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스키장에서 발견한 뜻밖의 즐거움
스키를 타며 보내는 겨울 휴양은 언제나 짜릿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것이 있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여름 슬로프에서의 휴가죠. 패딩이나 문 부츠를 챙길 필요 없이 여름 스키장을 방문하는 건 아는 사람만 즐기는 은밀한 기쁨입니다. 초보 스키어에게 굴욕감 대신 아름다운 경치를 선사하죠.
잘 생각해보면, 여름철 스키 여행지가 매력적인 건 당연합니다. 여름에는 낮이 더 화창하고 해가 길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적합하고요. 아베크롬비 & 켄트(Abercrombie & Kent) 유럽 지사 제품 매니저 리암 던치(Liam Dunch) 역시 ‘멋진 날씨 덕분’이라고 동의했죠. 그는 “겨울에는 눈과 얼음으로 덮인 더없이 그림 같은 곳에서 산책, 수영, 카약, 카누를 즐길 수 있죠!”라며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동상이나 눈사태 걱정 없이 아름다운 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블랙 토마토(Black Tomato) 소유주이자 공동 설립자 톰 마천트(Tom Marchant)도 “스키 타운의 산악 지형이 따뜻한 계절, 완벽한 모험의 무대가 되어줍니다”라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하이킹, 자전거, 짚라인 등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을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거죠. 톰은 “사람들이 ‘겨울 휴가를 위해 왔다가 여름까지 머물다 가는 곳’이라고 할 정도로 멋집니다”라고 덧붙였죠. 물론 날씨만 좋은 것이 아닙니다. 인적이 뜸하고 항공료와 숙박비도 더 저렴해지는 여러 이점이 있죠. 트래블로컬(TravelLocal) 공동 설립자 휴 오웬(Huw Owen)은 “유럽 최고의 산악 여행지는 겨울 시즌에 점점 더 북적이죠. 그러다 보니 가격은 과하게 비싸고 스키 타기에 최적의 기간은 제한됩니다”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해결책은 비수기를 노리는 것이고,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방식입니다.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여름철 스키 타운에 많은 방문객이 몰렸습니다” 인다가레(Indagare) CEO이자 설립자 멜리사 빅스 브래들리(Melissa Biggs Bradley)는 “해외여행이 다시 호황을 누리는 지금도 스키 타운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 사람들과 북적이는 해변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생모리츠 같은 전통적인 스키 타운에서 스파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제 웰빙을 추구하는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아베크롬비 & 켄트의 제품 수석 전문가 앨리슨 듀레이(Alison Duray) 또한 “스키를 탄 후 야외 요가는 잘 안 하겠죠. 하지만 하이킹이나 카약을 즐긴 다음,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즐기기도 하는 고급 스파 케어나 풀사이드에서의 점심, 일몰 요가를 즐기는 오후를 상상해보세요. 자연 속에서 균형 잡힌 하루가 완성될 겁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험이 많은 여행가라면 이런 컨셉이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볼까요? 위의 내용을 모두 다 알게 되었는데도 역시 마요르카, 시칠리아, 그리스 제도 같은 전통적인 여름 휴양지로만 휴가를 떠나고 싶은지 말이죠. 그렇다고요? 설사 그렇더라도 지금부터 소개하는 근사한 비수기 스키 여행지를 살펴보며 다른 스타일의 여행을 고려하세요!
미국 콜로라도주, 텔류라이드(Telluride, Colorado)
약 4,200m 높이의 거대한 봉우리로 병풍을 두르고, 광활한 푸른 하늘 아래 절벽 사이 깊은 협곡에 자리한 이 작은 산악 마을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 비현실적입니다. 겨울과 인연이 깊은 여행지인데도 텔류라이드는 여름 여행지로도 더없이 매력적이죠. 톰 마천트는 “콜로라도는 동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지역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세계 최고의 러닝 경험을 위해 여행자들이 콜로라도의 산으로 몰려들고, 래프팅, 스탠드업 패들 보딩, 낚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강, 호수, 개울이 수없이 많아요. 여름 아웃도어 활동에도 최적화된 곳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텔류라이드 산악 영화제, 블루그래스(Bluegrass) 축제, 열기구 축제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도 즐길 수 있습니다.
*추천 숙소 : 매들린 호텔 & 레지던스, 오버지 리조트 컬렉션(Madeline Hotel & Residences, Auberge Resorts Collection). 톰 마천트에 따르면 비수기엔 요금이 더 저렴하다고 해요.
스위스, 엥가딘(The Engadin, Switzerland)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엥가딘은 스위스 알프스 남쪽 지역으로 약 13개 마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모리츠 같은 아이코닉한 여행지는 스키로 유명하지만, 여름이라고 배제하기에는 더없이 근사한 곳입니다. 여름날 쿨름 호텔 생모리츠에서 맞이하는 아침을 떠올려보세요. 커튼을 열면 생모리츠 호수가 눈앞에 펼쳐지고, 원한다면 수영부터 보트 타기, 낚시, 스탠드업 패들링을 즐길 수 있죠. 하이킹과 산악자전거도 가능합니다. 4.8km 정도 떨어진 폰트레시나에서는 여름을 품은 근사한 자연경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랜드 호텔 크로넨호프는 580km 길이에 달하는 폰트레시나의 트레일 산책로와 오후 물놀이를 즐기기에 이상적인 산악 호수를 탐험하기에 완벽한 베이스캠프입니다.
*추천 숙소: 쿨름 호텔 생모리츠(Kulm Hotel St. Moritz). 1896년 요하네스 바드루트(Johannes Badrutt)가 마을 최초의 호텔로 설립한 유서 깊은 곳.
*추천 숙소 : 그랜드 호텔 크로넨호프(Grand Hotel Kronenhof). 폰트레시나로 간다면 웨스 앤더슨의 영화에 나올 법한 벨 에포크 시대의 호텔, 그랜드 호텔 크로넨호프를 추천한다.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 Italy)
창의적인 사람들과 귀족들이 즐겨 찾는 코르티나(Cortina)는 이탈리아 돌로미티산맥의 중심에 있습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전설적인 빙산 이론을 처음 소개한 단편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했죠. 1956년 동계 올림픽이 열릴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스키 슬로프로 유명하지만, 세계적인 여름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혼잡하지 않은 시즌에 이곳이 얼마나 좋은지 사람들이 알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일찌감치 예약해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휴 오웬은 조언합니다. 이탈리아 북부와 인터라켄까지 산악 지형을 따라 하이킹을 하거나 사이클링을 즐기는 10일간의 여행이 인기죠.
*추천 숙소 : 호텔 데 라 포스테(Hotel de la Poste).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다면, 그가 코르티나를 방문했을 때 여러 번 머문 호텔 데 라 포스테에서 그의 이름을 딴 스위트룸을 예약해보세요.
캐나다, 앨버타주 & 브리티시컬럼비아주(Alberta and British Columbia, Canada)
비수기에 빛나는 멋진 스키 타운을 찾고 있다면 앨버타와 브리티시컬럼비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톰 마천트는 “이 지역의 경이로운 자연, 아웃도어 활동, 아름다운 경치의 고속도로는 여름철 로드 트립에 완벽하게 어울리죠”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고객 중에는 밴프 국립공원에서 출발해 재스퍼 국립공원과 밴쿠버를 거쳐 밴쿠버 아일랜드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이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는 오카나간 밸리에서 와인 시음을 즐기거나 3급과 4급 급류로 유명한 키킹호스강을 따라 래프팅에 도전해보세요. 자연 애호가를 위한 완벽한 놀이터입니다.
아르헨티나, 안데스산맥(Andes Mountains, Argentina)
연말 여행으로 여름 날씨인 행선지를 원한다면, 적도 남쪽의 아르헨티나는 어떨까요? 톰 마천트는 “안데스산맥은 스키, 스노보드, 기타 겨울 스포츠의 대명사로, 많은 여행자가 따뜻한 계절에 즐길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을 놓치죠”라고 말했습니다. 여름이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는 적기라는 걸 아는 사람만 비밀을 향유하고요. 마천트는 “이 지역은 따뜻한 계절에 승마, 하이킹, 플라이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산지이기도 합니다”라며 아르헨티나의 라스 레냐스와 파타고니아의 카테드랄 알타 스키 리조트를 여행 일정에 넣을 것을 추천했습니다. 성수기에는 굉장히 붐비는 지역이지만, 비수기에 방문하면 접근성이 좋고 여유롭게 여정을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죠.
*추천 숙소 : 더 비네스 리조트 앤 스파(The Vines Resort & Spa). 아르헨티나 현지 가우초의 안내를 받으며 안데스산맥에서 일출 승마를 즐기고, 정상에서 따뜻한 마테차를 마실 수 있죠.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 Germany)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기슭에 위치한 바이에른 알프스의 마을은 1936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이기도 합니다. 리암 던치는 “여름에 방문하면 진정한 독일을 경험할 수 있어요. 노이슈반슈타인성, 오버아머가우, 린다우, 뮌헨 같은 여행지를 둘러보기에 최적이죠”라고 말했죠. 하이킹, 사이클링, 패러글라이딩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실로 무궁무진하고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꼽히는 수정처럼 맑은 아이브제(Eibsee) 호수에 몸을 담그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죠!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Sun Valley, Idaho)
멜리사 빅스 브래들리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산악 명소 중 하나는 아이다호주의 선밸리입니다. 북미 최초의 스키 리조트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여름에도 목가적인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소투스산맥(Sawtooth Mountains)에 위치한 이 마을은 호수, 강, 숲으로 둘러싸인 덕분에 아웃도어 마니아라면 낚시를 즐기거나 숨겨진 온천을 찾아 하이킹을 할 수도 있습니다.
*추천 숙소 : 선밸리 로지(Sun Valley Lodge). 지역의 역사가 느껴지는 클래식한 숙소를 추천합니다. 마릴린 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인물들이 머물던 선밸리 로지의 스위트룸을 예약해보세요.
프랑스, 메제브(Megève, France)
프랑스 남동부의 오베르뉴론알프에 위치한 메제브. 1920년대 모리스 드 로스차일드 남작(Baron Maurice de Rothschild)의 아내 노에미 드 로스차일드(Noémie de Rothschild)는 생모리츠의 스키 리조트 분위기를 아름다운 마을, 메제브로 옮겨오려고 했습니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지역은 고급 스키 리조트뿐 아니라 여름철 즐길 거리로도 사랑받고 있죠. 여름 방문객은 야생화가 흩뿌려진 산속 목초지를 거닐고, 시원하고 맑은 강에서 수영을 즐기며, 고급스러운 샬레(스위스의 목조 주택)에 체크인할 수 있습니다.
*추천 숙소 : 포시즌스 호텔 메제브(Four Seasons Hotel Megève). 럭셔리 샬레 스타일을 찾고 있다면, 포시즌스 호텔 메제브가 제격입니다. 아리안 드 로스차일드 남작 부인의 유산이 호텔 인테리어에 구석구석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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