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애시 리의 첫 포토북, ‘마지막 인어’
지금까지 <보그 코리아> 커버 촬영을 다섯 차례 담당한 피터 애시 리(Peter Ash Lee)는 포토그래퍼라는 단어로 가둘 수 없는 인물이다. <코듀로이 매거진(Corduroy Magazine)>을 창간했고, 종종 카메라 렌즈 뒤가 아니라 앞에 서던 경험을 살려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했으니 말이다.
꽤 능숙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코리안 아메리칸’인 그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양 국가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고려청자에서 영감을 받아 CL의 이미지를 완성하고, 아시안 아티스트를 위한 플랫폼 ‘버독 미디어(Burdock Media)’를 설립한 피터의 시선이 이번에는 대한민국 최남단으로 향했다. 2018년 12월 제주를 방문했던 그가 해녀들의 모습을 담은 포토북 <마지막 인어(The Last Mermaid)>를 출간한다.
제주의 역사는 곧 해녀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수백 년 전부터 해녀들은 저고리 하나만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고,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해왔다. 피터 애시 리는 제주에 모계 중심 문화를 정착시킨 해녀들의 모습을 과장 없이 기록한다. 손으로 직접 그린 나이키의 ‘스우시’와 꼼데가르송의 하트 로고가 새겨진 고무신을 신고, 새벽 6시부터 잠수를 준비하는 해녀들의 일상 말이다. 피터는 해녀의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은 의미 없었다고 말한다. 그들 모두에게서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약 5년 전 사진을 지금에야 포토북으로 출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해녀들 그리고 해녀 문화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피터는 30대 중반의 고려진 해녀를 만났다. 할머니, 어머니에 이어 3대째 해녀 일을 해오는 그녀는 해녀의 명맥 유지를 위해 힘쓴다.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일일 체험 행사를 주관하며 ‘신입’ 해녀의 유입을 애타게 바라지만, 직업이 지닌 위험성 탓에 아직 그녀보다 어린 해녀는 제주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해수면 상승 역시 해양 생태계를 어지럽히며 그들의 삶을 위협한다. 해녀라는 직업이 존속의 갈림길에 선 지금, 피터 애시 리는 <마지막 인어>와 함께 모든 해녀를 기억하고자 한다.
<마지막 인어>는 현재 피터 애시 리의 공식 웹사이트 peterashlee.com에서 프리오더 가능하며, 8월 12일부터 9월 4일까지 뉴욕의 스트롤 가든(Stroll Garden) 미술관에서 사진전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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