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58인이 말하는 2024 S/S 컬렉션
2024 S/S 시즌이 전한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유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고, 옷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집중한 이도 있었습니다. ‘다음 트렌드는 무엇일까?’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내놓은 디자이너도 물론 보였죠. 오늘만큼은 <보그>가 아니라, 컬렉션을 구상하고 현실화한 디자이너들이 마이크를 쥐고 있습니다. 2024 S/S 컬렉션을 마치고, 디자이너 58인이 각자의 컬렉션에 대해 남긴 말을 모았습니다.
프라다의 미우치아 프라다
“이념과 견해에 관한 이야기는 지겹습니다. 이제 옷 이야기 좀 합시다.”
생 로랑의 안토니 바카렐로
“‘아무것도 없는’ 옷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장식이 달린 복잡한 옷이 너무 많죠. 불필요한 것은 모두 덜어내고 백지상태에서 정말 필요한 것만 더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생 로랑을 위한 새로운 챕터죠.”
샤론 워숍
“뭐든 또렷한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소비자 역시 옷을 어떻게 입으면 좋을지 알고 싶어 하죠. 럭셔리라고 늘 지나칠 필요는 없습니다.”
피터 도
“어른을 위한 옷을 만들고 싶습니다.”
구찌의 사바토 데 사르노
“제 옷장을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사랑하지만, 그간 구찌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아이템을 선보이고 싶었거든요.”
와이/프로젝트의 글렌 마르탱
“‘웨어러블’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했습니다.”
드리스 반 노튼
“익숙하지 않지만 익숙한… 모두 알고 있는 아이템을 특별하고 조금은 이상한 방식으로 제작했습니다.”
로에베의 조나단 앤더슨
“제가 원한 반응은 “분명 옥스퍼드 셔츠와 데님일 뿐인데, 왜 이상하게 느껴지지?”였습니다. 컬렉션 전체가 전복적이지만, 극단적이지는 않죠.”
아페쎄의 장 투이투
“사람들은 현실적인 것을 원해요. 모두 평이한 옷을 선보이는 만큼, 조금이라도 ‘다른’ 컬렉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아페쎄처럼 긴 역사를 지닌 브랜드는 평범한 옷이라도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팔로모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고메스 팔로모
“패션과 트렌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추악한 세상과 다른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곤 합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해요.”
JW 앤더슨의 조나단 앤더슨
“일상적이고 따분한 것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는 것.”
제이슨 우
“불완전함을 포용하고 싶었습니다.”
발렌시아가의 뎀나
“나는 나여야만 합니다. 창의성과 비전을 억누른다면, 내가 아니죠. 이번 컬렉션은 제가 사랑하는 패션의 모든 면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서 아베서
“자기 자신을 자유로이 표현하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남들이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면 해요.”
베트멍의 구람 바잘리아
“베트멍은 인디펜던트 브랜드입니다. 이전에는 늘 상업성을 더한 컬렉션을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죠. 이번 컬렉션은 다릅니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했거든요.”
신야 코즈카
“옷은 풍경과 같습니다. 첫 데이트 후 상대방에게 감정을 고백할 때처럼, 옷 역시 그 경험의 일부가 되죠.”
발망의 올리비에 루스테잉
“당장 내일 죽더라도 사람들이 저에 대해 이것 하나만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이끌던 발망은 프렌치 럭셔리 하우스 그 자체였다고. 그 바람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프렌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레이브럼 런던의 포데이 둠부야(Foday Dumbuya)
“항상 레거시에 대해 이야기해왔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도 이야기해왔죠. 부와 명예에도 관심 없습니다. 레이브럼 런던은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마티유 블라지
“온 세상을 합치고 싶었습니다. 남미, 동남아시아, 러시아, 시칠리아…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했죠.”
후이샨 장
“누구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는 중국과 중국인이 옷 만드는 방식을 이야기했고요.”
프라발 구룽
“서양과 동양, 이제 만날 때도 되지 않았나요?”
디젤의 글렌 마르탱
“모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날로그한 순간’을 위해 모두를 한곳에 모았죠.”
톰 포드의 피터 호킹스
“톰 포드 여성과 톰 포드 남성은 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하나의 세상이 되어야 해요.”
마르니의 프란체스코 리소
“옷에 물질적인 힘을 부여했습니다. 쇼 공간의 대부분을 옷이 차지하고, 관객은 옷을 가까이서 보거나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었죠.”
에르메스의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
“여자들의 우정과 옷 사이의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키코 코스타디노프의 로라, 디아나 패닝
“예전부터 ‘여성이 패션계를 지배해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돌아봤죠.”
마크공의 마크 공(Mark Gong)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 존스를 보며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고, 의존적이지 않으며, 떳떳한 여성에 대한 동경은 그녀로부터 시작됐죠.”
콜리나 스트라다의 힐러리 테이모어
“파티에서는 편하게 앉아 주위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을 쿨하다고 느낍니다. 여성을 위한 옷은 아직도 너무 불편하고 딱딱하죠.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이힐을 신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토링거의 크리스타 뵈슈(Christa Bösch)와 코시마 가디언트(Cosima Gadient)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에지’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퍼펫츠앤퍼펫츠의 칼리 마크(Carly Mark)
“세상은 여성이 특정 모습으로만 존재할 것을 강요합니다. 때로는 분노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되죠. 저는 항상 자기표현과 침착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합니다. 겉으로는 차분한 사람처럼 보이되, 컬렉션에서만큼은 제가 원하는 것을 선보이고자 하죠. 컬렉션이 곧 제가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르겠군요.”
루아르의 라울 로페즈
“루아르가 쇼를 선보인 지 10년이 됐습니다. 그간의 노력으로 어떤 보상을 받았는지 되돌아봤죠. 뉴욕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제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디올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꼭 하나의 레퍼런스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완성해야 할까요? 힌트를 얻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레퍼런스로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에트로의 마르코 디 빈센조
“인용문도 없고, 속성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에트로의 2024 S/S 컬렉션은 생명을 얻습니다.”
꾸레주의 니콜라 디 펠리체
“늘 실용적이고 테크니컬한 옷을 만듭니다. 하지만 컬렉션을 시작할 때는 항상 세계관과 스토리부터 구상하죠. 이번에는 여름방학을 앞둔 학교 풍경을 상상했습니다. 컬렉션 초반에 프레피하고 스쿨걸 룩 같은 무드가 묻어난 이유죠.”
코자부로의 아카사카 코자부로(Kozaburo Akasaka)
“브랜딩을 통해 만든 상상 속 유토피아, ‘석양의 나라’에 사는 캐릭터를 상상하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윌리 차바리아
“제가 하는 모든 것에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젊은이들이 살고 있는 디스토피아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르네상스 르네상스의 신시아 메르헤지(Cynthia Merhej)
“전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전진했죠.”
라티미에르의 에르빈 라티메르(Ervin Latimer)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돈과 권력은 허상과 같죠. 돈은 빚이고, 권력은 착각일 뿐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MM6 메종 마르지엘라
“몇 달간 모두가 겪은 폭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기후 문제에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죠.”
나타샤 진코
“세상은 환경, 정치 문제로 가득합니다. 이번 컬렉션은 생존에 관한 것이죠. 우리는 언제든 움직일 수 있습니다.”
민스와일의 후지사키 나오히로(Naohiro Fujisaki)
“옷은 크게 의상적인 측면과 생활필수품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는 코스튬이라는 의상적 측면에 매료되어 패션계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업계는 좋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죠.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옷을 선보이며 패션계를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요헤이 오노
“늘 외부의 것, 새로운 것에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과거의 트라우마를 맞닥뜨릴 때가 왔다고 여겼어요. 덕분에 좀 더 개인적인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죠.”
록산다의 록산다 일린칙(Roksanda Ilinčić)
“마음속 깊이 숨기고 싶지만 한편으론 꺼내 보이고 싶은 것에 관한 컬렉션입니다.”
파올로 카자나
“최근 몇 년간 사람들은 온갖 고통과 상실감을 씻어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란 구부러질 순 있어도, 부서지진 않죠. 그 구부러진 마음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가 될 겁니다.”
비비아노의 비비아노 수(Viviano Sue)
“팬데믹 이후 세상이 어두워졌어요.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재를 즐기는 겁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 행복을 전파할 수 있는 옷을 만들었습니다.”
블루마린의 니콜라 브로냐노
“더 가볍고, 더 밝고, 더 많은 나비가 필요한 때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쏘니의 필리포 그라치올리
“가볍지만 휘날리지 않는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아쉬시의 아쉬시 굽타
“쑥스러워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세요. 긍정으로만 넘치는 파티를 열고 싶었습니다.”
알렉상드르 보티에
“상상력이 없다면 욕망도 없습니다. 욕망 그리고 환상은 외설보다 훨씬 흥미롭죠.”
와이더호에프트의 잭슨 와이더호에프트(Jackson Wiederhoeft)
“꿈과 악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늘 꿈을 꾸며 악몽에 시달리거든요. 혼란을 즐기고 그 속에서도 고요함을 찾고자 합니다. 때론 가장 말도 안 되는 꿈이 가장 아름다운 꿈일 수 있으니까요.”
알라이아의 피터 뮐리에
“페티시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 욕망을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라텍스를 사용하고 가죽을 예상치 못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페미닌하면서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실루엣을 완성했죠.”
아티코의 질다 암브로시오와 조르지아 토르디니
“컬렉션을 거리에서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관객이 주연이면서 관객인 ‘영화’를 찍는 거죠.”
스탐의 엘리사베트 스탐(Elisabet Stamm)
“예술이 아니라 패션을 할 때는 사람들과 협업해야 합니다. 패션은 보편적이며, 제가 좋아하는 건 거리에서 움직이는 이미지죠.”
메이지 윌렌
“이번 컬렉션은 사물을 사진으로 보느냐 혹은 실제로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시작했습니다.”
매티 보반
“그림이나 조각 같은 거죠. 하나의 옷을 완성할 때도 오래 시간을 들입니다. 본능에 가깝죠. 지금은 디지털과 AI의 세계지만, 실재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습니다. 매티 보반은 판타지를 선보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판타지니까요.”
스태프온리의 시모 주(Shimo Zhou)와 우네 야(Une Yea)
“이 컬렉션은 과정의 아름다움에 관한 것이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너무 빠른 것은 좋지 않죠.”
수잔 팡
“많은 사람이 AI를 두려워합니다. 로봇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며, 이들이 어떻게 인간의 잠재의식과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했습니다.”
샌더 주
“AI는 사람이 만듭니다. 지능적인 AI를 사람이 만들죠. AI가 얼마나 똑똑해지든 우리가 인간성을 잃는 일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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