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이 스커트’를 꺼내세요
여름 옷장의 필수품이 미니스커트라면, 가을 옷장의 필수품은 롱스커트입니다. 그리고 그 포문은 풀 스커트가 열게 될 테죠.
꽃을 뒤집어놓은 것처럼 A라인으로 스르륵 퍼지는 실루엣, 풀 스커트 하면 떠오르는 과거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선명한 장면은 역시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이겠군요. 허리를 타이트하게 조인 페플럼 재킷과 풍성한 풀 스커트가 이뤄낸 드라마틱한 라인은 당시 여성복계의 새로운 챕터를 열기에 충분했지요. 이후 1950년대는 곧 풀 스커트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요.
그 뒤로도 시대와 트렌드를 넘나들며 꾸준히 생명력을 발해온 풀 스커트. 올가을에는 그 매력이 어느 때보다 활짝 피어날 예정입니다. 2023 F/W 컬렉션의 분위기에 맞춰, 아주 클래식하게요.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애초에 1950년대를 컬렉션의 주요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당시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세 여성(카트린 디올, 에디트 피아프, 줄리에트 그레코)을 뮤즈로 소환해서요. 풀 스커트의 등장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죠. 대체로 셔츠와 함께 매치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풀어낸 단추로 오픈한 네크라인, 치마 속으로 단정하게 넣은 밑단, 실키한 주름이 돋보이는 텍스처가 한층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만들어냈습니다.
프라다는 허리선을 강조하는 데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스커트의 컬러처럼 깨끗하고 담백한 멋에 집중했죠. 그런 면에서 함께 페어링한 블레이저와 니트는 효과적이었습니다. 적당한 사이즈와 차분한 컬러로 조용히 아름다움을 드러냈거든요.
1950년대 피에르 발망의 유산을 재주껏 풀어낸 올리비에 루스테잉. 피에르 발망이 즐기던 폴카 도트 패턴은 주얼리 장식으로 재탄생했군요. 균형은 블라우스로 맞추었습니다. 페플럼 스타일, 주름 디테일로 페미닌한 라인과 품위를 지켜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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