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유태오와 나눈 패스트 인터뷰
치열한 예매 경쟁을 부추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기대작 <패스트 라이브즈>가 눈시울을 붉히며 뜨겁게 관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넘버 3>(1997) 송능한 감독의 딸로 알려진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이죠. 2023 선댄스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국내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애틋한 어린 시절을 공유하고 각각 서울과 뉴욕에 떨어져 성장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패스트 라이브즈>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 직후 박수 세례를 받았는데요. 환대에 감사를 표하며 무대에 등장한 유태오는 아쉽게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함께하지 못한 셀린 송 감독과 ‘노라’ 역을 맡은 그레타 리를 대신해 관객의 질문에 직접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죠.
<패스트 라이브즈>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미국 매니저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았고,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했다. 셀프 테이프를 보내고, 줌 오디션도 봤다. 즉흥연기를 포함해 무려 3시간이나 연기를 해야 했던 녹록지 않은 오디션이었다. 가진 건 자신감뿐이었는데 감독님이 내 매력을 알아봐주셔서 기뻤다.
영화에 등장하는 노라(그레타 리), 해성(유태오), 아서(존 마가로), 사랑에 대한 세 인물의 접근 방식 중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한 것은?
노라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아서와 닮은 편인 것 같다. 나도 결혼한 사람이고, 배우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하고, 아내와 인생에 대해 토론하고 철학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잘 못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는지.
늘 고민이다. 특히 해외 영화에 출연할 때는 그런 부분이 영어에 어눌한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겨냥하지 않도록, 패러디로 비치지 않도록 신경 쓴다. 로맨스물인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는 리얼리즘과 진심이 담겨 있으면서도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도록 주파수를 섬세하게 조율해 연기했다.
꽤 열린 결말을 지닌 영화다. 해성의 마지막 대사, “우리 다음 생에 만나자”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노라와 해성이 다시 만나게 될 거라 믿나?
영화 속편을 기대하는 질문으로 들린다(웃음). 사실 이 영화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님은 해성과 노라 같은 관계에 놓인 상대와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걸 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해성과의 싱크로율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나는 해성보다 자유분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얽매인 감정에서 비롯되는 눈빛과 제스처, 말투를 잘 표현하기 위해 해성을 믿고 연기했다. 연기의 기술과 관점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한 작품이었다. 작품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연기하며 의견을 낸 부분이 있다면?
셀린 감독님은 치밀한 작가다. 이미 너무나도 완벽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내 의견을 건넬 여지가 거의 없었다(웃음).
인연을 믿는지.
믿는다.
노라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무 답장도 하지 않던 해성이 시간이 한참 지나 뉴욕으로 향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했나?
마지막 밧줄에 매달린다는 심정으로 이해했다. 영어로 ‘Closure’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은데, 한국말로 하자면 ‘매듭짓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이다. 첫사랑 노라와의 인연은 매듭지어야 할 해성의 마지막 버킷 리스트였다.
코로나19가 극심하던 시기에 촬영하느라 고충도 컸을 것 같다.
제작사 A24에서 온갖 안전 조치를 취한 환경에서 아주 제한적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커다란 버블 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아침마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고 20분 뒤 결과를 받고 나서야 촬영장에 입성할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차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캐릭터에 몰입하기엔 훌륭한 환경이었을지도 모른다(웃음).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신도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후반부에서 연출적으로 당연히 감독님이 애틋한 음악을 삽입할 거란 예감이 드는 신이 있었다. 그런 상상을 하니 여운이 크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노라와 아서가 침대 위에서 실제 남편과 아내가 나눌 듯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배우의 힘을 느꼈다. 두 사람의 연기가 정말 섬세했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한마디 건넨다면?
오랜만에 잔잔하고 좋은 멜로에 출연해 관객을 만나고, 더군다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참 운이 좋다고 느낀다. 사랑할 때 누군가는 사랑을 많이 주는 편이고, 누군가는 사랑을 많이 받는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 안에서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그게 인생이다. 많이 사랑받고, 그만큼 많은 사랑을 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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