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프라다 모드
프라다 모드 서울이 인사동에 당도했다. 이숙경 큐레이터를 필두로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은 그곳에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생경한 공간에서 이틀 동안 한가득 실어 나른 이야기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인사동 코트(KOTE)에서 9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펼쳐진 ‘프라다 모드 서울(Prada Mode Seoul)’.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김지운 감독이 대담 시간에 최신작 <거미집>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가 유난히 달가웠다. 이달 <보그>에 영화 <거미집>의 송강호,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의 단체 화보가 함께 실려서이기도 하지만 그가 만들고자 한 영화가 개인적인 취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닌 여러 캐릭터가 끊임없이 부딪치는 영화입니다. 모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앙상블 코미디에 도전했다는 점이에요. 우리나라에도 <돈 룩 업>처럼 연기 선수들이 아주 재미있고, 고급스럽고, 우아하게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플레이어의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천만 영화처럼 꼭 대폭소를 유발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요.” 왓챠피디아가 분석한 내 영화 선호 태그는 ‘연기력’과 ‘관계’다. <12명의 성난 사람들> <더 파티> <결혼 이야기> <맬컴과 마리> 등 화려한 스펙터클이 없어도 완벽한 완급 조절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화려한 ‘말 연기’를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프라다 모드 서울에서의 시간은 그런 순간의 연속이었다. 영화에 대한 대화의 장에서 나는 쉽게 공감하고, 기꺼이 설득당했으며, 낯선 생각은 최대한 즐겁게 곱씹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계속 이어지던 말, 말, 말이 귓가를 기분 좋게 간지럽혔다.
패션, 예술, 미식,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콘텐츠로 무장한 프라다 모드는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가 느껴지는 장소에서 펼쳐지는 일종의 이동식 소셜 클럽이다. 설치 예술가 카르슈텐 횔러(Carsten Höller)가 기획한 프라다 더블 클럽(2008/2009년 런던, 2017년 마이애미)에서 시작해 현대 문화 시리즈로 발전했으며 마이애미, 홍콩, 런던, 파리, 상하이, 모스크바, 로스앤젤레스, 두바이, 도쿄에 이어 10번째로 서울에 상륙했다.
프라다와 긴밀히 교류하며 이 쇼를 완성한 이숙경 큐레이터는 가장 먼저 장소를 고민했다. “프라다와 기획 초기에 쌓은 공감대는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문화적 특성에 주목하자는 것이었어요. 1964년 가구 공예품점으로 출발한 코트는 최적의 무대였죠. 조선 시대의 행정 중심, 산업화 시대의 구도심, 관광 중심지 등 다양한 핵심적 기능을 도맡아온 종로와 인사동이라는 장소성을 지니면서도 1970~1980년대 건축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골목과 정원 같은 공동체적 공간이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개별 공간을 연결해준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끊임없는 소통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이탈리아 소도시의 뒷골목이 연상되는 좁은 길을 헤집고 마침내 코트에 당도한 사람들은 한자리에 긴 시간 머무는 법이 없었다. 전시장, 영화관, 공연장, 대담장, 테라스, 레스토랑, 칵테일 바 등 목적과 기분에 따라 공간을 끊임없이 오고 갔다. 강의 시간에 맞춰 이 건물 저 건물을 바삐 오가는 대학생들처럼.
2009년 미우치아 프라다는 일찍이 서울 경희궁을 무대로 ‘프라다 트랜스포머(Prada Transformer)’라는 이름의 크로스 컬처 프로젝트를 펼친 적이 있다. 느릿느릿 회전하며 패션, 영화, 미술에 대한 전시를 선보이는 거대한 사면체 구조물은 쇼의 핵심이었다. 패션과 예술을 아우르는 선구적 이벤트를 벌인 미우치아 프라다는 당시 <보그>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며 스스로에게 일침을 가했다. “중요한 건 건축물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뭘 갖다놓는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는 거죠. 그걸 갖고 뭔가 변형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프라다)의 예술적 취향과 관심을 드러내는 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전 세계를 무대로 삼는 획기적인 크로스오버로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동시대 및 지역 예술가와 벌이는 열렬한 대담에 일반 관객을 끌어들임으로써 한층 강력한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싶어 했다. 1993년 탄생한 예술 재단 ‘프라다 폰다치오네’가 아티스트의 은밀한 수장고를 넘어 현대 예술의 허브로 거듭난 비결이다.
테이트 모던을 거쳐 최근 광주비엔날레 예술 총감독으로 활약한 이숙경 큐레이터는 프라다의 예술적 비전에 누구보다 깊이 공감했다. 마침 영국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되며 미술관이라는 시민적 공간이 어떤 사회적, 문화적 역할을 이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선언한 차였다. 그는 프라다와 함께 ‘무엇이 현재의 한국 문화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질문했고, ‘영화’를 축제의 키워드로 삼았다. “다양한 예술적 시각과 창작의 동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종합 예술 장르인 영화가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대중음악, 미식 문화, 드라마 등 K-컬처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한국 영화는 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가 지닌 대중적인 현실주의가 글로벌 문화권에 일으킨 파동이 엄청나요.” 이어 그는 김지운, 연상호, 정다희 감독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공교롭게도 모두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세 감독은 서울에 대한 각자의 기억과 인상을 담은 공간 예술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감수성과 세계관이 따로 또 함께 평행 우주를 이룬다는 뜻에서 ‘다중과 평행’이라는 전시명이 낙점됐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다른 세대적 감수성을 지닌 세 감독님의 작업 세계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모두 한국의 리얼리즘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정치성과 예술성에 과하게 치우치지 않은 창작자들이기도 하죠.”
집안 대대로 서울 토박이인 김지운 감독은 추억을 되새김하는 데서 출발했다.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이 많은 서울에서 그리운 과거를 하나씩 떠올렸다. “어릴 때 뛰놀던 골목길, 열 많은 청년 시절 마음의 불을 잠시 달래주거나 어리숙한 우정을 쌓아가던 포장마차, 생각만으로도 신나는 왁자지껄한 동네 시장을 떠올리다가 유년 시절 집 앞에 놓여 있던 평상에서 생각이 멈췄습니다.” 흩날리는 쪽빛 모기장과 대나무 돗자리, 건조대에서 흐뭇하게 말라가는 홍고추, 놋그릇이 정겨운 분위기를 드리우는 가운데 곳곳에 놓인 평상이 눈에 띄었다. “평상에 얽힌 추억이 참 많죠. 잠시 쉬거나 꿀맛 같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먹고, 마시고,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화투를 치기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밤하늘의 별을 세고 매번 달라지는 달의 모양을 올려다보던 공간이었습니다.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잠시 들러 동네 경조사와 대소사를 풀어놓으며, 음식을 차려놓고 이웃을 불러 모으며, 이 자그마한 평상 위에서 동네 전체가 하나의 견고한 공동체가 되던 기억이 있어요. 평상은 사랑방이자 동네잔치가 열리는 장이었으며 자발적인 커뮤니티 공간이었습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라고 이름 붙인 김지운 감독의 설치 작품은 프라다 모드 서울에서 유난히 대화가 들끓었던 장소다. 소중한 옛사랑을 떠올리게 만드는 짧은 영상을 응시하며, 추억을 상기하는 소품에 눈길을 주며, 막걸리와 옛날 과자를 곁들이다 보니 대화는 쉽게 무르익었다.
평상이라는 공간을 통해 ‘사라지지 않았으면’ ‘잊지 않았으면’ 하는 서울의 면면을 포착한 김지운은 영화를 만들며 스스로에게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상기하곤 한다. “좋은 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담긴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서 더 나빠질 수 있었던 제 자신이 그러지 않고 무사히 여기까지 왔다는 고마운 마음이 있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관습적인 사랑은 모든 걸 앙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받은 위안과 꿈을 잊지 않기 위해, 무뎌지는 감각과 타성을 계속 점검하면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갈 겁니다.” <장화, 홍련>(2003),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악마를 보았다>(2010), <밀정>(2016) 등 장르도, 주제도, 미감도 전부 다른 그의 영화는 그런 의지로 완성한 세계였다.
애니메이션 감독 겸 제작자 정다희의 공간 ‘종이, 빛, 유령’은 상상 속 세계를 비춘다. 그는 코트의 도서관 공간(내면의 서재)을 세 구획으로 나누어 전시를 꾸몄다. 어둑한 2층 공간을 맨 처음 밝히는 수십 개 패널은 공간 깊숙이 침투할수록 조금씩 달라지는 그림을 보여주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스펙트럼이 끝나는 지점에 설치된 네 개의 커다란 스크린은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데뷔작 <의자 위의 남자>(2014)와 <빈 방>(2016)을 비롯한 정다희의 작품을 비추며 그의 세계관을 한층 명징하게 드러낸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림 속 남자와 그 남자를 그린 작가. 그 기묘한 관계를 다룬 <의자 위의 남자>처럼 정다희는 뭉근한 감정을 끌어안은 채 사색하기를 즐기는 캐릭터를 창조해왔다.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작품의 화두로 삼곤 해요. 주관적인 시간과 시간의 상대성에 특히 관심이 많죠.” 스크린을 지나 마침내 이르게 된 세 번째 공간에서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거대한 형상의 ‘의자 위의 남자’와 맞닥뜨린 관객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그의 사색에 동참하게 된다. “평소에는 영화관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작품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관객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며 제 이야기에 녹아들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어떤 자세와 방식으로 제 작품을 감상할지 궁금해하면서 즐겁게 공간을 꾸민 기억이 납니다.”
관객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 프라다 모드 서울은 정다희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물했다. “프라다가 각 도시의 문화를 정말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낯선 예술가를 따뜻하게 존중해준다고 느꼈습니다. 또 행사가 하나의 성격으로 굳어진다거나 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전시, 설치, 미식, 공연, 상영, 파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적극성에도 예술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작품을 만들 때 시간과 속도에 골몰하는 태도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인 서울이 자신에게 남긴 인장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 작품 <움직임의 사전>(2019)에는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다양한 캐릭터와 식물, 동물, 사람이 등장해요. 각자가 경험하는 시간성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꾸준히 생각해보게 된 데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미친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코트에 맨 처음 입성했을 때, 연상호 감독은 건물 뒤로 보이는 공사장과 그것을 어설프게 막고 있는 합판에 눈길이 갔다고 증언했다. “어떤 것의 이면을 많이 보거든요. 서울에도 그런 이면이 많아요. 애니메이션 <서울역>(2016) 역시 그런 지점에 주목해 만든 이야기였어요. 왕성한 이동이 벌어지는 서울역에 버젓이 존재하는 노숙자들과 그들을 애써 모르는 척하는 서울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표현했죠. ‘알 박기’도 참 흥미로운 서울 풍경이에요. 조그만 집 하나와 그 집을 빼앗는 데 실패한 큼지막한 건축물이 결국 불편한 공존을 이루어가는데 그런 충돌과 어색한 접합이 참 재미있어요.”
폭력, 사이비 종교, 심판, 통제 불능 사태 등 한국 사회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두려움을 포착해온 연상호는 서브컬처를 사랑한다.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매력이 있어요.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건 사회 문화가 풍성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위문화, 비주류는 곧 개성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시대를 만난 건 콘텐츠 창작자로서 굉장한 행운이죠.”
화려한 K-팝 무대와 드라마를 넘어 ‘진짜’ 한국 사회의 이면이 궁금한 외국인에겐 그런 연상호의 작품이 각별히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혹은 도시공학적으로 미관상 가려질 필요가 있는 것들을 집요하게 끄집어내는 성향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발동된 기질이었다. 공업단지 근처의 음습한 분위기 속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독산동, 극심한 빈부 격차를 경험한 논현동, 지금은 근사한 공원이 됐지만 당시만 해도 난지도에서 흘러나온 폐수가 코를 찌르던 수색, 프라다 모드 서울 이전에 대학 친구들과 자주 가던 피맛골이 있었던 인사동 등 서울 곳곳에서 그는 항상 무엇이든 예민하게 감지했다. “촬영할 때도 낯선 장소를 많이 찾아다녀요. 그러다 아주 초현실적인 공간을 맞닥뜨리면 기록을 해두죠. 최근에는 대전의 폐업한 나이트클럽을 방문했는데 옥상에 남자 소변기 하나가 덩그러니 있더라고요. 너무나 이상하죠? 이 위치에 도대체 왜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문도 참 많은데 그런 기이한 공간이나 구조물이 참 흥미로워요.”
<기생수: 더 그레이> <선산> <지옥 시즌 2>까지, 총 세 작품이 내년 공개를 앞둔 가운데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연상호 감독은 프라다의 초대에 즐거이 화답했다. “<지옥>을 함께 집필한 최규석 작가랑 맨 처음에 이 이야기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웹툰으로도 나오고, 배우들과 함께 드라마로도 만들고, 이번에는 프라다 모드 서울을 통해 전시 형태로 <지옥>의 세계관을 선보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믿음직한 동료 진혜정 미술감독과 함께 연상호는 <지옥>에서 주인공 ‘정진수’가 살던 미스터리한 고시원을 설치 작품 ‘지옥’으로 구현했다. 고시원이라는 일상적 공간을 무대로 그는 관객이 복도 끝에서 ‘정진수’의 시신 잔해를 마주하도록 이끌며 비일상적 체험을 선사했다.
자신만큼 유쾌한 패널인 양익준 배우, 조영각 프로듀서와 함께 대담도 이끌고, 김기라 작가의 ‘잔치’ 퍼포먼스도 즐겁게 만끽한 연상호는 프라다 모드 서울에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를 떠올렸다. “극 중에서 등장하는 뱀파이어 알망드(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운영하는 극장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생경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파티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새까만 옷을 입고 있기도 했고요(웃음).”
2009년 서울에서 열린 프라다 트랜스포머 영화제에 참석한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감독은 당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의 본질은 공동체적 경험에 있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지운 감독은 14년 뒤 열린 프라다 모드 서울에 평상을 늘어놓고 공동체의 결속과 우애를 다졌다. 패션과 영화, 예술이 하나 된 시간. 이숙경 큐레이터는 이런 문화적 싱크홀이 앞으로 더욱 자주 출현할 거라 믿는다. “패션은 예술, 산업, 마켓의 접점에서 창조성과 표현성의 다양한 폭을 열정적으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관습적으로 ‘순수 예술’이라 통칭해온 여러 예술 분야가 탈매체적 경향을 취하면서 앞으로 패션과 새롭게 조우하는 분야는 더 많아질 거라 기대합니다.” 덩달아 이야깃거리는 많아질 것이다. 프라다 모드가 당도하는 곳마다 이야기 열매가 주렁주렁 맺힌다. (VK)
- 사진
- 이예지, COURTESY OF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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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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