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VYP 새 기준을 만들어가는 펨테크 선구자들

2023.09.07

#VYP 새 기준을 만들어가는 펨테크 선구자들

“왜 안 돼?” 이들의 출발점은 모두 한 문장이었다. 고속 성장 중인 펨테크(Femtech) 분야에 뛰어든 6팀을 <보그>가 만났다. 이들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기술과 제품을 제공할 뿐 아니라 터부시하던 여성의 이야기를 향유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간다.

INCLUSIVITY

1998년생, 하버드 졸업생, 미국의 탐폰세 종식을 옹호하고 빈곤 여성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Period’를 설립한 사회운동가이자 작가. 하루를 초 단위로 쪼개서 살아가는 듯 다양한 곳에서 목소리를 내는 나디아 오카모토(Nadya Okamoto)는 이른바 떡잎부터 남달랐다. 여유롭지 않았던 어린 시절, 학교를 오가는 길에 만난 노숙자 여성들의 열악한 생리 환경에 분노해 수많은 단체를 만났고, 제대로 된 서비스가 없다는 현실에 통감하며 또래들과 함께 직접 단체를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겨우 열여섯 살의 평범한 여고생이 벌인 일이었다.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에는 자신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며 생리용품의 지속 가능성을 개선하기 위해 구독 형태로 생분해되는 유기농 순면 생리용품을 제공하는 ‘어거스트(August)’를 공동 창립했다. 어거스트는 여성용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 것뿐 아니라, 탐폰세를 직접 소비자에게 환원하며, 월경에 대한 명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역할까지 자처한다. 새빨갛게 물든 속옷을 입거나, 탐폰 형태의 귀고리를 착용하는 등 그녀의 거리낌 없는 행동은 간혹 못마땅한 눈초리를 받기도 하지만 ‘치부’로 여겨지던 담론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의할 수밖에 없을 만큼 영향력 있는 기업가이자 운동가로 성장했다. 여성의 월경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간주하며 틱톡, 팟캐스트, 인스타그램을 통해 터부를 깨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퍼뜨리는 그녀에겐 아직 많은 과제가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을 누구보다 즐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거스트는 빨간색으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생리의 본질을 구체화하는 것이죠. 생리혈은 부끄럽거나 민망하게 여길 대상이 아니기에 우린 기존 광고에서 흡수력의 지표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파란색 액체 대신 사실적인 빨간색을 활용합니다. 빨간 물방울은 어거스트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마스코트이기도 하죠. 월경에 대해 침묵하고, 감추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할 대상에 오명을 씌우는 행위와 마찬가지니까요.

#AskAugust를 통해 여성들과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죠. 웹사이트에서 운영 중인 #AskAugust는 월경에 대한 일종의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초경과 불규칙한 주기, 생리혈의 색, 탐폰 사용법과 분비물, 심지어 처녀성에 대한 우려까지 수없이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죠. 안타까운 점은 포털 사이트에 이런 염려를 검색하거나 털어놓을 경우 자칫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기 너무도 쉽다는 거예요. 여성들의 이런 다양한 고민과 걱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우리는 풍부한 데이터를 쌓고 있습니다. 여전히 놀라운 사실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에요.

바꾸고 싶은 것이 있어 보이는군요. 너무 많지만 여성의 건강을 둘러싼 담론에서 특히 ‘성별 포용성’은 아직까지도 부족한 개념이에요. 누군가의 월경을 곧 여성성, 생식과 아이를 낳는 능력과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그 안에는 사실 수많은 경험과 생물학적 정체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월경을 ‘여성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기본적인 건강과 웰빙 문제로 이해하며 대화하려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요.

구독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맥락인가요? 정확해요. 주도적인 월경 관리를 하게끔, 탐폰부터 나이트용, 팬티 라이너 등 개개인이 자신의 주기에 맞춰 생리용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도록 고안했으니까요.

탐폰세를 돌려준다는 점이 독특했어요. 말 그대로 생리대나 탐폰 등 여성 위생용품에 부과하는 세금이에요. 위생용품을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사치품으로 분류하는 것이니 정말 불합리하죠. 한국은 2004년에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30여 개 주가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부당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우린 소비자들이 영수증을 촬영한 사진을 받는 등 몇 가지 지침을 따르면 세금을 환급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어거스트 역시 기업이다 보니 수익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우리는 창업 초기부터 ‘대의’에 투자하고자 뜻을 모았어요. 재정적인 문제보다는 탐폰세를 궁극적으로 폐지시키고 생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뜻을 전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당신을 열정적으로 만드는 원동력은 뭔가요? 비영리단체 활동과 어거스트, 다양한 연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먼 길을 왔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이 궁극적인 힘의 원천입니다. 또한 SNS에서 공개하는 제 콘텐츠 덕분에 생리를 더 편히 여기게 됐다는 여성들의 피드백이 동기를 부여하죠.

Z세대를 공략하는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어거스트를 창립하기 직전 전국의 젊은 세대와 줌을 통해 만났어요. 또래이기 때문에 소통하기가 편안한 이점도 있었죠. 그들의 월경에 대한 경험, 주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여성인데도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요. 틈틈이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 또한 생리용품의 디자인을 섬세하면서도 더욱 선구적으로 개선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DNA기도 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명성이 곧 가장 큰 전략이에요. 6개월에서 1년 내로 생분해되는 순면 소재는 윤리적 소싱을 통해 조달합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면의 65%가 강제 노동, 유해한 농업 환경에서 재배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부터 생산 과정에 엄격한 지침을 적용했죠. 우리의 발자취를 소비자들이 추적할 수 있도록 각 생산 공정은 어거스트 웹사이트에 상세히 기록되고요.

최근 관심 있는 이슈는? 성교육 개선. 앞서 언급한 포용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선 가장 시급한 과제예요. SNS를 통해 수많은 질문을 받는데, 그러다 보면 지금 자신의 몸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는 커리큘럼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보그>와 협업하게 된다면? 제 ‘부캐’의 이름은 ‘생리 요정(Period Fairy)’이에요. 생리의 오명을 벗기고 다양한 정보를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죠. 분신과도 같은 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캠페인을 촬영해보고 싶군요. 미디어는 여성을 외롭고 수치를 느끼는 존재로 만드는 편견을 씻어낼 수 있는 매개체예요. 월경을 하는 동안 가장 아름답고, 강렬하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피사체가 된다면 많은 여성이 본보기 삼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SOLIDARITY

런던 출신 DJ이자 의료용 대마, 뇌전증 치료를 위한 사회운동을 벌이는 첼시 레이랜드(Chelsea Leyland). 최근 그녀에게 커다란 축복이 찾아왔다. 어렵사리 얻은 소중한 아기를 출산한 것. 10년간 극심한 PMS를 겪은 끝에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그녀는 몇 차례 유산까지 겪어야만 했다. 적출 수술을 권고받은 그녀는 다른 방도를 필사적으로 찾았고, 의료용 대마초와 식물, 침술, 다양한 보충제를 통해 치유의 가능성을 보았다. 이렇다 보니 자신처럼 자궁내막증을 발견하기까지 생리 전 증후군으로만 고통을 간과하던 여성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골드만삭스에서 의료 및 소비재 투자에 경험을 쌓은 사업 파트너, 타티아나 스틸(Tatiana Steel)과 함께 월경 건강 브랜드 루니(Looni)를 지난해에 론칭했다. 처음 공개한 제품은 그녀가 자궁내막증 완화 효과를 본 식물성 성분을 배합한 보충제, ‘밸런스 빔 무드 콤플렉스(Balance Beam Mood Complex)’. 산부인과 의료진과 기능 의학 전문가들이 개발에 직접 참여한, 생리 주기의 호르몬 변동을 조절하고 증후군을 개선하는 일일 보충제다. “여성을 괴롭혀온 것들, 이를테면 유산과 자궁내막증, 분비물, 생리 중 성관계 등에 대한 접근 가능한 대화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경악했어요. 여성 고객에게 제품뿐 아니라, 교육과 커뮤니티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죠.” 첼시의 말처럼 루니는 브랜드인 동시에 월경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공유하고, 여성 개개인을 연결 짓는 플랫폼의 기능을 한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군요. 자궁내막증 진단과 자궁 외 임신, 유산 경험은 큰 시련이었지만 결국 오늘날 저를 만든 밑거름이기도 하죠. 생리 주기와 연관된 여성의 불분명한 호르몬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안겨줬고, 동시에 모든 일의 중심에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어요. 그렇게 루니라는 브랜드가 탄생했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더없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어요. 제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마주해야 했던 순간들과 견뎌야 했던 고통, 힘든 일들이 지금의 여정을 좀 더 달콤하게 즐기게 한다고 할까요?

‘밸런스 빔 무드 콤플렉스’의 원리를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생리 주기는 우리 건강의 귀중한 지침이에요. 루니는 그 자연스러운 리듬에 융화되고 친밀해지도록 지식과 도구를 제공하죠. ‘밸런스 빔’은 월경 직전의 갈망, 감정 변화 등의 PMS 증세 완화를 돕는 일일 보충제로, 코르티솔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세로토닌 생성을 증가시켜 호르몬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바로잡는 것이 공식입니다. 비타민 B6,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L-테아닌, 세로토닌 수치를 높이는 식물성 성분과 긴장을 완화하는 아르니카를 함유하고 있죠.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불안 증세로 약물을 처방받은 고객이 있었어요. 우울감은 약물 효과로 억눌렀지만, 내내 머릿속에 먹구름이 가득 낀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밸런스 빔’을 섭취하고 나선 생리 직전의 그런 증세가 자연스럽게 해소됐다고 했어요. 뇌 흐림 증세도 일부 사라졌고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클 새니티(Cycle Sanity)’를 운영 중이죠. 유산을 경험한 직후, 왓츠앱(WhatsApp)에 설립했던 불임 지원 그룹으로부터 출발한 플랫폼입니다. 이 공동체가 아니었다면 제 인생의 가장 극심한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거예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사이클 새니티의 목표는 회원들이 여행 중이거나, 어느 곳에 있든지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자궁내막증, 불임 등의 만성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대화가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도록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특정 주제에 대한 주간 채팅을 운영하고, 의료 전문가와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제공하죠.

<보그> 오디언스에게 흥미로운 토픽을 하나 공유해준다면? 최근 우리는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수면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벌였어요. 평균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20분가량의 수면을 더 필요로 하거든요.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훗날 여성 웰니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요.

몇 달 전 ‘푸드 디너(The Füde Dinner)’라는 파격적인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죠. 엄선된 참가자들이 나체 또는 반나체로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뉴욕의 행사였습니다. 호르몬 균형을 돕도록 섬세하게 짜인 채식 코스로 진행됐죠. 내적 리듬을 인지하고, 신체를 비성별화하는 우리의 가치관과 일치해 협업하게 됐어요. 춤을 추고, 이야기를 공유하며 웃고 울고, 가장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격려하고 축하했어요. 2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세대 여성의 관점을 듣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실타래로 서로에게 연결된 것 같았죠.

루니의 인스타그램(@my.looni)에선 생리혈이 묻은 속옷, 생식기나 혹의 모양 등 노골적인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는 금기를 다루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실상 콘텐츠를 확인하면 더없이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골적’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이런 주제를 그간 금기시했기 때문이에요. 이미지를 통해 여성 건강을 둘러싼 사람들의 수치심을 해체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죠.

여성 헬스케어는 진보하고 있나요? 생리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오명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무심코 착각하는 순간이 있어요. 하지만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인으로서 살펴보면, 여전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정액이나 정자에 대해 1만5,000개의 연구가 존재하는 반면 월경에 대한 연구는 단 400여 개에 불과해요. 갈 길이 멀죠. 우리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여성이 당연하게 여기고 감수하는 ‘생리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관념입니다. 월경은 고통스럽지 않아야 해요. 불편한 증세를 겪고 있다면 해결하고, 내 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제품 카테고리를 무분별하게 늘리기보다는 마땅히 받아야 할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하고, 여성 내면의 직관을 열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예요.

SUSTAINABILITY

핑크, 그린, 쨍한 색감으로 꾸며진 인스타그램을 얼핏 보면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착각하기 쉽지만 알록달록하게 꾸민 손끝으로 들고 있는 건 바로 하얀색 탐폰이다. 얇지만 흡수력은 높인 생리대, 손에 쏙 감기는 사이즈의 생리컵과 티셔츠, 양말, 파우치 등의 굿즈까지. 미국의 여성 헬스케어 브랜드 비브(Viv)는 패키지와 제품 라인업으로 ‘젠지’의 취향을 사로잡고, 지속 가능성을 비전으로 삼으며 소비자와 소통한다. 보스턴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비브의 공동 창립자 케이티 디아스티(Katie Diasti)는 캠퍼스에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학생들, 주기적으로 봉사 활동을 하던 여성 전용 쉼터의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생리대를 나눠주곤 했다. 그리고 4학년 마지막 학기에 여성용품과 친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마침내 자신만의 브랜드를 설립했다. 내분비 교란 물질과 다이옥신, 퓨란과 같은 발암 물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이 종종 함유된 전통적인 생리대를 대체하는 비브의 생리용품은 전부 ‘플라스틱 프리’. 성장은 빠르고 물을 적게 활용해 유기농 면화보다 환경 친화적이라고 평가받는 대나무 소재를 비롯해 인체에 무해하고 자연에서 분해되는 식물성 성분만 적용했다. 지속 가능성과 함께 비브가 내세우는 가치는 바로 ‘친근함’. 여성들이 월경을 거북하거나 민망한 주제로 여기지 않도록 생리 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아는 언니, 친구가 얘기해주듯 쉽고 친숙한 방식으로 전달한다. SNS 채널을 통해 그녀와 비브의 공동 창립자 켈리 도너휴(Kelly Donohue)는 생리컵과 탐폰 사용법, Y존 건강 관리 노하우를 활발히 전달하고 있다. 비브의 슬로건은 바로 ‘Viv for Your V’. 우리 여자들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생식기를 위한 진정성을 담아낸다.

틱톡 채널에만 80개 이상의 튜토리얼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바이럴된 영상은 400만 이상의 시청 횟수를 기록한 탐폰 삽입 방법이었어요. 초경을 시작하거나, 일회용 생리대의 대체품을 찾던 사람들은 우리 영상을 보면서 ‘이렇게 쉬웠다고?’ 놀라움 가득한 반응을 보냈죠. 생리컵 사용법을 담은 영상의 인기도 뜨거웠고요. 처음엔 이런 시도가 젊은 세대에게 먹힐지 반신반의했지만, 이제 그들에게 어떤 콘텐츠가 필요한지 확신을 얻게 됐습니다. 정제된 글과 자료 화면으로 천편일률적인 성교육을 하는 건 의미가 없어요. 자신의 신체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월경 주기를 더 나은 방식으로 보낼 수 있도록 Z세대의 호기심부터 자극해야 해요. 생리는 그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아니니까요.

당신을 움직이게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존 생리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불친절했습니다. 성분과 소재에 대해선 불투명했고, 그것들이 폐기되면 어디로 가는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죠. 고리타분한 디자인과 TV 광고로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비협조적이고 비윤리적인 기존 마케팅 관행을 우리 세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800년이 아니라 150일 만에 자연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생리대를 통해 약 287kg의 이산화탄소와 255g의 플라스틱, 2,000리터 이상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자 우리는 사명감에 불탔어요. 생리용품의 성분, 플라스틱 폐기물, 접근성, 포용성까지 모두 개선한, 여성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브랜드를 꿈꾸게 됐죠.

통통 튀는 디자인도 사랑받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공동 창립자인 켈리의 아이디어였어요. 그녀는 정말 창의적인 데다 그래픽 디자인이나 UI 디자인을 독학으로 깨우칠 만큼 능력이 뛰어나요. Z세대가 좋아할 법한 디자인이되 지속 가능성의 메시지를 담고, 생리용품의 목적성은 잃지 않는 그 경계선을 잘 유지했죠.

잊지 못할 한마디가 있다면? 언젠가 때가 되면 딸과 함께 비브의 생리대를 공유하고 싶다는 한 젊은 엄마의 후기가 떠오르는군요. 최고로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그 마음은 꼭 엄마가 아니더라도, 모든 여성이 공감하는 감정 아닐까요? 우리가 담은 진정성을 알아봐주는 것 같았어요.

여성의 연대감은 왜 중요한가요? 우리가 끊임없이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유입니다. 여성 헬스케어 산업은 아직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요. 여성용품 산업에 몸담고 있는 우리와 자신의 고민을 공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불어넣는 여성 고객, 더없이 부족한 여성 건강에 대한 연구를 빠르게 쌓아가는 의료진과 건강 코치들, 계몽적인 메시지를 전파하는 사회운동가들까지 모두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그 연대를 통해 뒤처진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죠. 올가을에는 오프라인 캠페인을 개최해, 크리에이터들과 비브 커뮤니티가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어요.

그 이벤트에서 다루고 싶은 이슈는? 사이클 싱킹(Cycle Syncing). 월경 주기에도 4단계가 있어요. 메이크업이나 스킨케어 루틴을 구성하는 것처럼 이 주기에 따라 호르몬 상태를 살피면서 직접 운동 프로그램을 짜보았는데, 실제로 집중력이 좋아지고 평소보다 에너지도 넘치더군요. 오랜 시간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지식은 대부분 남성호르몬 패널을 기반으로 해요. 실상 수많은 오류를 품고 있는 것이죠. 여성의 몸은 한 달 동안 네 번의 주기에 따라 변하고, 수많은 유동성을 갖고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면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질 거예요. 월경은 한 달간 우리가 스스로의 몸을 어떻게 대했는지, 자신을 되돌아보는 가장 좋은 지표입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지금 내 몸 상태가 괜찮은지를 알아볼 수 있죠.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월경 주기를 보내는지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해요.

롤모델이 있다면? 나의 어머니. 이집트 출신의 이민 1세대이자 미혼모로 저를 기르며 동물병원을 운영한, 제가 아는 가장 강한 여성 중 한 명입니다. 여성의 삶에 힘을 실어주고, 개선할 수 있도록 힘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동기를 제게 부여했죠.

크롭트 재킷은 렉토(Recto.), 와이드 팬츠는 컴젠(Comgen).

EXAMINATOR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021년 앱을 통한 비대면 성병(STD) 검사 서비스를 우리나라에 처음 공개한 체킷(cheKIT)은 단숨에 떠오르는 펨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산부인과 가는 일이 숙제처럼 여겨질 때가 많죠. 좋은 병원, 의사를 추천받고 싶지만, 아주 편한 친구 사이가 아니면 물어보기도 조심스럽고요.” 박지현 대표의 첫 아이디어는 여성의 속사정을 정확히 겨냥했다. 생명공학 박사과정을 밟던 김준혁 이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병원에 가야만 받을 수 있던 질염, 성병 검사와 동일한 키트를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 앱을 통해 전문의와의 진료를 연결했다. 의료 기관이 아닌 기업체가 진단부터 결과까지 전달하는 의료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던 국내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팬데믹 때 일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체킷은 무수한 허들을 넘어야만 했다. 특정 발언이 정치적으로 활용될까 인터뷰 답변을 여러 차례 검수하고, 각종 협회와 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갈등을 빚는 일이 부지기수. 결국 지난 6월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의 계도 기간이 끝나며 성병 검사 서비스를 운영하던 앱을 종료하게 됐지만, 이들은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고 말한다. 체킷이 현재 선택하고 집중하는 분야는 바로 ‘질 미생물 검사’. 체킷을 운영하면서 데이터에서 발견한 건 중한 성병보다도 여성의 질염에 관한 고민이 상당하는 사실이었다. 만성 질염의 경우 1년 내 재발률이 무려 약 70%. 병원에서 처방되는 항생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균은 물론, 질 내 유익균까지 함께 죽이는 것이 원인이다. 그리하여 체킷은 여성의 질 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검사를 통해 질 타입, 맞춤형 질 유산균을 추천하고, 궁극적으로는 질염 예방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전환하게 됐다. 이제야 나아갈 뚜렷한 방향을 찾게 됐지만 체킷의 목표는 처음에도 지금도 단 하나였다. 바로 여성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AI 서비스를 기획하는 스타트업에 다니다 체킷을 론칭했습니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핵심을 찾는 일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직접 산부인과를 방문해 성병 검사를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시작하게 된 서비스지만 막상 뛰어드니 상상하던 것보다 더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였어요. 명백히 ‘검사’라는 의료 관련 행위가 포함돼 있으니까요. 사실 의료의 제1가치는 ‘안전’이라고 생각하고, 그 가치는 무엇으로도 훼손되지 않아야 해요. 온라인, 비대면이 주는 편리성을 결코 우선시할 수는 없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효용과 안전을 동시에 줄 수 있어야 하지만, 미성숙한 단계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남용될 위험성도 있고요.

‘질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비대면으로 질염을 진단받는 경우 거의 모든 종류의 항생제를 처방받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 몸의 미생물 환경이 무너지고, 항생제를 중단했을 때 재발 위험도 높아지죠. 실제로 체킷을 이용하는 질염 환자의 서비스 활용 주기가 계속 짧아지기도 했습니다. 질 내부도 결국 점막이기에 구강이나 피부, 장처럼 수천, 수만 가지 미생물 환경이 면역력을 좌우해요. 하지만 질 미생물은 우리 몸에서도 조금 독특한 특성을 띱니다. 수천, 수만 가지 미생물의 밸런스가 주요한 다른 기관과 달리 질 미생물은 특정한 한 가지 유산균이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지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죠. 질 유산균을 섭취하면 몸에 좋은 줄 알고 있지만 그것의 성분이나 작용까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합니다. 질 타입과 현재 어떤 균이 분포돼 있는지, 질 내 환경을 수치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질염은 예방될 수 있어요. 그런 의도로 이 유산균 환경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고요. 결과지는 간편하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전송한 뒤, 그에 맞는 유산균 추천까지 연결하죠.

질 유산균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다면? 질 내에 삽입하는 주사기 형태의 유산균 제품이 간혹 있는데, 이런 제품은 반드시 의료 기기 인증을 받은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에센스’ ‘앰플’ 등의 이름으로 화장품처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데 까다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제품을 직접 개발할 계획은 없나요? 무엇이 ‘진정’ 여성에게 좋은 것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아직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제품군을 확장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현재는 질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와 유산균 추천에 국한돼 있지만 나아가서는 외음부 세정제, 생리대, 콘돔과 같은 피임 도구 등 정말 우리에게 꼭 맞는 제품 카테고리를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여성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명확하게 좋은 성분과 활용법이 발견되면, 그땐 제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겠죠.

질 건강을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펨테크 산업이 세계적으로 발달한 미국에선 ‘홀리스틱 케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여성의 질이라는 한 기관에 집중하기보다는 전반적인 건강을 살피는 것이죠. 유독 분비물이 많거나, 피부에 트러블이 일어나거나, 체중이 늘어나는 건 하나하나의 독립적인 증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성은 호르몬 주기가 드라마틱하다 보니 이 모든 증세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커요. 피부가 거칠어졌으니 피부과 치료를 받고, 질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항생제를 처방받는 메커니즘이 아니라, 여성 삶의 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질 또한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어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해봐도 좋겠군요. 실시간으로 미생물 환경 변화를 추적해보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먹는 음식, 주기적인 운동, 작은 생활 습관, 받는 스트레스에 따라 질 내 환경은 다채롭게 변화하는데 이런 사례를 직접 보여주면 더없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탐사대를 주제로 한 영상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했어요. 여성용품이 점차 늘어나고 다양해지는 추세인데, 어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좋은 것인지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예로 든다면? ‘질 세정기’ 파헤치기. 주사기 형식으로 질 내에 물을 넣어 남은 생리혈을 씻어내는 용도인데,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선 정확하지 않아요. 우리 몸이 잔혈을 갖고 있는 것이 ‘안 좋은 것’이라면, 억지로 내보내도록 모든 생명체는 진화했을 거예요. 아직까지도 월경이 불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인식을 노린 ‘씻어낸다’는 표현이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지만 어차피 우리 몸에서 나오는 소변과 혈액은 전부 ‘무균’ 상태예요. 반드시 사용하겠다고 판단한다면 의사와 상담해보길 권장합니다.

펨테크 산업의 미래를 점쳐본다면? 미국에서 질 마이크로바이옴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 기업은 ‘젠더 갭을 줄이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남성 위주의 의학 시스템에 대한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이죠. 결국 펨테크 산업이 완연하게 성장했을 때, ‘펨테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모든 산업에 녹아 들어가는 것이죠. 뷰티, 웰니스의 한 영역으로요. 지금은 우리의 서비스가 독특해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일상적인 분야가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여성에게는 인지적 공감 외에도 정서적 공감이 중요해요.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죠. (VK)

포토그래퍼
이예지
헤어
이혜진
메이크업
백은영
스타일리스트
노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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