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모험_#24SS 패션위크
2024년 봄을 위한 최고의 한 달이 끝났다. 당대 패션을 이끄는 마티유 블라지가 우리에게 건네는 봄의 메시지.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신의 이탤리언 트릴로지는 막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번에 선보인 2024년 봄 시즌, 변화는 여실히 드러났다. 첫 번째 단서는 쇼 초대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갈색 골판지 상자 안에는 가죽끈이 달린 나침반이 들어 있었고, 나침반 바늘 아래에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보테가가 떠나는 모험에 함께하자는 초대장이었다.
클래식한 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보테가의 시그니처 인트레치아토 가죽으로 만든 라탄 백을 든 첫 모델이 등장했다. 패션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여름휴가 룩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이탈리아 휴양지의 해변을 거니는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인생은 목적지가 아닌 여정이다”라고 말한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처럼, 블라지는 백스테이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기 다른 세계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러시아, 프랑스 브르타뉴, 시칠리아섬 등 그야말로 전 세계에서 영감을 얻었죠. 그 모든 것을 한데 섞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밀라노의 여러 브랜드가 그들 고유의 코드를 갱신하고, 심지어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이전의 특정 컬렉션을 다시 불러오며 브랜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그 와중에 블라지의 이런 행보는 확장에 대한 본능을 따른 과감한 결정으로 보인다. 보테가 베네타는 여타 이탈리아 출신 브랜드처럼 기성복 라인의 역사가 깊지 않다. 이런 사실이 블라지에게 어떤 자유를 주었다면, 그는 이번 컬렉션에서 그 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더 모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그가 지금껏 보테가에서 디렉터로 있었던 짧은 기간 동안 가죽으로 만든 빛바랜 데님, 탱크 톱, 플란넬 셔츠 등으로 스스로 구축한 코드에서 과감히 멀어졌다.
대신 그는 가죽 트렌치 코트 위에 걸친 가죽 판초, 복슬복슬한 느낌의 솔트 앤 페퍼 코트, 그리고 커다란 폼폼 장식이 달린 크로셰 소재의 라피아 드레스 등을 선보였다. 적어도 그런 소재로 만든 것처럼 보였다. 이번 쇼는 무대에 오른 의상 하나하나에 어떤 텍스타일과 테크닉이 사용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해졌다.
블라지는 이런 철학적인 말도 남겼다. “이번 컬렉션은 이 여행이 끝났을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는지에 대한 것이기도 해요. 여행에서 경험한 모든 것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법이니까요.”
지난 주말 뉴욕에서 5만 명 이상의 시위자가 집결한 거리 행진처럼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와 그 추출물 사용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커져가는 가운데, 비행을 통한 세계 여행은 앞으로 더욱 염려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항상 어딘가로 떠날 수밖에 없다.
지구는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천연 진주로 엮은 끈이 달린 노란색 아일릿 선 드레스나, 바나나잎처럼 보이는 가죽 스트랩이 달린 샌들처럼 그 경이로움은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재현되기도 한다.
블라지는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주는 듯한 패션의 힘을 믿는다. 바나나잎 샌들을 신거나, 라탄 느낌의 가죽 백을 들어보면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 간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배경 이야기가 없더라도 이번 컬렉션은 여전히 훌륭하다. 색색의 가죽끈을 엮어 만든 카울넥 톱과 사선 절개 스커트부터 모피 코트처럼 보이는 투박한 우븐 자카드 코트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아이템에 들어간 수공예 공력의 수준은 기성복 컬렉션이라기보다는 꾸뛰르 컬렉션 수준으로 보일 정도다. “수공예를 한물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수공예는 가능성으로 가득한 세계죠.” 컬렉션을 본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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