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에 녹아든 데이비드 보위 스타일
올 상반기 패션계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된 ‘바비코어’와 ‘오펜하이머코어’.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는 연이어 박스 오피스 톱을 차지하며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죠. <바비>가 핑크를 내세워 여성복에 뜨거운 바람을 몰고 왔다면, <오펜하이머>는 모자와 셔츠, 수트로 남성복의 핵심을 뒤흔듭니다.
특히 주인공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을 맡은 배우 킬리언 머피는 영화에서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수트 패션을 선보입니다. 극 중 오펜하이머의 수트는 그만의 특징이 있습니다. 슬림한 오펜하이머에게 약간 오버핏이고, 살짝 짧은 타이에 재킷은 반대로 살짝 길죠. 신념과 대의를 위해 직진하는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성격이 패션에서도 드러납니다.
오펜하이머의 수트 스타일에는 의외의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글램 록의 대부이자 새로운 예술의 문법을 다룬 아티스트, 패션 아이콘 중 하나인 데이비드 보위의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
데이비드 보위는 무대 위의 자신을 가수가 아니라 연기자로 여겼습니다. 그는 시기마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만들어 자신의 예술관을 펼쳤죠.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던 보위는 1970년대 문제적 시기를 맞았습니다. 스타덤에 오른 보위와 달리 인간 ‘데이비드 존스’는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1975년 그는 새로운 페르소나 ‘신 화이트 듀크(Thin White Duke)’의 등장을 알렸습니다. 이 시기의 보위는 그동안 선보인 화려한 코스튬이나 가발, 메이크업을 벗어던지는 대신 수트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수척한 외모에 화이트 셔츠, 주름 없이 매끈한 수트는 그의 고독한 내면을 외적으로 드러내기에 가장 적당한 스타일이었죠.
바로 신 화이트 듀크 시기의 패션이 오펜하이머 스타일에 일부 녹아들었습니다. 머피는 <MTV Movies> 인터뷰에서 “우리는 의상 디자이너와 긴밀히 협력해 옷을 디자인했다”면서 “연약하면서도 슬림한 보위의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머피는 특히 놀란 감독이 자신에게 그 시기의 보위 사진을 몇 장 보내며 영감을 줬다고 전했죠.
<오펜하이머>를 감상할 때 오펜하이머가 입은 수트를 눈여겨보세요. 보위, 아니 신 화이트 듀크의 흔적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 포토
- Universal Pictures,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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