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엘라 타비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었나
마르지엘라 하우스를 상징하는 아이템을 딱 하나만 꼽는다면? 하우스의 첫 런웨이 컬렉션부터 함께한 타비 슈즈입니다. 발가락 부분이 갈라져 있는 ‘스플릿 토’ 디자인의 타비 슈즈는 예나 지금이나 패션 피플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마르탱 마르지엘라 역시 2015년 한 인터뷰에서 타비에 대해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독창적인 슈즈’라 설명한 적이 있고요.
기존 물건을 분해해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키는 ‘해체주의’는 마르지엘라 하우스를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타비 슈즈 역시 해체와 재조립의 결과물이죠. 마르탱 마르지엘라가 영감으로 삼은 것은 일본의 전통 양말인 타비(足袋)입니다. ‘게다’라고도 불리는 나막신을 더욱 편하게 신기 위해 엄지발가락과 나머지 발가락을 분리한 양말입니다.
우아한 걸음걸이를 만들어준다고 알려진 타비 양말은 일본 신분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상류층은 금색과 보라색 타비를 신었고, 사무라들에게는 둘을 제외한 모든 색이 허용됐으며, 평민에게는 파란색만 허용됐거든요. 이후 중국을 통해 고무가 들어오면서 양말 밑창에 고무 솔을 더한 ‘지카타비(地下足袋)’가 타비 슈즈의 원형입니다.
마르지엘라는 데뷔 쇼였던 1989 S/S 컬렉션부터 타비 슈즈를 선보였는데요. 타비를 신고 빨간 페인트를 뒤집어쓴 모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독특한 형태의 발자국이 남았죠. 타비 슈즈는 즉각적으로 인기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마르지엘라 하우스는 새로운 슈즈를 디자인할 자금이 부족했고요. 마르지엘라의 선택은 직전 시즌에 활용했던 타비 슈즈, 그리고 팔리지 않은 타비 슈즈에 페인트를 덧칠해 재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의 타비 슈즈를 탄생시키자, 이는 곧 마르지엘라 하우스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죠.
마르지엘라의 뒤를 이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된 존 갈리아노 역시 꾸준히 타비 슈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로퍼부터 카우보이 부츠, 스틸레토 펌프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면서 말이죠.
최근 타비 슈즈를 선택한 셀럽들의 스타일링은 어땠을까요? 타비의 최대 장점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핏 깔끔한 구두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발가락 부분이 갈라진 덕에 ‘뭘 좀 아는 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딱 좋다는 뜻이죠. 두아 리파처럼 화이트 셔츠와 데님을 매치해 다소 힘을 뺀 듯한 룩을 소화할 때는? 타비 슈즈를 활용해 확실한 포인트를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난 1월 마르지엘라의 컬렉션에 참석한 카일리 제너처럼 화려한 아이템을 선택했을 때는 타비를 활용해 룩의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고요.
30년이 넘도록 ‘아이코닉’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타비는 수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나이키의 ‘에어 리프트(Air Rift)’ 모델이 대표적인 예죠. 1995년 탄생해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에어 리프트는 타비의 스포티한 버전입니다.
커리어 초기, ‘제2의 마르탱 마르지엘라’라고 불렸던 뎀나 역시 타비 슈즈의 팬을 자처합니다. 베트멍 시절 선보인 독창적 디자인의 앵클부츠만 봐도 알 수 있죠. 발렌시아가에서도 타비에서부터 영감받은 듯한 슈즈들을 선보이며 ‘논슈즈’ 트렌드를 이끌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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