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사요? ‘보그’ 뷰티 디렉터가 ‘진짜’ 사용하는 제품_#1
사랑 혹은 집착. <보그> 뷰티 디렉터가 검증한 금주의 ‘강추’.
MEMO PARIS ‘ITHAQUE EAU DE PARFUM‘
여기, 그리스 신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향수가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율리시스가 고향 이타카섬으로 귀환하는 10여 년의 대서사시를 한 병에 담은 메모 파리의 신작 ‘이타카 오 드 퍼퓸’을 소개합니다. 신선한 과일과 베르가모트 오일, 페퍼로 모험과 도전의 열정을, 블랙커런트와 재스민이 어우러진 달큼한 향은 재회의 감격을, 시더우드와 파촐리의 경쾌한 우디 향은 육지로의 도달을 의미하죠. 이처럼 의리와 사랑, 전쟁, 헌신에 이르는 다채로운 감정으로 가득 찬 ‘이타카 오 드 퍼퓸’과 함께한 날엔 어김없이 행복한 질문을 받습니다. “오늘 뭐 뿌렸어요?”
D.S. & DURGA ‘PORTABLE FIREPLACE AUTO FRAGRANCE‘
당장의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클래식함을 강조하는 ‘조용한 럭셔리’ 유행은 단조로운 일상을 즐겁게 만들고, ‘아는 사람만 아는’ 품질로 언제나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에 투자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총칭이죠. 높은 가격이 곧 ‘럭셔리’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루한 드라이브에 활력을 더할 디에스앤더가의 차량용 방향제는 특별합니다. 그중 ‘포터블 파이어플레이스 오토 프래그런스’는 제품명에서 짐작했듯 매캐한 스모키 향이 일품인데요. 꼭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점묘법을 활용한 일러스트는 매일 봐도 질리지 않아요.
HOURGLASS ‘PHANTOM VOLUMIZING GLOSSY BALM‘
‘내추럴 뷰티’를 추구하기에 메이크업엔 다소 시큰둥한 제가 요즘 푹 빠진 제품입니다. 아워글래스 ‘팬텀 볼류마이징 글로시 밤’이 그 주인공이죠. 물을 머금은 듯 촉촉한 입술을 의미하는 뷰티 신조어 ‘물먹립’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제품입니다. 입술에 안착하는 즉시 발현되는 유리알 광택은 기본, 원래 내 입술처럼 발색하는 것도 모자라 기분 좋은 쿨링 효과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았죠. 가을 웜톤을 위한 추천 컬러는 130호 임펄스와 100호 라이즈.
HERMÈS ‘TUTTI TWILLY D’HERMÈS EAU DE PARFUM‘
미제 향기를 아시나요? 다우니 섬유 유연제 혹은 드라이 시트, 아니면 수입 상가에서 날 법한 ‘부내’를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세계 최고의 조향사이자 에르메스 하우스 퍼퓨머 크리스틴 나이젤의 최신작 ‘투티 트윌리 데르메스 오 드 퍼퓸’의 첫인상이 딱 그랬어요. 크리스틴 나이젤의 미션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에르메스 레이디의 정체성을 향으로 연출하는 것. 리치, 진저, 머스크를 통해 이토록 고급스러운 향을 구현했습니다. 에르메스 특유의 우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위트 있는 디자인은 보너스. 페도라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뚜껑과 알록달록한 실크 리본이 소장 가치를 더합니다. 9월 1일 출시.
NIVEA ‘UV DEEP PROTECT & CARE TONE UP ESSENCE SPF 50+ PA ++++‘
여름철 반짝 특수 상품에서 사계절 필수품으로 등극한 자외선 차단제. 구입에 앞서 저마다의 선택 조건이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 하나, 끈적이지 않을 것(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으면 가차 없이 탈락). 둘, 최소 SPF 50 이상의 강력한 자외선 차단 지수(자외선은 1급 발암 물질이기에). 셋, 과하지 않은 브라이트닝 효과를 갖출 것(시간에 쫓기며 발라도 경계선이 티 나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움). 넷, 은은한 윤기를 머금을 것(별도의 장치 없이도 원래 내 피부인 것처럼!). 시중의 수백 가지 ‘자차’들이 유혹하지만 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은, 글쎄요. 하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니베아의 파란 튜브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매일 닳는 게 아쉬울 정도로 ‘완전한’, 그야말로 자외선 차단계의 ‘엄친 딸’ 같은 제품이니까요. 그러니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메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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