개한다면?
그 누구의 관점이 따로 필요치 않다. 달콤한 로맨스와 쫀득한 스릴러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
‘신유’ 캐릭터에 내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나?
와, 잘생긴 배우랑 작업해서 우리 스태프들 분위기 좋겠다. 하하. 반듯하고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신유’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걸 첫 만남에 알아버렸다. 감독님, 작가님과 같이하는 굉장히 캐주얼한 자리였는데, ‘신유’ 그 자체로 나타나서 많이 놀랐다. 촬영 첫날, 특별히 내가 감정을 통제하거나 몸에 느낌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 협상의 시간이 필요치 않을 만큼 ‘신유’를 향해 내 마음이 절로 움직였다.
‘홍조’는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7개월이 넘는 시간을 촬영하다 보니 안 가본 곳, 겪어보지 않은 날씨가 없을 정도다. 추운 겨울 눈밭에서 촬영한 적 있는데, 캐릭터의 감정선도 촬영장 온도만큼 차가웠다. 감정적으로도 폭발하는 장면이어서 그랬는지, 리허설할 때부터 감정이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을 만큼 힘들었다. 그만큼 중요한 장면이었고, 그간 홍조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아주 중요한 장면. 꼬박 이틀을 촬영했는데, 감정을 절제하고 내뱉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감정을 이어가기도 버거웠다. 과정이란 게 완성된 결과물에 비하면 굉장히 짧게 스치듯 지나갈 수도 있는데, 어렵게 촬영한 만큼 그날 분위기가 오롯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아직 달리고 있는 나에게 누나의 경험을 들려준다면?
배우로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를 묻는 거라면 나는 지금이다. 예전에 선배들이 10년 기점으로 그 시기가 올 거라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정확하다. 내가 지금 12년 차니까. 예전엔 고민하지 않았다. ‘무조건’ ‘열심히’라는 것 말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10년을 넘긴 지금은 고민도 다양하고, 깊이도 제법 된다. 아는 만큼 부족한 게 보여서 그런 게 아닐까. 그래서 더 두렵다. 잘 안다고 되는 게 아니고, 노력한다고 되는 시기가 아니어서. 작은 균열이나 틈새에 놀라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다잡는 게 중요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 스스로의 선택을 믿고 기다리는 편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타입이어서 그런지, 그게 뭐든 결론은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진지하게 고민하되 심각해지진 말아야 한다는 것.
요즘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3주 전에 이사했다. 새로 자리 잡은 곳이 마음에 들어서 지금은 동네 탐방에 빠져 있다. 보통 오전 9시쯤 일어나 강아지랑 같이 산책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동네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린다. 9월부터 새로운 작품 촬영에 들어가는데, 그 전에 충분히 자유를 누리려고 한다.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작품에 대한 강박은 조금 늦추고 캐릭터에 관한 감정은 빠르게 쌓아 올리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간은 나른하고 늘어지는 일에 쓰고 있다. 하하.
보아가 묻고 로운이 답하다
커플과 솔로 포함, 오늘 촬영한 컷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오랜만의 화보 촬영이라 기대되면서 긴장도 했는데 누나랑 하는 커플 촬영이라 완전히 긴장이 풀렸다. 드라마 스틸용으로 촬영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컨셉추얼하게 준비한 촬영과는 느낌이 다르니까. 모든 컷이 마음에 든다. 그중 우리 둘이 함께한 첫 컷이 가장 마음에 든다. ‘홍조’와 ‘신유’의 관계를 컬러로 표현했다고 해야 하나. 서로 다른 컬러의 수트를 맞춰 입고 각자 대치되는 시선으로 표현한 컷. 전체적인 무드와 색감이 ‘홍조’와 ‘신유’, 누나와 나의 케미를 잘 담아낸 것 같아 마음에 든다.
‘홍조’와 나는 어느 정도 닮았다고 생각하나? 나의 첫인상도 궁금하다.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워낙 미담이 많은 배우기도 하지만, 연기 외에도 배울 점이 많을 거란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 많았다. 반년이 넘는 시간을 같이 달려보니 이보다 더 좋은 러닝메이트가 있을까 싶다. 누나의 대사는 닫힌 귀를 쫑긋 세우는 힘이 있다. ‘홍조’의 감정이 그대로 실려오니 모래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신유’의 감정에 녹아들었다. 이 기회를 빌려 말하자면, 누나가 있어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신유’ 그 이상을 담아냈다.
지금 로운이 가장 관심 있는 것은?
같이 촬영하면서도 느꼈겠지만, 내가 좀 꼼꼼하고 세밀한 성격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하자는 편. 스스로 ‘꽤 피곤한 타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의 답을 구해보면 결국은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그냥’이라는 단어에 꽂혀 있다. 세밀한 성격 탓에 그 단어가 주는 의미를 수용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냥’이 포함한 그 무한한 것들에 빠져드는 중이다. 단어가 주는 유연함에 나의 꼼꼼함도 조금 느슨해지고 여유를 찾고 싶은 욕심을 부려본달까. 그냥, 나름대로 조금씩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그게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7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정말 안 다닌 곳이 없다. 나는 촬영을 마친 후에도 가끔 생각나는 곳이 있던데, 로운은 어디가 가장 기억에 남나?
이번에 처음 가본 곳이어서 그런지 포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 촬영지여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물기도 했지만, 굉장히 따뜻하고 정감 있는 곳이랄까. 보통 음식과 사람들로 내가 머문 곳을 연결하는 편인데, 포항은 특히 이 두 가지가 좋았다. 촬영 초반 시간이 좀 여유로울 때 작은 술집에 들렀는데, 그때 먹은 김치 맛이랑 사람들의 분위기가 포항으로 연결되어 뇌리에 박혔다. 그립다, 포항.
연기하면서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을 때 어떻게 접근하나?
배우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풀리지 않는 고민의 답을 찾으려고 굳이 생각을 헤집는 스타일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풀리지 않게 놔둬야 더 깊이 연기에 몰두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 답을 구하려고 매달리거나 몰입하면 가끔 과정도 잊고, 목적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치열하게 고민은 하되, 억지로 결론을 도출하거나 답을 적어내는 타입은 아니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의 보폭에 맞춰 걸어가면 결국 같은 곳에 도달하지 않을까. 아까 말한 ‘그냥’이란 단어처럼, 그냥 어느 순간 경계를 넘어 답을 찾는 순간이 오겠지 싶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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