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그것이 알고 싶다
다이어트 탄산음료, 무설탕 껌, 저지방 요거트, 에너지 바, 무설탕 푸딩, 저지방 아이스크림, 소스, 시럽, 조미료. 설탕의 약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 그 논란의 한 달.
다이어트 콜라를 편애하는 건 나만이 아니다. 시원한 캔 뚜껑을 딸 때 들리는 청량한 탄산 소리와 첫 모금을 마실 때 혀를 간질이는 거품이란. 매일 오후 4시쯤 찾아오는 지옥같이 피곤한 ‘슬럼프’에 정신을 차리는 데 이만한 음료가 없다. 게다가 강력한 단맛을 내는데도 칼로리가 ‘0’에 가까우니 밤이고 낮이고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그러니 지난 7월 WHO 산하 국제 암 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할 거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이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우린 어느 정도 감지했는지도 모른다.
아스파탐은 1980년대에 처음 상용화되었다. 설탕 단속이 심하던 당시, 아스파탐은 일반 설탕보다 200배는 단 화학물질로 지난 50년간 다양한 식음료 제품에 설탕을 대신하는 감미료로 애용되어왔다. 다이어트 콜라, 제로 콜라, 펩시 맥스, 닥터페퍼 등 유명 음료는 물론 수입 상가에 흔히 보이는 엑스트라 껌, 뮐러 저지방 요거트, 하물며 일부 치약이나 무설탕 목 캔디, 감기 시럽에도 아스파탐이 들어 있다.
불안한 마음에 노트북을 열고 해외 자료 서치에 나섰다. 영국 심장 재단은 다이어트 음료를 과일 주스, 설탕을 넣은 차와 커피 다음으로 ‘건강한’ 음료로 규정한다. 또 영국 암 연구소도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가 암 발병률을 높이지 않는다는 신빙성 높은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바뀌는 걸까? 사실 지금까지 아스파탐의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규정한 IARC의 결정은 아스파탐과 암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1,300건에 달하는 연구를 검토한 뒤 내려졌다. 하지만 이 검토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하진 않다.
IARC는 발암 가능성에 따라 물질을 총 4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1군 인체 발암 물질, 2A군 인체 발암 추정 물질, 2B군 인체 발암 가능 물질, 3군 인체 발암 분류 불가 물질이 그것이다. 아스파탐은 2B군으로 분류된다. 이는 1군이나 2A군으로 분류하기엔 증거가 충분치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아스파탐이 들어간 식음료를 안심하고 냉장고에 채워 넣으란 말도 아니다.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성이 제기되어온 이유는 체내에서 아스파탐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글래머> 인터뷰에서 스포츠 영양 코치 제시 존스가 말했다. “메탄올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아스파탐이 간 손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메탄올이 대사 작용을 거쳐 포름알데히드로 분해되면 간세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그러면 다이어트 콜라에 푹 빠져 살던 우리는 어찌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심해라. 몇 년 동안 이 음료를 마셨다고 절망의 늪에 빠질 필요는 없다. 다이어트 콜라를 먹는 습관을 버리는 건 물론, 아스파탐이 장기적으로 신체에 끼쳤을 영향을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발암성’이란 단어는 무언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아스파탐은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었는데, 이는 해당 물질을 발암 물질로 확실히 분류하기엔 신빙성 있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를 지닌다. 참고로 술과 담배, 자외선은 ‘발암 물질’인 1군에 속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최근 WHO가 현재 섭취 수준에서는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아스파탐의 1일 섭취 허용량은 40mg/kg이다. 이 허용량을 초과 섭취하려면 체중이 70kg인 성인이 다이어트 콜라처럼 아스파탐 200mg이 함유된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하루에 14캔이나 마셔야 한다(WHO 영양·식품 안전국장 프란체스코 브란카는 세계보건기구의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이 ‘꽤 많은’ 편으로 1일 섭취 허용량만 지킨다면 ‘주목할 만한 건강상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동안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마셔왔다면 신체가 장기적으로 받았을 영향은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신체가 장기적으로 받는 영향은 다양한 요인으로 달라질 수 있어요. 전반적인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유전적 소인 등이 있죠.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비만이나 산으로 인한 충치 같은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건 아직 완전하게 증명되지 않았어요.” 취재차 만난 전문의 중 일부는 “다이어트 콜라 같은 다이어트 탄산음료를 오랫동안 마셔왔다면 간을 비롯한 신체의 여러 기관에 산화 스트레스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세포가 손상돼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발병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질병의 발병률을 최소화하려면 다이어트 탄산음료 섭취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고 암에 절대 안 걸리는 건 아니지만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식품을 우리 식단에서 없앨 순 있으니 말이다.
WHO에서는 이번 결정이 식음료 업체와 당국에 시장에서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을 회수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감미료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아니다’라며 관련 제조업체에 원료 구성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또한 사람들이 감미료 섭취를 제한하고 물을 마셔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다이어트 음료를 그만 마실지 결정하는 건 각자의 몫이다. “다이어트 혹은 제로 콜라를 즐겨 마시는 분들께 당장 끊으라고 말할 근거는 없어요.” 내과 의사이자 보건 교육가 캘빈 페르난데즈 박사가 설명했다. “다른 식음료 제품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마시는 건 괜찮아요. 환자 중에 이런 음료를 끊으려는 분들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끊어버리는 것보다 점차 섭취량을 줄여나가는 게 쉽더군요. 다이어트 콜라를 한 잔 마시는 대신 물이나 허브티를 마시는 것부터 시작해 천천히 섭취량을 줄여나가면 돼요.”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현시점 무분별한 아스파탐 섭취가 우려된다면 장을 볼 때 제품 뒷면의 영양 정보 라벨을 점검해보자. 아스파탐을 비롯해 대체재에 속하는 페닐알라닌, 아세설팜, 사카린, 수크랄로스, 네오탐, 시클라메이트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음료 과다 섭취로 인한 체내 손상을 회복하고 세포 재생을 촉진하기 위해 산화 스트레스를 중화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시작은 아스파탐이나 다른 당류 섭취를 최대한 줄여서 독성 물질 노출 가능성을 줄이는 것. 그런 뒤 체내 항산화 물질을 늘려 체내에 아스파탐이 남긴 잔여 독소를 배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루틴이다. 유익한 항산화 물질로는 베타카로틴과 루테인을 추천한다. 케일과 시금치 같은 짙은 녹색 채소, 견과류, 씨앗류에서 나오는 성분으로 씨앗 중엔 특히 피스타치오에 루테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집중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면 해당 성분을 함유한 보충제를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단기적으론 디톡스를, 장기적으론 ‘제대로’ 먹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 이처럼 식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채우면 신체 기관이 정상화되고, 아스파탐에 의존하지 않아도 ‘웰니스’는 따라온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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